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겨울, 삼각산에서 니찌 산행 중이었다. 겨울인 데도 풀잎이 시들어 죽지 않고 널브러져 있는 것이 있지 않는가? 평일 날 큰 마음 먹고 그 곳을 찾아 보았다. 넓은 치마 땅에 깔고 차가운 날씨 아랑 곳 하지 않은 채 땅의 온기를 보호하더니 따사한 봄날 입었던 헌 치마 위로 새 순 내밀며 보라빛 머리채 풀어 헤치니 벌써 눈치 챈 벌님 찾아와 머리 속을 헤친다. 아직 높은 산 골짜기에는 찬바람이 일건만 낮으막히 앉아 있는 갈퀴머리는 봄소리로 머리채를 흔든다. 고도 600여 m 이상의 골짜기 음지에 자리잡은 처녀치마. 삼각산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으나 무관심하였던 내 눈 에 보일리가 있었겠는가? 백합과 식물인 처녀치마는 잎이 치마를 펼쳐놓은 듯하다 하여 처녀치마라 하였건만 이는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