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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서지(婚書紙) (이우용박사의 글을 퍼옴)

야정(野停) 2006. 12. 7. 18:26

모든 예절과 절차가 시대와 지방에 따라 다르고 변하게 마련이다. 결혼식 풍습이 많이 바뀌었으나 그런대로 예전 풍속이 남아 있는 것은 그래도 납폐(納弊:신랑집에서 신부집에 대하여 혼인을 허락한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내는 예 물)중의 혼수함(婚需函)보내는 풍습이 아닌가 한다. 이때 함 속에 혼서지를 넣어 보내는데 신부에게 무척 중한 것이므로 예전에는 평생 간직하다가 죽을 때 관속 에 까지 넣어 간다고 하였다. 지금도 찬찬한 신부들은 혼서지를 平生 간직하는 경우 가 많다. 예전에도 옷감이나 비녀, 가락지들의 패물은 안에서 장만하지만 혼서(婚書)는 신랑 아버지가 사당 에 告한 다음 직접 써가지고 검정 보자기에 싸서 함 속 에 넣었다. 지금은 결혼식 옷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복집에서 함을 싸주고 인쇄된 혼서지에 나이와 이름 을 적어 보내고, 조금 정성을 드린 경우에는 다른 사람 에게 부탁해서 써서 보내니,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 람이나 자기 이름 이외에는 별 뜻 없이 주고 받는 결혼 식 절차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나도 사실은 아들 장가를 보내면서 한복집에서 함을 싸 고 한복집에서 내준 혼서지에 이름만 써 보낸 것이 두고 두고 아쉬운 마음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내가 며느리에게 예전에 준 옛날식 혼 서지 대신에 내 따뜻한 마을을 담은 새로운 혼서지를 주 고 싶다. 예전의 혼서 伏惟新春 尊體百福 ( 복유신춘 존체백복) 새봄을 맞이하여 존체많은 복 받으시기 바랍니다. 僕之(長子)ㅇㅇ 年旣長成 未有伉儷 (복지(장자)ㅇㅇ 년기장성 미유항려) 저희 장남 ㅇㅇ가이미 나이가 차도 배필이 없사온데 伏蒙 尊慈許以 令愛황室(복몽 존자허이 영애황실) 높으신 사랑으로 소중한 따님을 며느리로 삼게하여 주시니 玆有先人之禮 謹行納弊之儀(자유선인지례 근행납폐 지의) 조상의 예에 따라 삼가 납폐의 의식을 행하오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不備伏惟 尊照謹拜 上狀(불비복유 존조근배 상장) 미흡한 점 용서바라며 삼가 글을 올립니다. ㅇㅇ年 ㅇ月 ㅇ日 ㅇㅇ後人 ㅇㅇㅇ拜上 * 百福 : 만복 僕 : 자신을 낮추는말. 나, 저 年旣長成 : 나이가 이미 차서 伉儷 : 배필 尊慈許以 : 높으신 분께서 이에 허락하시어 令愛 : 따님 황室 : 아내로 주시니 내가 다시 써주고 싶은 현대식 혼서 사돈께 결실의 가을을 맞이하여 존체 많은 복 받으시기 바랍니 다. 저의집 애 ㅇㅇ가 나이가 차서 마땅한 배필을 기다 리고 있던중 마침 귀댁의 따님과 교제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에 재촉하여 만나보니 용모가 반듯하고 성격이 쾌 활하며 모든 행동과 예의범절이 올바르니 마음이 흡족 하기 이를 데 없었읍니다. 이렇게 사돈께서 높으신 사랑과 교육으로 예쁘게 키워 주신 따님을 제 며느리로 삼게 해 주시니 기쁜 마음으로 정중한 예에 따라 납폐의 의식을 행하오니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미흡한 점 용서 바라며 삼가 글을 올립니다 ㅇ 년 ㅇ월 ㅇ일 사제(舍弟) ㅇ ㅇ 드림 며느리에게 가을이 되었구나 . 우리집 큰애 ㅇ ㅇ가 나이가 들어서 배필을 맞이할 때 가 되니 기대가 컸었다. 옛부터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잘 된다고 하였으니 어찌 며느리 욕심이 없었 겠느냐? 내가 너를 처음 보니 반듯한 용모와 쾌활한 성격, 바른 언행이 훌륭한 부모님 슬하에서 지극한 사랑과 교육으 로 바르고 아름답게 자란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반가웠다. 우리 가족은 하루 빨리 네가 우리 집안의 일원이 되어서 가족의 정을 나누고 사랑하며 만대를 이어갈 수있는 기 쁨을 나눌수 있기를 따뜻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ㅇ ㅇ 년 ㅇ ㅇ 월 ㅇ 일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