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숲을 헤치고 산행한 포천 청계산

야정(野停) 2007. 9. 14. 12:06

올해는 유난히 무덥고 여름이 더 길어 사람들을 무척 지치게 하는 해인가 보다. 8월이 지나 9월 초순인데도 선선한 기운이 없으니... 9월 둘째 일요일인 9일날 제인산우회 제104차 산행을 포천 청계산에서 가진단다. 경기도에는 청계산이 세군데가 있는데 (과천 청계산, 양평 청계산, 포천 청계산) 그 중 하나인 포천군 일동 면 기산리와 가평군 하면에 접해 있는 청계산을 이번 에 선택한 것이다. 아침 7시에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나기 로 하였으니 5시는 기상하여야 할 것 아니겠는가? 어제 2시 반에 귀가한 나는 5시에 기상한다는 것이 죽 기보다 더 싫었다면 거짓말일가?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고 준비하고 집을 나서니 6시. 집에서는 얼음물 한통만 달랑 준비하고 나서는데, 마 침 옆에 있는 떡집이 문을 열었기에 좋아하는 꽁꼬물 로 버물인 떡 한팩을 사서 빽에 집어 넣었다. 마을버스를 타면서 소지에게 전화를 하니 불통. 어제 전화를 걸어 놓을 걸. 무엇하느라고 출발 전에 겨 우 전화를 하니, 바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고... 약속한 현대백화점 압구정접 주차장으로 가려고 지하 철 출구를 나서는데 땅이 흠뻑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소나기라도 왔단 말인가? 집에서 나설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강남에는 소나 기가 한차례 지나갔나 보다. 워낙 무더우니 국지적으로 소나기도 뿌리겠지. 주차장으로 모이는 친구들 반갑게 손인사 나누고 있는 사이, 인천에서 출발한 전세버스가 도착하였다. 차에 오르니 모두 36명. 모처럼 잘 참석하지 않았던 장 동철 전 주 스페인대사, 장명호 아리랑 T.V 사장,남기 석 증권회사 이사, 정수철 요업기술원 원장 등이 어부 인과 함께 참석하니 버스가 꽉찬 느낌이 든다. 이번에는 타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방식대로 밥, 국을 준비하고 삼겹살까지 준비하였다 한다. 이렇게 하려면 식자재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이것들은 인천 길산악 회의 도움을 받은 듯... 또한 길산악회 여성 산악대장님이 같이 참석하여 오늘 의 길 안내를 하여 주신다고 인사 소개가 있었다. 차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가 구리에서 북쪽으로 방 향을 잡아야 한다. 구리에서 일동 방향을 타고 올라가야 할 버스가 양평 쪽으로 간다. 우리 움직이는 내비게이션 검암이 이를 즉각 제지, 차를 돌려 구리로 향하게 한 다음 일동 방 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청계저수지 부근에서 하차하여 산행 시작. 9시 40분 쯤으로 기억된다.

          입구에 있는 지도

         입구에서 단체사진
일반적으로 팬션이 늘어서 있는 동네 길을 통과하여 길마제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안내지 도가 세워진 뒷쪽 길을 따라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 길로는 서너채의 팬션들이 있는 길인데 한 1km 가 다가 다리를 건너지않고 계곡 옆 바로 오르는 산길을 택한다. 지도 상으로는 큰골ㅡ 삼선탕ㅡ 망고대로 가 는 코스이다. 한북정맥을 북쪽에서 타고 내려오다가 청계산 주봉인 시루봉을 한바퀴 돌아 오르고 다시 한북정맥 남쪽으로 따라 산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길매봉으로 올랐다가 계곡을 통해 청계저수지로 원점 회귀 한다고 한다. 산으로 들어서니 풀들이 무성해 길을 덮으려고 하고, 길에 있는 돌들은 물기를 머금어 조금만 한눈을 팔아 도 미끄러져 발목 다치기 십상이다. 조심조심 살피며 풀을 헤쳐 나가자니 힘이 더 든다.

        풀 숲에 숨어 버린 길과 사람들
나는 야생화나 풀에 조금 신경을 쓰자니 남보다 더 조 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파른 길도 나오고, 미끄러운 길도 나오고, 칡으로 뒤엉켜 터널을 형성한 곳은 구부 리며 지나기도 하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자연 그대로의 산행. 곳곳에 멧돼지 배설물이 산재해 있고... 어릴적 소 꼴 먹이며 야산을 휘젓고 다니던 추억이 새 록 새록 되새겨진다. 옛날 어릴 적에도 지금같이 풀이 많이 우거졌다면 헤치고 다니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미로같은 길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능선에 오르니 겨우 바람을 맞는다. 어떻게 올라왔느지도 모르겠다. 오솔길 따라 오다 보니 능선에 다다랐나 보다. 이 능선이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귀목봉, 청 계산,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아니던가? 능선 길도 만만치가 않다.

         터널을 통과하는 제포 이우진
나무가지 장애물이 너무 많아 조심하지 않으면 상처를 입는다. 인천 길산악회 이대장이 앞에 가면서 종이 위 에 화살표시된 표시물을 깔고 가니 뒤따르는 친구들은 그 표시대로 따라 가면 된다.

       터널에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산행대장과 강진철
전 달에 국망봉에서는 야생화가 무척 많았었는데 이곳 에는 그리 흔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국망봉 능선에는 이질풀과 며느리밥풀이, 정상 넘어에 는 짚신나물이 흔하게 퍼져 있었는데 이쪽 청계산은 짚 신나물과 여뀌 등이 보인다. 한삼덩쿨은 어디나 흔해 빠진 것이니까 생략하고... 청계산 정상 400m 전에 이정표가 있는데 청계저수지에 서 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삼 거 리
우리가 지금 올라온 길은 실은 동물보호를 위해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출발한 지점에는 그러한 표시글이 하나도 없었다. 청계산 정상 시루봉은 층계를 한참 오르는 곳에 있기 에 끙끙거리며 정상 팻말이 있는 곳에 올라 도장을 찍 고 주위를 관망한다. 날씨가 너무나 쾌청하여 사방이 시원히 보인다. 북쪽에 강씨봉, 더 멀리 북망봉, 동북쪽에 명지산, 그 사이 귀목봉이 가까이 보이고 서남쪽으로 길매봉, 그 멀리 운악산이 눈 앞에 펼쳐진다.

          멀리 명지산, 가까이 귀목봉

         청계산 시루봉 정상에서
오던 길로 되돌려 한 200 여m 돌아와 넓은 공터에서 간식과 음료로 목을 축인다. 현재 여기까지는 1명 빼고 모두 도착하였다. 2시간 걸려 정상 시루봉을 다녀오고 30여 분간 음료와 간식을 먹은 다음 다시 출발. 일부 힘에 부친 일행들은 조금 후진하여 곧바로(왼쪽 으로) 하산하는 길로 하행하고 나머지는 바로 왼쪽으 로 길매봉으로 향했다. 길매봉으로 가는 친구들은 "산짐승"으로 구분되고 바 로 하산하는 팀은 "산을 즐기는 사람"으로 누가 신조 어를 만들어 냈다. 우리는 서남쪽으로 산을 내려 가는 데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길마재. 여기서 부터 다시 길매봉(735m)으로 오르게 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청계저수지쪽으로 하산하 는 곳이다. 남아있는 현재 인원 14명은 곧바로 직진하 여 길매봉으로 오른다. 아직까지 지나온 청계산과는 달리 이곳은 약간의 암릉 이 있는 그런 봉우리이다. 특이한 점은 청계산 시루봉 쪽에서 보지 못했던 "포천 구절초"가 산재해 있다는 것. 흰색이 주로 있었지만 가끔 분홍색도 보이고...

         포 천 구 절 초


        포천 구절초(코스모스같은 잎을 보고 구분)

포 천 구 절 초
구절초는 들국화라고 흔히 말하지만 실제 들국화라는 것은 없고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를 통털어 일컸는 다. 구절초는 잎이 쑥처럼 여러갈래 찢어진 형태로 쑥 부쟁이, 개미취와 구분되고, 포천 구절초나 한라 구절 초는 그 지역에 특성적으로 자생하는 구절초로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 구절초는 잎이 넓게,크게 쪼개져 있으나 산구절 초나 포천구절초는 쑥같은 잎이 코스모스처럼 잘게 갈라져 있고 산이나 바위구절초는 꽃이 더 작은 것으 로 비교될 수 있다고 본다. 구절초란 9월 9일 아홉마디를 이룬 풀 줄기와 잎을 채 취 말려서 쓰는 식물이라는 것이란다. 실제로 구절초 는 한방에서 혹은 민간에서 부인병에 많이 쓰이는 약 제로서 일반 구절초, 산구절초, 포천구절초 모두 쓰인 다.

         지나는 길에 있는 고목
구절초이야기는 그만 하고 길매봉은 암릉을 오르는 산행이어서 인지 숲울 헤치고 오르지는 않았다. 길매봉 정상에서 숨을 고르고 청계저 수지 쪽으로 하산.

         길 매 봉

역시 길이 가파르기는 시루봉에서 내려오든 것이나 마 찬가지. 그러나 이곳은 길을 덮는 잡숲이 없다.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가파른 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내려오니 발끝이 신발에 찧여 몹시 아팠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계곡은 보이는데 물은 없고 바람 한 점 없다. 다시 숲이 시작되면서 계곡을 이리 저리 건너며 내려오니 갑자기 작은 폭포가 나타난다. 땅 속 에서 스며 나온 물이 바위를 넘어 폭포를 만들었다. 수량은 적었지만 목말하기 딱 제격이었다.

             복 계 폭 포

모두 젖은 웃도리를 벗고 목말로 더위를 식힌다. 나는 식수가 모자라 물통에 물을 받았다. 흐르는 물이 아니라 솟아 넘친 물이라 먹어도 괜찮다 는 산악대장의 말에 마음껏 물을 마셨다. 오늘은 준비하였던 식수가 모자라 무척 고난스러웠다. 친구들에게 한 병은 신세를 진 것 같았다. 우리 산악대장은 복계폭포라고 하는데 인터넷에 다른 이름도 등장하는 것 같았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냥 넘어 가고... 복계폭포에서 20여 분 더 내려오니 팬션 마을에 도달 하게 되고 한 10여 분 더 지나니 청계저수지 입구 출발 한 곳으로 돌아온다. 대강 5시간 가량 산행을 한 것 같았다. 그동안 기사님이 준비한 삼겹살에 맥주로 목을 축이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 산행을 하면서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던 특이한 산행으로 머리 속에 기록될 것 이다. (2007년 9월 9일 포천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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