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도 향일암에서 신년 해를 맞기위해 12월 31일 밤
10시에 여수로 출발하였습니다.
밤길도 미끄럽고 몹시 추운 날씨 탓에 우리 버스 기사님은
무척 조심하여 운전하는 바람에 6시간이나 걸려 여수 돌산
도 금성리 성두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줍니다.
새벽 4시 주차장을 환히 비추고있는 가로등이 졸음을 머금
고 꾸벅이는 듯이 한적한 이곳을 우리 버스가 독차지하고
부산스럽게 일깨웁니다.
집행부에서는 떡국을 끓인다고 야단입니다.팥밥에 소고기
살 조금 넣고 뜨끈한 떡국을 담아 밤바람 맞으며 한 그릇
뚝딱 비웁니다. 생가보다 덜 추운 듯합니다.
보름이 지나 달은 약간 일그러진 얼굴로 우리를 게슴츠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날씨가 흐려 일출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었건만 구
름은 달을 머금었다 풀었다하니 운이 좋으면 일출을 볼 수
수 있을 것 같고...
5시 40분 지나 금오산으로 오릅니다.
헤드렌턴을 키고 앞사람을 따라 개미 뒤따르듯 산으로 오
릅니다. 328m 금오산에 올라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아가려
고 하는데 영 자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냥 모르는 여자와 함께 표지석을 향해 샷타를 눌러 버렸
죠. 토끼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듯 하네요.
능 선 에 서
다시 앞으로 가려고 능선의 목으로 내려갑니다. 앞에 보이
는 봉우리로 다시 올라야겠지요. 323m 금오봉이라는 곳인
데 꽤나 바위들이 많네요. 오죽하면 돌산이라 하였겠습니까?
임 포 항 의 야 경
해를 맞이하려면 산 아래쪽보다 이곳 산등성이가 관망하기에
더 좋겠으나 9시까지 임포주차장으로 모이라고 하니 산 마
루턱에 있다가는 제 시간에 주차장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
아 향일암 쪽으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금오봉 주위나 전망 좋은 곳은 정말이지 인산인해입니다.
옛날부터 해맞이로 유명하여 암자까지도 향일암이라 하였으
니 사람들이 이런 명소를 빼놓을리가 없겠죠. 금오봉에서
향일암까지 나무데크로 층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무데크도 그렇고 돌들도 마찬가지로 살짝 얼어붙어 미끄
럽더군요. 여러 사람들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네요.
그래도 조심조심 향일암에 도착합니다. 이렇게까지 사람들
이 많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어디 얼굴 내밀 곳이 조금
도 없습니다.
향 일 암 경 내
향 일 암 경 내
향일암은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한 절이었는데 조선 숙종 때 인묵대사가 해
를 향한 암자라는 뜻으로 향일암이라 명명하였다 합니다.
해수관음기도처로 전국 4대 기도처에 속한답니다.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한국
의 4대 관음도량 기도처라고 합니다.
물론 주불전이 원통보전이요, 주불이 관음보살일텐데 사람
들이 하도 많아 가까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바닷가 임포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임포마을에도 광장에서 해돋이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돋이 행사를 하는 임포마을 광장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더 알찰 것같아 동쪽 하늘을
한참 응시하고 있었건만 구름 속에서 도저히 얼굴을 보이
려하지 않네요.
7시 40분이 지나 해가 이미 솟아 나왔을 텐데 바닷물 위
에 낀 해무때문에 보이지 않더군요.
할 수없이 임포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해가 낮은 해
무 위로 얼굴을 내민다기에 뒤돌아 카메라에 일출을 담았
습니다.
임포주차장으로 갔더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이곳으로
와서 기다린다고 하였는데 보이지를 않네요.
임 포 주 차 장에서
임포주차장에서 향일암을 끌어 땡기다
주차할 곳이 없어 아래 쪽 큰길가에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버스에 승차하여 오동도로...
여수엑스포가 열렸던 여수항 앞에 있는 오동도는 방파제길
을 따라 걸어서, 혹은 트레일러차(동백열차)로 들어 갑니
다.
여수항에 있는 MVL(엠블)호텔
동백나무, 후박나무, 신우대(시누대, 조릿대)를 비롯한
200여 종의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가 곳곳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오동도 안에 있는 팔손이나무 앞에서
섬 높은 곳에 등대가 있어 에레베이터나 걸어서 오르게 되
어있었죠.
마침 에레베이터가 고장인지 운행하지 않아 걸어서 8층까
지 빙글빙글 돌아 오르니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전망대에서 관망하니 정말 시원스런 바다가 가슴으로 꽉 차
차 오릅니다.
저 앞바다가 밀물 썰물 때 물흐름이 다르다고 합니다.
앞바다에서 조금 북으로 다시 동으로 가면 그 유명한 노량
해협. 이순신장군이 전사한 곳이 바로 이곳이지 않습니까?
여수에 전라좌수영이 있었으니 곳곳에 충무공의 흔적이 남
아있을 듯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용굴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 상 그냥 지
나치기로 하였죠.
다른 곳보다 동백이 크게 자라는 이유는 후박나무가 너무
크게 잘 자라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햇빛
을 받아 보려고 키가 크다고 합니다.
후박나무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한방에서 위장관의 소화
혹은 치료제로 많이 씁니다.
동백이나 후박나무 밑에 털머위가 푸릇 푸릇 둥근 잎을 펼
치고 있고 꽃은 시들었지만 아직 매달고 있었습니다.
머위는 식용이지만 털머위는 독이 있어 식용하면 절대 안되
지요. 또한 털머위는 큰나무 밑에서도 잘 자라는 맥문동같
은 지피식물입니다. 사철 푸른 식물이기도 하고요.
돌아나오면서 오동도를 다시 한번
다시 버스로 돌아오니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라네요. 게장
집으로 우리를 안내하더군요. 게장에 밥 한 그릇 뚝딱.
게다가 두툼하게 썰은 광어회까지 곁들이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회는 어시장에서 준비하여 냉동해 가져왔다고 하네요.
점심식사 후 순천만 철새도래지로...
버스를 세우고 갈대밭 가까이에서 신년제례를 올린다네요.
제례 끝내고 순천만 자연 생태공원으로 입장하였습니다.
갈대숲 사이로 나무데크를 놓아 계속 그 길을 걸었습니다.
바닷물이 유입되는 곳은 다리를 놓아 넘어가도록 만들어 놓
았더군요.
배를 타고 관람하는 곳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산책하기로
하였습니다.
용산전망대까지 가 보려니 너무 멀더군요. 중간에 그냥 돌
아섰지요. 저쪽 갯벌에서 철새들이 떼를 지어 춤을 춥니다.
이것이 바로 군무지요.
아무 보잘 것 없는 갈대밭을 자연 그대로 잘 정리해 놓고
관광객을 끌어드리는 것 자체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향일암 돌산은 해돋이를 본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오동도와 순천만 철새 도래지에
는 어인 사람들이 그리 많이 나와 산책하고 자연을 즐기는
지 놀랠 뿐입니다.
추워서 가능하면 집에서 푹 쉬고 있으리라 생각하건만 의외
로 밖에서 할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
니다. 나도 오랫만에 남도의 명소를 찾아보는 좋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2013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