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는 미친 놈 널뛰는 것보다 더 변화가 심하다.
어제 아침에는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추워서 바람막이를
더 입었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한기가 없다.
어째튼 보통 산행할 때 준비하는 양의 2배되는 식수를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산행을 위해 떠나는 버스를 탔다.
단양, 제천에 있는 월악산 국립공원 중 단양 팔경에 들
어가는 옥순봉, 구담봉을 산행하기 위해서...
옥순봉 건너 가은산 둥지봉도 다녀 왔고 금수산도 산행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청풍호반을 끼고 있는 옥순봉
을 직접 올라 본다는 것이 무척 기대가 된다.
10시에 36번 국도 장회나루를 지나 산행 기점이라는 곳
에 도착하여 준비를 하고 10시 20분에 출발한다.
날씨는 벌써 덥다 느낄 정도여서 웃도리는 티셔쓰 하나
만 입어도 썰렁하지가 않다.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1.4km, 그곳에
서 0.9km를 더 가면 옥순봉이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0.6km 가면 구담봉에 다다른다.
우리는 먼저 옥순봉 쪽으로...
고도가 286m인 옥순봉 가는 길은 완만하여 그저 산보하
는 기분으로 오르면 된다. 4월 말이라 나무들은 연초록
새순들을 이미 내놓고 살랑 살랑 가지를 흔들고 있다.
달걀같은 잎은 잔털이 보송 보송 나 있고 연분홍색 꽃
은 인동꽃 비슷하게 혹은 분꽃 비슷하게 생겨 전체적으
로 둥그런 공을 만든 분꽃나무가 옅은 향을 풍긴다.
분꽃나무향이 지린내 비슷하여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
는 옅은 라일락향 혹은 쥐똥나무향 같아 좋은데, 사람
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른가 보다.
산 주위에 널려있는 티가 묻은 솜뭉치같은 꽃?
노린재나무 비슷하기도 하고 이팝나무 비슷하기도 한 물
푸레나무가 가지 끝을 솜방망이로 만들어 놓고 있다.
가지 껍질을 베껴 물에 담그면 푸른색이 우러 나온다고
하여 물푸레나무라 하였다는데 실제로 물에 담그면 파란
빛이 도는 듯하나 가지를 빼면 색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는 나무와 꽃을 집중 탐구하는 분이 실제로 실험하였
다고 한다.
나는 물푸레나무를 처음 접하여 보았기 때문에 그런 생
각도 하여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내가 본 놈들이 물푸레나무인지, 쇠물푸레나무인
지 그것은 모르겠다.
새로 만난 나무들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덧 옥순봉 정상.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하였지만 옥순봉의 진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산꼭대기에서 깎아 지른 절벽이 제
대로 보일리 없지 않는가?
옆으로 돌아 산모퉁이로 가 보았더니 역시 죽순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옥 순 봉
옥순봉 옆 작은 봉우리에서 옥순봉을 향해
옥순봉 옆 작은 봉우리에서 옥순봉을 향해
옥순봉 옆 봉우리에서 청풍호반을 내려 보며
옥순봉의 밑
옥순봉의 밑
그러나 전체는 배를 타서 보기로 하고 되돌아 내려왔다.
계속 내려와 삼거리에서 다시 구담봉으로 가야 하지만
우리는 삼거리로 가지않고 바로 직접 구담봉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이곳으로 내려가면 물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구담봉으로 오르는 것이어서 경사가 무척 심하다.
옥순봉에서 물가로 내려오는 길도 왕사가 많고 가파르고
고르지 못해 얼마나 미끄러운지?
구담봉을 오르는 길은 더욱 가파르고 미끄럽고 곳곳에
로우프를 매놓아 그것에 의지해 직벽을 오르고 올라 330
m 정상으로 간다.
왕사가 깔린 길은 정말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차라리 바
위길이 낫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목은 타고...
한여름 산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 담 봉
구담봉에서 건너쪽 말목산을 향해
구담봉을 지나도 어디 앉아 간식거리를 처리하고 가자는
말이 없다. 그제 3시간 자고 고려산 다녀오고 어제 6시
간 자고 아침 일찍 나와서 인지, 아님 나이값을 하는
건지, 정말 힘에 부친다.
경사도가 급한 구담봉을 내려오는 모습
다시 직벽 바위길을 두번 내려와 앞산을 조금 오르니 평
지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간식거리를 풀었다.
2시 40분에 장회나루에서 충주 가는 유람선을 타기로
하였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
부리나케 짐을 쌓아 출발지까지 오니 2시 20분.
식사 포함 4시간 산행을 하였다.
그러나 완전 여름 날씨에 수직코스를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하니까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는 사고가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3명이나 환자가
발생하였지만 옆 동료들의 봉사로 안전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장회나루에서 강선대를 촬영
구담봉 건너, 장회나루 건너 말목산이 있는데 말목산 끝
에 강선대(降仙臺)와 두향묘가 있다.
이퇴계선생이 단양에 있을 때 기생 두향과 같이 시조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바위가 강선대로 100여 명이 앉아
놀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강물이 많으면 물에 잠겨 버
리는데 요사이 너무 가물어 다시 물 밖으로 나와 후세
사람들을 애잔하게 하여 준다.
두향은 이퇴계선생이 떠난 후 이곳에 초막을 짓고 수절
하다가 퇴계선생이 타계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자결하였
다 한다.
사람들은 두향의 유언대로 강선대 앞 강가에 묻었다고
하는데 충주땜 때문에 물이 차게 되자 언덕 위로 이장
시켰다고...
장회나루 뒷길로 들어가면 두향이 태어난 마을이 있는데
그곳을 두향리라고 한다
장회나루 건너에 강선대가 보이기에 이곳에 숨은 이야기
가 생각나 몇자 적어보았다.
장회나루에서 충주 가는 유람선을 타고 물속에 비친 거
북이 모양이라는 구담봉과 죽순 뻗어 오른 봉우리 같다
는 옥순봉을 더 자세히 관찰하여 보았다.
단원 김홍도가 옥순봉이라는 명작을 남겼는데 건너 가은
산 새바위에서 그린것 같다.
김홍도가 영조대왕의 어진(御眞:임금의 옥체 그림이나
사진)을 그려 그 공으로 연풍현감으로 부임하여 재직
하였고(1795년 까지) 그 이듬해 병진년 화첩(단원화첩)
이라는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그 속에 옥순봉도가 들어
있다. 이 단원 화첩은 보물 782호로 지정되어 호암미
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장회나루에서 구담봉을...
유람선에서 옥순봉을...
유람선에서 옥순봉을...
단원 김홍도의 옥순봉도(보물 782호)
(2009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