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봄 내음에 취해 버리다

야정(野停) 2008. 4. 16. 21:00

매달 한 번씩 만나 산행을 같이 하고 있건만, 이번에는 더 오랫 만에 만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가? 삼각산이 산벗으로 희끗 희끗하고, 그 밑으로 연분홍색 진달래로 수 놓은 온통 축제인 산행에 참여하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친구들은 10시에 창동역에 집합하여 마을 버스를 타고 오다가 그린파크 앞에서 내린다고 하기에 나는 그린파크 앞으로 바로 가기로 하였다. 10시 40여 분에 모두 버스 에서 내린다. 손인사 나누고 우리 모두 그린파크 옆 하 천 변을 택해 오르기 시작한다. 주위에 매화, 벗꽃, 개 나리, 겹벗꽃, 등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 특색있게 자신 신을 뽑내고 있지않는가? 개울을 끼고 도선사 가는 길로 오르다 보면 할렐루야 기 도원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세갈래의 산행길 이 되는데 우리는 오른쪽 언덕으로 오르는 백운 제2 탐 방로를 택했다. 능선 주위에는 곳곳에 진달래가 흐드러 지게 피어 있었다. 친구들 담소 나누며 자연 속으로 동 화되어 간다. 그리 가파르지 않는 길따라 오르다 보니 왼쪽으로 도선사 주차장이 보인다. 계속 오르면 하루재 고개가 나오는데 우리는 오른쪽 영봉으로 직접 치고 오 른단다. 하루재고개 못 미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노랑제 비꽃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이야기 하려고 하였는데 그곳으로 가지않고 직접 오른단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가파른 바위들을 바로 치고 오르는데 주위가 온통 노랑 제비꽃 군락지가 아닌가? 인수봉에서 유명을 달리 한 영령들의 비가 곳곳에 묻혀 있는 영봉인데 그 혼들의 화신인가, 몰려있는 노랑제비 꽃 무리가 앙증맞게 아름다웠다. 송송 맺히는 땀방울 닦 아 가며 영봉에 올라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인수봉의 자태에 또 한번 감탄한다. 개미같이 인수봉 암벽을 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인수봉 비들기길로 처음 오 를 때 고생했던 추억이 전률로 닥아 온다. 백운대 깃발 아래 운집해 있는 많은 군중들... 휴일이면 정말이지 삼각산은 몸살을 앓는다. 영봉 너른 터에 자리 깔고 준비한 간식거리를 꺼낸다. 모두 모인 듯하여 소주 한 잔씩 기우리는데 소지와 김종 선이 보이지 않는다. 소지한테 전화하니 종선이가 허리 가 아파 더 이상 오르기가 어려워 그 자리에서 점심 먹 고 오던 길로 되돌려 하산한다고 한다. 영봉에 모인 친 구들, 김밥이나 떡으로 허기를 채우고 소주로 목을 조금 축인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양지꽃이 빠끔이 얼굴 을 보일락 말락하고 있지 않는가? 높은 산 바람맞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양지꽃은 4∼6월 에 피는 꽃이라 그런지, 아직 활짝 피지 못했다. 점심을 끝내고 육모정고개 쪽으로 하산한단다. 아직도 곳곳에 진달래가 빵끗 빵끗 웃고 있지만 이젠 관 심이 멀어진다. 너무나 흔하게 산을 덮으니 식상할 수 밖에... 육모정고개 비석 뒤에 핀 진달래는 너무나 탐스럽고 깨 끗하게 피어 있는지 기념으로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이제부터는 우이동계곡으로 향해 가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산제비꽃, 민둥뫼제비꽃, 고깔제비꽃, 호제비꽃을 만 났다는 거 아닙니까? 용천사 주위에서 돌단풍을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보지 못하고 내려온 것이 너무 아쉬었다. 돌단풍을 자연에서 직접 관찰하여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달래와 산벗과 봄내음에 취한 친구들, 조금도 쳐지지않고 콧바람 피우 며 모두 날른다. 바람도 없는 따듯한 4월, 하늘도 쾌 청하여 발걸음이 더 가벼웠나 보다. 대강 4시간 만에 우이동 광장 옆에 있는 금천옥에 도착하여 마지막 뒷풀 이를 잇는다. 구수한 설렁탕에 기우리는 소주 맛이 더욱 남달랐으리라. 밑의 이미지에 날자를 수정하지 않았더니 2월로 잘못되 어 있네요.

                            (2008년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