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정(野停)
2013. 2. 22. 12:08
이번 겨울 산행은 소백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도솔봉을 간
단다. 코스는 죽령에서 도솔봉을 지나 묘적봉을 거쳐 묘적
령까지 즉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을 지나 사동리로 내려오는
코스로 6시간 걸린단다.
겨울 산행이라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우리는 도솔봉에서
바로 사동리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기로 하고 10시에 죽령
주막 건너 들머리로 들어선다.
(도솔봉에서 사동리로 직접 내려가면 4시간 반 걸린다고 소
개되어 있었다)
죽령이 689m이니 도솔봉 1315m까지 대략 650m의 고도를
올려야하는 곳이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와서 산마다 눈들이 수북히 쌓여
있어 산행길이 다져지지않고 눈들이 밟을 적마다 밀려다닌
다. 산 경사지 옆으로 가로질러 외길로 만들어놓아 삐끗하
면 아래로 굴러 떨어질 듯한 그런 길로 몸을 휘청거리며 간
다. 디딘 발이 눈에 밀려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다.
스틱이 없으면 균형잡기가 어렵다.
충북 단양과 경북 풍기, 영주를 가르는 능선을 지나는 백
두대간길이다. 죽령에서 백두대간 등줄기는 못타게 하여
옆으로 벗어나 오르게하여 놓았다.
육산이라 걷기는 편한데 워낙 눈이 많아 내딛는 걸음이 되
밀려 헛걸음질하게 되니 무척 더뎌진다.
서남쪽 흰봉산(1261m) 갈림길(1286m)까지 계속 고도를
높인다. 흰봉산 갈림길까지 3.4km 왔는데 벌써 12시가
지났다. 이곳에서 90도 돌려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
려간다. 처음에는 육산이었으나 산 정상 부위는 바위들로
이루어있어 내려가기가 보통 험준한게 아니다.
눈길에, 빙판에 정말 정신이 없다.
전 같으면 웬만한 것은 뛰어내리고 하였는데 이제는 무릅
보호 차원에서 뛰어내릴 수가 없다.
조심 조심 한발 한발 내려 디디니 속도는 점점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죽령에서 3.9km 지났다는 이정표를 뒤로 하고 또다시 삼
형제봉(1259m)으로 오른다. 웬 작은 봉우리들이 그리 많은
지 모르겠다. 삼형제봉까지 5∼6개 봉우리를 넘나 보다.
속도를 낼 수 없으니 땀은 안나서 좋은데 너무 지체된다.
도솔봉이 보이는 안부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한다.
1시 반이 넘은 듯. 다른 일행들은 벌써 식사 끝내고 일어
나고 우리 4명은 지금 그 자리에 식사하러 앉는다.
뜨거운 물에 누릉지를 풀어 훌훌 마시고 빨리 출발하기로..
너무 늦어 지체할 시간이 없다. 15분만에 다시 출발.
다시 도솔봉을 향해 봉우리를 넘고 또 봉우리를 향해 전진
한다.
기어이 목적지인 도솔봉(1315m) 정상에 도착.이미 2시다.
도 솔 봉 정 상
멀리 북쪽으로 연화봉, 천문대, 소백산이 하얀 소복을 입
은 채 하늘을 뚫을 듯이 솟아 있다. 스카이라인이 장관이
다. 오래 머물 수 없어 인증샷만 하고 빨리 출발한다.
이 주위에 사동리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어야 하는데 보
이지가 않는다. 지도에는 사동리 3.2km, 묘적봉 1-9km로
표시되어 있다.
묘적봉으로 가다보면 사동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겠거니 하
고 계속 전진한다. 목계단을 한참 내려와 다시 두 개의
봉우리를 넘고 넘어 묘적봉(1149m) 도착.
지쳐서 묘적봉에서 쉬고 있는 모습
이제부터는 종아리, 무릅이 아파 오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짜증까지 난다.
어떻게 된 게 내려가는 길이 없지 않는가?
묘적령까지 700m 남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묘적령까지 가
서 사동리로 가는 전 코스로 가야한다는 말이 아닌가?
주저앉을 수도 없고 정말 미치겠다.
묘적봉에서 묘적령까지 가는 중간 쯤 오니 산악대장이 기
다리고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우리 뒤에 7명이 있는데 그들이 걱정스러우니 그들을 데려
오라고 하였더니 중간에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그곳으로
내려보냈다고 한다.
중간에 길이 있었으면 우리도 그리로 내려갔을 텐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행이고 우리만 내려가면 된다.
묘적령에 도착하니 두 명이 더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 3.7km.
눈길 내려가기는 더 힘들다.
미끄러질세라 조심 조심 한 발씩 내딛으면서 내려간다.
묘적령의 고도가 안되어도 800∼900일 것이니 고도 200~
300인 사동리까지 내려치자니 온통 다리가 후들 후들...
목적지에 도달하니 6시다.
상행 6km에 4시간, 하행 6.3km에 4시간. 정말 길고 질긴
강행군의 하루였다.
문제는 후미 7명이 이미 도착하였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다. 중간에 내려오는데 길이 없어 다시 되돌아 제 코스로
온단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걱정이다.
산행대장이 친구한데 전화하여 빨리 차를 가져오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 시골 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임도가 있으니까 임도로 가서 되려오면 되니까. 버스에 올
라 술 한잔 하고 국밥 한 그릇 하라는 데 지쳐서 먹을 수
가 없다. 뒷자리에 가서 눈을 붙이니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한다. 서울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몸이 오싹.
이틀간 밤만 되면 끙끙거리며 앓았다. 이젠 나에게도 긴 산
행은 큰 부담으로 남나보다.
(2013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