산행기

카페리로 다녀온 제주도 한라산

야정(野停) 2007. 5. 23. 20:59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높다는 한라산, 제일의 백두산은 북한에 있으니 남한에서는 한라산이 제일 높은 산입니 다. 그러한 산을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사 실 전에는 그렇게 자주 다닐 시간이 없었고 산을 즐기 는 것도 10여년 안쪽 밖에 안되니까.) 제주도는 여러번 다녀왔지만 등정할 기회가 없었던 나 는 이번 미투산악회 동행기자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로 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인천항에서 배로 가는 방법도 재미있다고 합니다. 우리 안방 마님이나 나의 친구 유희소 ,유제구 부부는 2년 전에 여행사 초청으로 다녀왔지만 나는 그 때 참 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우선 버스를 대절하 여 오후 3시에 서울 삼양동을 출발,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비빕밥으로 간단히 한 다음 승선 하기 시작하였죠.밑 화물칸을 빼고 객실만 7층으로 되 어 있고 승선 인원이 700여 명 된다는 오하마나호로 승선.

            인천 제주간 카페리호


            인천 부두 모습

7층 제일 넓은 홀에 짐을 풀고 앉으니 정각 7시에 출 항합니다. 우리 일행은 남자 20명, 여자 25명으로 이 루어졌으며 선실에 짐을 풀자마자 미리 준비한 술안주를 꺼내고, 나누어 준 소주와 막걸리를 꺼내 파티를 벌리기 시작합니다.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 돌아가니 집 떠난 망아지들 같이 흥에 취해 버립니다. 저녁 8시 쯤, 아래 레스토랑에서 라이브 쇼가 있다고 하여 몇몇이 우르르 내려 갔습니다. 생맥주 한잔에 5000원 씩 하지만 라이브쇼를 보며 흥에 취하기에는 안성 맞춤인 것 같았습니다. 무명가수가 나 와 노래를 하는데 무식해서 누구를 평할 수는 없지만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 흥에 겨워 손벽을 치면서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지나고, 다음으로 필리핀 출신 듀엣이 출연하였으나 별 로 재미가 없어 밖으로 나왔버렸죠. 선상에서는 10시부터 불꽃놀이 한다고 하는데, 미리 디 스코음악에 맞추어 남녀노소 모두 몸을 뒤트느라 야단들 입니다. 바람부는 선상에서 음악에 취해 광란의 시간을 보냅니다. 폭죽을 터트리며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오늘의 이벤트는 끝.

        선상에서의 폭죽놀이

객실로 돌아온 일행들은 일부는 모포를 받아 잠자리에 들고 일부는 카드놀이, 일부는 못다한 소주가 그리워 다시 한상 차리고... 즐거운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갑니다. 모포를 깔고 들어 누워 잠간 잠이 들었었나 본데, 어떤 사람이 지나면서 내 발을 건드리는 바람에 잠이 깨어 영 다시는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객실 창문으로 떠오르는 일출도 아름다웠지만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서 감상하였습니다. 7시에 식당에서 백반 으로 식사를 마치고 8시 좀 지나 제주항에 배가 도착 하였습니다. 참고로 이번 경비는 두끼 식사 포함 선박 운임 및 제주도내 버스요금까지 합해서 99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울 인천 왕복 대절 버스료, 나머지 세끼 식사 및 회식용 회 및 음료비까지 합하여 15만원 씩 거두었 습니다. 그리고 배에서는 방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핸드폰을 미리 꺼놓으라고 합니다. 그런 정보를 모른 나 는 불통인 핸드폰과 한참 씨름을 하였죠. 배에서 내리니 선착장에는 10대 이상의 버스가 대기하 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배정된 버스를 타니 곧바로 성판악을 향합니다. 백록담까지 등산할 자신이 없는 사 람은 영실코스로 등정한다고 하더니 모두 성판악으로 출 발하여 힘이 벅찬 사람은 진달래대피소에서 되돌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미투는 거의 완주할 수 있는 실력 을 갖춘 사람들이라 생각되어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성 판 악

해발 750m의 성판악을 9시 30분 출발. 심심치않게 바람이 부니, 맑은 날씨에 상쾌한 공기로 우리를 나무 사이길로 안내합니다. 문제는 가는 길에 고르지 못한 돌들이 깔려있어 걷기가 무척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잘 다듬어진 길이지만 바닥만은 너무 고르 지 못해 한눈을 팔다가는 큰 일 나겠더군요.

           이 정 표

          거 리 표 시

고도 1200∼1300m 표지판을 계속 지나 쉼터에서 잠간 씩 쉬고 계속 전진합니다. 물은 계속 먹는데 땀은 흐르 지 않고 소변도 마렵지 않는 것을 보니 땀이 바람에 바 로 증발되는 것 같아요. 선들 선들한 바람이 계속 불고 있으니까요.

            이 정 표

해발 1300m를 지나 진달래 대피소를 11시 45분에 도착 하였습니다.

            진 달 래 대 피 소

소요시간 2시간 15분. 출발지인 성판악에서 백록담까 지 9.6km이고 진달래 산장부터 백록담까지 2.3km 남 아있으나 이제부터 가파르니 힘이 무척 들게 되었습니 다. 지금까지 오도록 백록담이 보이지 않더니, 이곳 진달래능선에서 보니 나무 포기 별로 없는 앙상한 봉 우리가 뾰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백록담이 겨우 고개를 내밀고..

관목지대를 끙끙거리며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며 젖봉우 리 같은 지역에 다다르니 이제는 바람이 작난이 아니 다. 1800∼1900m 고도를 오를 수록 바람은 점점 더 세지더군요.

         이 정 표

바람 많은 제주도라 하지만 서 있을 수도 없는 그런 바 람은 처음 맞아 보았습니다. 하와이 바람골은 위로 계 속 오르는 바람이라 옆에서 느낄 뿐이고,소백산 바람은 칼바람이라 몸 속을 파고 드는 것이 매서웠지만 이곳 바람은 사람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기세였습니다.

         백 록 담

백록담 분지는 물이 거의 말라 조금 밖에 없었습니다.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지만 사진도 찍을 수 없을 정도의 매서운 바람에 도저히 하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그곳에 앉아 도시락을 펼 치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냥 하산.

         하 산 안 내 판

         하산길에 있는 구상나무 고목

         백록담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

         화 산 암의 위 용

바람 자고 아늑한 자리를 택해 점심을 끝내고 하산을 합니다. 백록담에서 관음사까지 8.6km로 무척 긴 코스 이지만 우리는 내려가야만 합니다. 이정표를 보니 아직 도 4km 남았다고 하는데 가도 가도 끝이없고 숫자가 줄지를 않더군요. 4km에서 3km까지는 지칠대로 지쳐 마냥 게으름을 피우니 거리가 줄겠습니까? 이를 악물고 남은 3km는 보폭도 키우고 속보로 내려오 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몸이 가벼워지 고 덜 피로하더라구요. 열심히 내딛는 발자국 세어가 며 전진합니다. 그런데 같이 오던 두 여인, 정말 열심 히 따라오더이다. 너무나 대견하여 이름을 밝혀야 겠 습니다. 이순실씨와 한순애씨 입니다. 관음사 주차장을 5시 25분에 도착하니 토탈 18.3km를 점심시간 포함하여 8시간 산행한 꼴입니다. 문제는 평상시 뒤에 쳐져있던 회원들이 앞장을 서서 갔다는 사실입니다. 백록담을 보지 못하고 가면 돈이 아깝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6명만이 진달래 대피소 에서 되돌아가고 나머지 39명은 완주를 하였습니다. (2007년 5월 18일∼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