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 부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화순군에 있는 운주사로 향했다.
천불 천탑이 있다는 운주사(雲住寺).
신라 도선국사(道詵)가 하루 저녁에 만들었다는 천불 천탑이
있다는 절로써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도선이 지은 비보사찰(裨
補寺刹;땅의 기운이 쇠퇴하는 걸 막기 위해 지어진 사찰)이라
전한다.
현재 100여 기의 돌부처와 21기의 석탑 만이 남아 있으나 조
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석불, 석탑이 천개씩 있었다고
쓰여있다 한다.
운주사는 산 위에 두 구의 와불로 유명하고 토속적인 얼굴 모
양, 어눌한 인상, 격에 안맞는 팔과 손, 돌기둥같은 신체 등
이 운주사 불상만의 특징으로 고려시대 석불들의 특징을 가지
고 있다고 한다. 완전 미완의 도량이라 할 수 있다.
영귀산 운주사라는 일주문을 들어서 100여 m 걸어가면 길 옆
으로 어눌한 석불들과 얕은 언덕 위나 길가의 탑들을 만나게
다.
큰 것 중 제일 먼저 만나는 9층 석탑이 있는데 지금은 수리 중
이라 볼 수가 없다. 보물 796호라고 하는데...
조금 앞으로 진행하면 7층 석탑이 2기 제대로 서 있으며, 감실
안에 양쪽으로 석불을 등지게 해놓은 "운주사 석불감 쌍배불
좌상"이 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던 특이한 형태의 좌불로
보물 791호로 지정, 그 뒤로 "원형다층석탑"이 보물 798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운주사 석불감 쌍배불 좌상(보물 791호)
운주사 원형 다층 석탑(보물 798호)
대웅전 등이 있는 건물들을 지나 오른쪽 산으로 가면 또 다른
항아리같은 석탑을 만나고 납작한 원형탑, 마애불 등이 있다.
다시 내려와 건물들의 오른쪽 산으로 오르면 몇 개의 탑과 불상
을 만난다. 그 위에 두 구의 큰 부처가 누워 있다.
아마 조각한 다음 밑을 잘라 세우려고 하다가 하지 못하고 그
냥 놓아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 두 칠 성 별자리 바위
확실한 조성 연대를 알지 못하는 베일에 쌓인 운주사를 떠나
단양 명옥현으로 향한다.
명옥헌은 배롱나무 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절기까지 맞
추어 오지 못하는 아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어찌 그런
호사까지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명 옥 헌 원 림
명옥헌과 명곡 오선생 유적비
명 옥 헌
명옥헌은 명곡 오희도(吳希道)와 그의 네째 아들 오이정(吳以
井)이 이곳에서 글을 읽고 저술을 남긴 별장터이다.
그 앞에 연못을 파고 배롱나무와 적송을 심어 정원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를 명옥헌 원림(鳴玉軒苑林)이라 하여 명승 58호로
지정되어 있다.물 흐르는 소리가 옥이 부딛치는 소리같다하여
명옥헌이라 한단다.
이상한 배롱나무
명 옥 헌 원 림
점심은 담양에서도 유명한 "전통식당"이란 곳으로 갔다.
과거 갑년여행 때 한번 들렀던 한정식집이다.
보리굴비와 떡갈비 추가하여 1인당 3만원.
갑년여행 때도 감명 깊었지만 이번에도 인상깊게 머리 속으로
파고 든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마지막으로 김제에 있는 금산사로 향한다.
모악산을 2년 전에 산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금산사 반대편
에서 올랐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차를 가져갔기 때문에 원점 산행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산 정상
에서 금산사를 내려다 보기만 하고 말았었다.
금산사는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그곳에서 500∼700m 더
들어가야 입구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다.
우리는 일행 모두가 지공파라 그냥 입장한다.
비철이라 입구 안에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 들어간다.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꽤 길다. 아름다운 홍교가 내를 가로
지른다. 보물인 순천 선암사 승선교도 유명하고 송광사 홍교도
일품이지만 이곳 홍교도 그에 못지 않으나 역사가 길지 못한
것이 흠이랄까?
홍교 지나 금강문을 지나고 천왕문, 보제루를 지나면 주불전
광장이 나온다.
아미타불이 모셔진 대적광전이 정면에 있고 오른쪽에 그 유명한
미륵전이 우람하게 버티고 있다.
미 륵 전 ( 국 보 제62호 )
국내 유일의 3층 목전인 미륵전은 국보 62호로 지정되어 있고
이쪽 지역 미륵신앙의 모태가 된 듯하다.
김제가 민족종교인 증산교의 발생지이기 때문이다.
대적광전 앞에 있는 육각다층석탑이 보물 27호, 석련대가 보
물 23호, 금산사노주가 22호, 5층석탑이 25호, 방등계단 사
리탑이 26호, 인조 때 건축한 대장전이 보물 827호, 대장전
앞 석등이 828호이다.
육각다층석탑(보물 제27호)
석 련 대(보물 제 23호)
금산사 노주(보물 제22호)
5 층 석 탑(보물 제 25호)
방등계단 사리탑(보물 제 26호)
대 장 전(보물 827호)
석 등(보물 제 828호)
정유재란 때 불타고 다시 재건한 절이지만 국보 1점에, 보물
10점을 보유한 대찰임에 틀림없다.
봄맞이 하러 떠난 남도 기행을 이렇게 마치고 일행들 모두 제
각각 저잣거리의 악다구리 속으로 하나 둘 조용히 헤어지는 것
으로 이번 여행을 마친다.
(2012년 3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