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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래 향

낮에 입 꼭 잠그고        밤에 날개 펴는 야래향        뿜어 내는 향기가        주위에 가득차        듬뿍 취해 버린다.        철없이 웃자라        잘라주기를 몇 년        그냥 놓아두니        해마다 가을 밤을        쟈스민향으로 물들인다        모기가 싫어하니        모기 퇴치 식물이라나.        노년의 서글픈 가을 밤을        그대가 품어 위로하네.

2024.11.13

꽃눈, 꽃비

꽃눈이 휘날린다. 하얀눈 연분홍눈 봄바람 타고 사방으로 흩날린다. 산비탈 오솔길에 꽃비가 내린다. 하얀비 연분홍비 산벗나무에서 뿌린다. 정릉천 개울에도 배를 띄우고 개울 옆 산책로에도 꽃비를 내려 꽃길로 수놓는다. 아! 사월의 봄날 꽃눈 꽃비 맞으며 산길을 걷는다. 4월 둘째주 빨래골 공원 지킴터를 출발한다. 볼일이 있어 3주간 쉬었더니 다리가 떨어지지 않 는다. 그러니 보폭이 넓게 나오지 않고 힘만 들 수 밖에. 그래도 억지로 삼성암 앞길로 해서 오름 을 시작하여 칼바위 능선에 올라선다. 산에서 내려다 보니 곳곳에 산벗나무들이 하얀색, 연분홍색을 보이며 활짝 피어있다. 문필봉에 도달해 잠간 휴식. 480m 높이의 높이의 문필봉은 칼바위 능선 위쪽에 위치한 작은 봉우리로 미아동, 삼양동 방향에서 산책하려..

2021.04.13

처녀치마

몇 해 전 겨울, 삼각산에서 니찌 산행 중이었다. 겨울인 데도 풀잎이 시들어 죽지 않고 널브러져 있는 것이 있지 않는가? 평일 날 큰 마음 먹고 그 곳을 찾아 보았다. 넓은 치마 땅에 깔고 차가운 날씨 아랑 곳 하지 않은 채 땅의 온기를 보호하더니 따사한 봄날 입었던 헌 치마 위로 새 순 내밀며 보라빛 머리채 풀어 헤치니 벌써 눈치 챈 벌님 찾아와 머리 속을 헤친다. 아직 높은 산 골짜기에는 찬바람이 일건만 낮으막히 앉아 있는 갈퀴머리는 봄소리로 머리채를 흔든다. 고도 600여 m 이상의 골짜기 음지에 자리잡은 처녀치마. 삼각산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으나 무관심하였던 내 눈 에 보일리가 있었겠는가? 백합과 식물인 처녀치마는 잎이 치마를 펼쳐놓은 듯하다 하여 처녀치마라 하였건만 이는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하..

2008.04.08

아쉬움

이 정구 지음싸늘한 새벽 하얗게 뿌려주는 눈 속으로그려지는 영의 그림자그 날의 한 때를추억의 미련 속에남겨 놓게한 영이 고맙기도 미워지기도 하는구나.귀대하는 차창에아쉬움만 서리고달리는 배경이 아지랑이 져마음만으로 환원이 되던 서글픔지금 하얗게 변형되는 순간 속으로미련들을 이겨 넣어 본 화음그 화음의 환상이 총을 겨눈 보초의 상기된 뺨을간지럽게 하는구나그 날의 재회를 기다려 보건만마음의 달램 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하는 처지에서체념만으론너무도 애절하여 지는안타까움만 서리고...아!내 영혼을 어느 하늘로 띄워 버릴가?. 1970년 12월 2일          아   쉬   움     싸늘한 새벽    하얗게 뿌려주는 눈 속으로    그려지는 영의 그림자    그 날의 한 때를    ..

200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