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투산악회에서는 충북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도명산(道明山)을 산행 후 화양동계곡에서 몸을 풀기로 하
였다. 도명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산으로 천하
절 경인 화양동계곡 남쪽을 가로막고 있으며 기암괴석과
바위봉우리들이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화양동계곡은 우암 송시열이 낙향하였을 때 기거하던 곳
으로 우암선생은 중국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 떠 화양구곡
이라 이름지어 놓았다. 계곡 곳곳이 아름답고 물놀이하기
좋은 곳인데 각 명승마다 이름을 붙여 멋스러움이 한결 더
한듯하다. 버스를 공용주차장에 세우고 10시 20분 출발하
여 계곡을 따라 걷는다. 시원한 물줄기 뻗는 소리 들으며
계곡을 거슬러 오르니 어느 덧 넓은 못가에 우뚝 솟은 바
위가 나타나니 이곳이 제 2곡 운영담(雲影潭).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치는 곳이란 뜻이 담겨저 있다.
운 영 담
얼마 가지않아 화양서원이 있고 그 앞 계곡에 읍궁암(泣弓
岩)이 있다. 화양서원은 우암이 머물던 곳에 우암이 죽은
후 제자들이 세운 서원이고 그 서원안에 만동묘도 있다.
화 양 서 원
화 양 서 원
우암의 유언에 따라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를 도와 준 명나
라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신 곳이 만동묘이다.
서원이야 원래 사립학교와 마찬가지 아닌가?
글을 가르치고 그 서원의 대표되는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이 서원이다.
그러나 화양서원의 기세가 얼마나 강했으면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이 화양서원 때문에 발단이 되었다고 하지않는가?
제 3곡인 읍궁암은 우암선생이 조선 17대 효종이 북벌
(北伐)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41세에 승하하신 것을 슬
퍼하여 새벽마다 한양을 향해 활처럼 엎드려 통곡하였다
하여 읍궁암이라 하였다 한다.
읍 궁 암
바로 위에 제 4곡인 금사담(金沙潭)이 있다.
금 사 담
금같이 반짝이는 모래로 이루어진 못이란 뜻이 내포된 곳
이고 우암이 금사담 위쪽에 암서재(巖棲齋)라는 정자를
짓고 살면서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 있다.
암 서 재
금사담을 지나 화양 3교에서 오른쪽으로 산행의 들머리가
된다.
산 행 들 머 리
어제까지 내린 비 탓일가?
산행길은 음습하고 후덥지근하다. 산행거리도 짧으니 오
늘은 천천히 움직인다. 화양 3교에서 도명산(643m)까지
3.2km라고 하니 2시간이면 가겠지. 지금 10시 40분.
산들이 다 그렇겠지만 초입은 가파르게 오르고 되어 있고
철층계도 있다.
1km 밖에 안왔는데 몸은 흠뻑 젖어 버렸다.
아직은 힘든 줄 모른다.
거의 고도 570∼580m 되는 봉우리를 올려치는데 숨이 찬
다. 걸음거리가 늦어진다.
주위의 나무들은 보통 산에서 보았던 그 종류들이다. 소
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 물푸레나무 등등...
바위 구멍을 통과하여 마지막 암봉 오르니 도명산(643m)
정상.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인증샷도 하기 힘들다.
도 명 산
도 명 산 정 상
몇몇 회원들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고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쓸만한 곳에 자리잡고 간식을 풀었다.
오늘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간식들이 푸짐하지 못하다.
시원한 물이나 막걸리가 꿀맛 같다. 산행을 끝내고 내려가
면 백숙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하니 대강 먹고 출발한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마애삼존불을 만난다. 옛날 낙양사
라는 절터였다고 한다.
마애불은 크기가 꽤나 크나 선으로 그려놓은 정도의 그림
같아 별로다. 고려 초기 작품같다고 하지만 풍화작용으로
얼마나 갈런지?
바로 돌아서 하산을 계속한다. 한참 내려오니 계곡물 흐
르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화양계곡 본류가 아닌 지류인데도 물이 풍부하다. 계속
내려오니 학소교라는 다리에 도달. 다리 밑으로 화양계곡
이 넓게 펼쳐져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다리 위쪽에 제 8곡인 학소대가 있다.
학 소 대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하여 학소
대라 한단다. 계곡의 풍광이 아름답고 물놀이하기에 너무
좋아 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물놀이하고 내려가면 다시
땀이 나니까 아주 아래쪽으로 가서 물놀이를 하기로 하였
다. 화양 7곡인 와룡암(臥龍岩).
용이 누워 꿈틀거리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그리 부른단다.
누워있는 큰 바위가 용 비슷하기도 하다.
와 룡 암
제 6곡 능운대(凌雲臺).
구름을 찌를 듯하여 능운대라고...
능 운 대
제 5곡 첨성대(瞻星臺).
큰 바위가 첩첩이 층을 이루고 있으며 그 위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하여 첨성대라 부른단다.
첨 성 대
화양 9곡의 하이라이트 제 4곡 금사담(金沙潭).
계곡이 넓고 모래가 금싸리기 같다하여 금사담이라 하였다
고 먼저 서술하였고, 계곡 건너 바위 위에 암서재라는 정
자가 있어 풍치가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깊은 산 계곡물은 보통 차디 찬데 이곳 물은 차지가 않
다. 발 담그고 있어도 시리지 않으니 아이들 물놀이하기
정말 안성 맞춤일 것 같다. 암서재로 가려면 계곡을 건너
다녔을 텐데 물이 많아 건너갈 수가 없다. 할 수없이 계
곡 100m 위에 있는 화양 3교로 건너 다녀오기로 하였다.
길도 없는 곳을 헤치고 암서재까지 갔다.
우암선생이 묵고 계셨던 곳에 가까이 다가 갔건만 문은
자물통으로 채워져 밖에서만 선생의 그림자를 그려볼 뿐.
암 서 재
정자 아래 바위에 금사담이라는 글이 암각되어 있었다.
금 사 담 암 각 글 씨
다시 발길을 돌려 산으로 오르면 그 이름도 아름다운 채운
사(彩雲寺)라는 절이있는데 그냥 돌아선다.
구름에 물든 절 채운사에서는 산사음악회도 가끔 열린다고
한다. 계곡 옆으로 바위를 뛰어넘으며 화양 3교까지 돌아
와 계곡을 따라 큰길로 내려간다. 오전에 흐렸던 날씨가
오랫만에 쨍쨍한 햇살을 내밀고 있어 무척 따갑다.
버스정류장까지 내려오니 복날 먹지못한 백숙이 우릴를 기
다리고 있었다. 회장님이 한 턱 쏘신 산물이다.
도명산 산행도 좋았지만 우암 송시열과 함께 한 화양구곡
이 더 머리 속에 남는 하루였다.
제 1곡인 경천벽은 주차장 아래에 있어 관심없이 지난다.
층암 절벽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라나.
제 9곡은 파천이라고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것 같다 한
데서 유래되었다 한다.
희고 매끄러운 너럭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괴산 주위에는 쌍곡구곡, 선유동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곳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 너무나 우리
국토를 모르고 지내온 것 같다.
또한 우암 송시열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미리 알고 이렇게
흔적을 만들어 놓았지만 정치적으로는 당파싸움의 영수에
지나지않은 인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서인의 거두요, 나중에 노론의 거두로써 주자학을 핑계
삼아 학문적 이론을 내세우지만 명나라 사대주의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병자호란을 맞았고 기어이 숙종 때는 귀양
갔다가 사약까지 받는다.
존경할 만한 인물은 되지 못하지만 그의 흔적을 훑어 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본다.
(2011년 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