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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마감하기 전 떠난 여행 겸 산행ㅡ1. 방장산

야정(野停) 2009. 12. 7. 10:56

2009년이 지기 전에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물론 계획을 세운 검암을 따라 나서기는 하였지만 글에서 는 내가 주인이 된다. 여행이란 나이에 관계없이 항상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일차는 산행을 시작으로... 우리니라 100대 산 중에 하나로써 호남평야의 끝자락인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을 갈라놓은 방장산을 일차 목표로 삼았다. 방장산(方丈山;743m)은 호남정맥인 노령산맥의 한 줄기로써 청나라에 멸망한 명나라를 숭상하던 조선조 선비들이 중국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산과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또한 백제시대 방등산 도적에게 붙잡혀간 여인이 자기를 를 구하러 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노래했다는 방등산 가(方等山歌)의 현장인 방장산. 옛 노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깊은 골짜기 만큼이나 우거진 수림으로 덮혀있 어 옛부터 도적떼의 소굴로 이용됐을 정도로 깊은 산골 을 이루고 있다 한다. 또한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 의 삼신산(三神山)이라고 부르며, 노령산맥에서 뻗은 방 장산과 입암산은 영산강과 서해바다를 끼고 목포 유달산 까지 이어 지는데 그 중 제일 높은 곳이 방장산이다. 산행은 보통 양고살재에서 장성갈재로 이어지는 코스가 보통인데 보통 5시간 걸린다고 한다.이곳 양고살재는 병 자호란 때 고창 출신 무장 박의(朴義)가 누루하치의 사 위인 양고리를 살해했다는 역사적인 연유에서 아름 붙여 여졌다고 한다. 우리 일행들은 차를 세워둔 곳으로 원점 산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방장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연휴양림에 들어서니 주차비를 받는다. 휴양림 숙소에서 자연과 더불어 쉬어가는 사람들은 숙소 에 묵을 때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나머지는 산 속에 잠 간 차를 세워놓을 뿐인데 주차비와 입장료를 받다니... 우리는 노령으로 입장료는 내지 않았지만 조금 씁씁하다. 차를 세워놓고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방장산에 대해 몇마디 기술하였지만 이곳이 유명한 것은 쭉쭉 뻗은 편백나무이다. 이곳을 자연휴양림으로 정하고 숙소까지 꾸며 놓은 것은 편백나무 숲이 너무나 좋기 때 문이다. 곳곳에 뻗어 있는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키톤치드가 코 끝을 싱그럽게 하여 주기 때문에 산행이 힘드는지 모르겠다. 능선 중간 쯤 오르니 임도를 따라 평 행선으로 난 길이 있고 산마루를 향해 난 길이 있는 갈 림길이 나타났다. 우리 일행은 둘로 나뉘어 각기 다른 길을 택했다. 나는 앞에 보이는 산마루로 난 길을 택해 오르기로 했다. 작은 고지까지 올라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가는 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직진하여 버렸다. 한참을 가다 보니 오른쪽에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우리가 가는 방향은 틀린 것 같아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작은 고지 정상에서 다시 길을 찾아 보니 흔적은 남아 있었으나 벌목하여 놓은 나무가지들에 덮혀 잇어 헤치고 가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무가지에 훌치고 찢기면서 겨우 전진을 계속하였으나 끝이 없었다. 얼마를 헤매고서 벌목더미를 벗어나니 겨우 길이 나타난다. 길 잘못 들고 벌목더미에서 헤매고 나니 1시간 이상은 허비하였을 것 같다. 다른 일행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 상을 향해 전진할 수 밖에. 거의 육산이라 힘은 들지않은 평범한 산이다. 정상봉우리를 눈 앞에 남겨놓고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다 른 일행들이 앉아서 간식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정상을 갔다가 돌아와 쉬고 있는 중이란다. 같이 둘러 앉아 간식거리와 음료를 나누고 서로 상대편의 산행 모습들을 상상하여 가십거리로 되씹는다. 휴식을 끝내고 먼저 온 일행은 하산하고 늦게 도착한 우 리들은 정상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앞에 보이는 이름없는 봉우리를 쉽게 오르고 몇 미터 더 앞으로 가니 743m 방장산 표지가 서 있었다.

능선따라 장성갈재 쪽을 바라보니 시야가 확 트이고 그 사이에 734 고지가 우뚝 서 있었다. 서쪽 고창, 정읍의 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그 너 머 서해가 보일듯 말듯, 날씨가 깔끔하게 맑지를 못해 바다까지는 깨끗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 능선을 중심으로 전라남북도가 갈라진다.

734고지와 장성 갈재 방향
방장산 정상을 뒤로 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 온다. 주위에서는 벌목하는 톱날 소리에 귀가 따갑다. 임도를 가로 질러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서니 나무향이 다 시 나의 코를 자극한다. 우리는 먹는 음식물과 물은 중요 하게 생각하면서 자연에서 돈 안들이고 얻는 공기는 중요 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맑은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산소가 우리 몸으로 들어와 피와 함께 돌면서 모든 기관을 살아 움직이게 하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산소가 부족하면 곧 세포가 죽고 병들게 되는 것을 우리 가 다 아는 사실인데도 우리는 그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사는 우리는 산 속에서 주는 깨끗한 산소와의 차이를 모르고 산다. 오랜동안 깨끗한 공기 속과 도시의 오염된 공기 속에서의 생활이 장수에 얼마나 큰 변수가 될 수 있으련만 우리는 그냥 간과하고 산다. 깊게 심호흡을 하며 편백나무 숲을 지나 정차하여 둔 차 에 오른다. 산을 헤매어 다니고, 간식까지 먹고 지나온 시간이 겨우 3시간 30분, 그러나 적당한 운동인 것 같 다. 차를 돌려 가까이 있는 석정온천으로 갔다. 20∼30분 달려 다달으니 석정온천탕은 수리 중이라 근처 석정온천 모텔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곰소항으로 향한다. 곰소항은 전에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육지 와 붙어 이루어진 곳으로 염전을 끼고 있고, 해산물이 서해 앞바다에서 풍성하게 잡히는 곳이기 때문인지 젓갈 로 유명한 곳이다. 곳곳에 젓갈류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졸복탕이 별미라는 자매식당을 찾았다. 식탁이라 7개가 고작인 이 집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소항에서 젓갈집 주인들에게 물으면 너나 할 것없이 자매식당을 추천한단다. 게다가 졸복은 듣도 보도 못한 물고기인데...

졸복은 곰소 앞바다 위도 부근에서만 잡히고 손바닥보다 작으나 독은 최고로 강하고 양식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매식당에서는 졸복을 손질하여 급속냉동 시켰다가 필요 할 때 탕을 끓인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말린 졸복으로 끓이는 졸복탕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나. 새우, 황태 등 온갖 해산물을 넣고 긇인 육수에 들깨가 루, 된장 등을 풀고 졸복과 고구마 줄기, 무, 파, 수삼 을 넣고 끓인다고 한다. 부안에서 옛날 먹던대로 끓인단다. 1인분에 13000원.

미식가가 아닌 나에겐 메기탕같은 기분. 물고기 하나 하 나의 맛을 모르는 나로선 느낌은 별미, 맛은 무덤덤 그 자체였다. 처음 먹어 보는 지방 특산물을 접해 본 것일 뿐... 식사를 끝내고 몇 명은 젓갈을 산 다음 숙소인 대명리조트 로 향했다. 대명리조트는 채석강 옆 해안에 자리잡고 있 는데 최근에 지어서 그런지 너무나 깨끗하고 멋스러웠다. 대명리조트에는 유명한 아쿠아월드가 있는데 우리는 하루 저녁 묵는 것이 목적이니 구경할 필요도 없었다. 2칸의 콘도에 짐을 풀고 한곳으로 모여 술 한잔씩 하고 고 꿈나라로...

(2009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