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원시림으로 둘러쌓인 경기 제일의 화악산

야정(野停) 2015. 6. 10. 19:11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을 전부터 다녀오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지않아 미루다 이번에 겨우 시간을 만들었다.
경기 5악 중 제일인 화악산.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있는 높은 산으로 
3.8선 상에 위치하였다는 이유로 공군부대가 최고봉인 신
선봉(1468m)을 차지하고 있어 1450m인 중봉이 화악산 정 
상을 대신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제일 높고 남쪽 애기봉을 거쳐 수덕산까지 약 
10km의 능선 경관이 수려하고 시계가 100km에 달하는 등 
조망이 좋아 산림청 선정 100대 산에 들어 있다고 한다. 
아무튼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을 탐방하기 위해 아 
침 5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우선 창동에 있는 소지네로...
소지부부를 태우고 구리로, 다시 구리 청평간 고속화도로인 
46번 국도를 택해 가평까지 간 다음 북면으로 가다가 가평
천을 따라 오르면 명지산 군립공원 입구가 나오고 더 지나 
면 관청리가 나오는데 관청리 보건소 건너편으로 오른다.
중봉 입구라는 표지판이 서있고 승용차 10여 대 세울 수 
있는 공터 밖에 없다.
대성리에서 해장국을 먹고 오는 바람에 8시에 산행을 시작
한다. 큰골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다.
큰골 옆으로 길을 잘 다듬어 포장을 하여놓고 그 주위에 
펜션들이 몇 채 보인다.
잘 익은 오디가 우리를 이끈다.
손과 입술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며 맛있게 오디를 씹는다.
산악회를 쫒아온 산행이 아니니 마음껏 즐기면서 산행한다.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들어서니 입구를 철망문으로 막아 놓 
았다. 그렇다고 못들어가는 것도 아니지만 마을의 상수원 
보호지역이라 보호 차원이라 한다.
주차시켜놓은 지역의 고도가 260m.
계곡을 따라 30여 분 오르니 넓은 계곡에 커다란 바위들이 
있는 소위 마당바위 지역 같은 곳이 있어 쉬어가기 좋게 
되어 있었다. 참외로 갈증을 조금 삭이고 다시 출발.

마당바위 가까이에 있는 물구나무 선 소나무

마 당 바 위 에 서 1.2km 지점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지금부터 된비알이 시작된다.

주위에 고광나무, 국수나무가 곳곳에 우거지고 금낭화가 지천이다. 명지산에서도 금낭화가 지천이었었는데...

고 광 나 무

고 광 나 무 국수나무같은 잡목들이 길을 막아 피해 오르기가 어렵고 또 한 경사는 급한데 흙길은 미끄러워 오르기가 워낙 힘이 든 다. 고광나무가 지천이요, 말발도리, 사위질빵도...

사 위 질 빵 일반 둥굴레야 어떤 산이나 많지만 퉁둥굴레는 그리 많지않 은 놈이다. 전에 명지산에서 관찰되었었는데 가까운 화악 산에서 또 보다니!

퉁 둥 굴 레

퉁 둥 굴 레 이정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 가평군에 아름다운 산이 많으니 군 예산으로 여기까지 손 을 쓰기가 벅차겠지만 그래도 이정표 만큼은 제대로 손을 봐주었으면 좋으련만 좀 아쉽다. 화악산은 완전 원시림을 등반하는 것 같다.

원 시 림 을 헤 치 고

원 시 림 을 헤 치 고 길은 경사가 40도 이상 가파르고 미끄러워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가파른 곳에 로우프라도 있었으면 그것을 잡고 오 를텐데 로우프도 없고 흙길은 미끄럽고... 거리로 2km 되는 된비알을 겨우 올라서니 큰골봉(1090m). 여기서부터는 능선으로 간다.

큰 골 봉 그래도 고도를 360m는 올려야 하지만... 야생화, 산나물밭이다. 금마타리, 은대난초, 엘레지 열매, 모싯대, 어수리 등등.

금 마 타 리

은 대 난 초

엘 레 지 열 매 산을 오르는 중간에서는 독초인 투구꽃과 진범 어린 것들을 보았는데...초오인 투구꽃 뿌리와 진범뿌리는 옛날 사약의 원료로 쓰인 것이다. 박새는 고산지대에만 자라는 식물인지 이곳 1000m 고지 뤼에서도 만난다. 전에 양구 대암산에서, 또한 설악산 서 부능선에서 많이 보았는데 역시 모두 고산지대이다.

박 새 설악산 서부능선에서 처음 본 세잎종덩굴, 마가목, 인가목 이 이곳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고, 나물로 먹는 쥐오줌풀도 있고 백당나무도 가화를 활짝 벌리 고 있다.

세 잎 종 덩 굴

세 잎 종 덩 굴

마 가 목

인 가 목

쥐 오 줌 풀

백 당 나 무

백 당 나 무 온통 꽃밭이다. 철쭉까지 아직도 피어 있고 산목련은 아직 봉우리만 보이고... 북한산에도 있는 꽃개회나무가 이곳에서는 지금 피기 시작 한다. 명지산 꼭대기에서도 보았었는데... 이 아름다운 꽃을 왜 우리가 개량하지 못해 서양 사람들한 테 로얄티를 주고 들여와야 하는지 좀 아쉽다. 미스킴의 라이락이 이놈을 개량한 것이다. 흰 라이락보다 이 놈이 얼마나 더 아름답고 향이 은은한지 모른다.

꽃 개 회 나 무 산딸나무는 도시 주위에서는 이미 시들어 버렸는데 이곳 마을에는 지금 만개해 있다. 산아래 마을 주위에 쉬땅나무도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벌 을 유인하고 있다. 쉬땅나무는 원래 밀원 식물이다. 중봉 정상. 1450m라고 하는데 표지석에는 잘 못 표기되어 있다.

정비되지않은 원시림을 그냥 오르기가 어려웠는지 5km를 8 시에 출발하여 12시 20분에 도착하였으니 시속 1.2km. 대단한 시간이다. 평지는 시간당 4km를 간다는데... 오늘은 산행만 목적을 두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더욱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처음에는 산나물이 시원치않아 그냥 올라왔는데 나중 능선 에서는 나물이 너무 많아 채취하기 시작했다. 모싯대, 쥐오줌풀, 어수리, 참취 등을 채취하며 오르니 시 간이 더 걸릴 수 밖에... 대신 다리 아픈 줄은 모르고 지 난다. 정상 주위에 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족발을 펼쳐 식 사를 한다. 산이 높아서인지 땀이 식으니 으실으실하다. 서울은 30도가 된다는데 산 정상은 한기를 느낀다. 40여 분 식사하고 다시 출발. 올라 온 길로 되돌아 가지않고 애기봉 쪽으로 가다가 중 간에 관청리로 내려가기로... 정상에서 온 길로 150∼200m 되돌아오면 애기봉으로 간다 는 표지가 있다. 물참대가 보인다.

물 참 대 우거진 숲 속으로 내려 꽂으니 역시 미끄럽고 내려서기가 겁난다. 스틱에 의지해 한발 한발 내디딜 수 밖에... 죽은 나무들이 쓸어져 길을 막은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완전 원시림을 헤쳐가는 기분이다. 중봉 정상에서 1.6km 내려 온 지점에서 애기봉으로 직진 하지 말고 관청리로 우회전.

등산로는 부슬 부슬 흙이 무너지고 낙엽이 쌓여 더 미끄럽 다. 정말 내려가기 겁난다. 이런 원시림 산행은 처음이다. 얼마를 내려왔는지 올라갈 때 만난 점(관청리에서 1.2KM 지 점)까지 내려선다. 가뭄이 들어 계곡에 물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더 내려와 발을 계곡물에 식힌 다음 계속 하산한다. 주차장까지 도달하니 4시 20분. 상행 4시간 20분, 점심시간 40분, 하행 3시간 20분, 토 탈 8시간 산행한 즐거운 날이었다. 4시 40분에 사창리로 해서, 광덕고개를 넘어, 포천, 의정 부를 거쳐 돌아왔다. 의정부에서 유제구 교수 부부를 불러 평양냉면집에서 같이 식사하는 것으로 일정을 끝냈다. 오늘은 등산도 등산이지만 화악산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고 풀어 본 진정한 트레킹이 되었다. 등산도 하고 산이 품은 먹거리도 먹어보고 산나물도 구경한 알찬 트레킹이 된 하루였다. (2015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