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퇴계가 그렇게도 사랑한 금수산

야정(野停) 2008. 11. 18. 20:55
오늘은 미투산악회에서 제천과 단양의 경계를 이룬 금수
산(1016m)을 산행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금수산(錦繡山)이란 곳도 많은가 봅니다.
내가 알기로 포천에도 금수산이 있고(이곳 산행도 정말
재미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인적이 드물어 자연 그대
로의 모습을 간직한 산이었음) 평양에도 금수산이 있는
것을 보면 금수라는 뜻이 좋은가 봅니다.
제천의 금수산은 전에는 백운산 혹은 백암산이라고 불
렀으나 조선 중기 이퇴계가 재임하면서 그 경치가 "비
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고 하여 금수산으로 바뀌었다
고 합니다.
전에 금수산 줄기로 가은산 둥지봉을 산행한 적이 있는
데 청풍호반을 배경 삼아 등산로가 나 있어 정말 풍광이
좋았고 즐거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내륙쪽에
있는 금수산 최고봉을 가게 되었으니 충주호의 비경을 
비경을 또 다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
습니다.
금수산은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주차장에서 오르는 코스
와 반대로 단양군 적성면 상리 상학주차장에서 오르는 코
스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천주차장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하였기에 그곳으
로...
용담폭포 조금 밑에서 오른쪽 길로 방향을 틀어 금수산
주능선인 쇳고개 작은문, 관음능선, 서팽이고개를 지나
정상으로, 내려올 때는  살개바위에서 좌측으로 망덕봉
까지, 망덕봉에서 좌회전, 암릉지대를 통과해 용담폭포
를 지나 출발지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를 선택하기로 하
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상천 주차장을 출발 15∼20분 만에 보문정 사 위에 있는 백운산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택하려 고 하는데 이정표가 없어 백운산장에 가서 길을 물으니 산불 방지를 위해 출입을 금지시킨다고 하네요. 할 수 없이 직진하여 용담폭포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가 서 오른쪽 길을 택해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용담폭포는 내려올 때 보기로 하고... 상천리 주차장에서 보문정사까지는 마을인데 마을 길 옆으 로 산수유가 쭉 심어져 있었습니다. 많은 산수유 나무가 빨간 열매를 탐스럽게 매달고 도열해 있으니 우리들의 마음까지 풍성하여 지는 것 같았습니다. 계곡으로 접어든 발길은 울굿 불굿한 빛으로 물든 산에 취해 깔깔거리며 삼삼 오오 그룹을 지어 산길을 따라 갑 니다.

바람 한 점없는 푸근한 날씨에 땀이 초가을날보다 더 심하게 흐르는군요. 출발점부터 정상까지 3.5km. 대략 고도 300m 정도 남았는데 거리는 500m. 이 주위가 들뫼 삼거리일텐데 표지석도 없고 삼거리인지 도 모르고 그냥 스쳐갔습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산불 방지 때문인지 지금 금수산 은 상천리 주차장에서 정상, 고개넘어 상학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한 코스만 열었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이정표 까지 없애서야 되는지? 차라리 이유를 들어 당분간 폐쇠를 한다는 팻말을 세우든 지? 마지막으로 올라치는 길이 보통 곧추선 것이 아닙니다. 곳곳에 낙엽은 수북하게 쌓여 쿠션은 좋았지만 가파른 언덕은 오히려 미끄러워 걷기가 어려웠습니다. 주로 나무 층계를 만들어 놓았기에 어렵지는 않았지만 너무 가파라 숨이 턱 밑까지 차는 데는 별 수 없더라구 요. 정상이 가까워지니 슬슬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합니 다. 푸근하던 날씨가 기온이 점점 내려가나 봅니다. 내일과 모래 기온이 무척 떨어진다고 하더니 그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정상.

사방 경치가 다른 곳보다 무척 아름답고 산을 휘어 감은 청풍호반이 무엇보다 아름다운 곳인데... 호반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모두가 한폭의 그림인데 아침부터 낀 안개는 하루 종일 걷힐 줄을 모르는 군요. 충주호에 휘감긴 금수산, 옥순봉, 구담봉, 빨간 깃을 올린 옥순대교, 장회나루, 아무리 감정이 없는 사람도 감탄사를 절로 토해낼 만한 그런 그림인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1016m에 세워진 금수산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고 바로 그곳을 떠나 가파른 나무 데크를 타 고 내려 갔습니다.

정상 표지석이 있는 정점이 너무 좁아 일행들도 모두 넘 어 갔는지 몇사람 보이지 않더군요. 나무 계단을 타고 한 10여 분 내려 오면서 왼쪽 망덕봉 가는 길이 보이면 그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하였으나 사 거리는 보이지않고 좌측으로 난 길도 눈에 띄지 않았습 니다. 살개바위 고개에 이르니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 밖에 보 이지 않아 모두 그 쪽으로 내려갈 밖에... 회장님도 산불 방지 때문에 모든 길이 폐쇄되었으니 그냥 상리 상학 주차장으로 가자고 하네요. 일부는 벌써 그 쪽으로 내려갔고... 그러나 산행한지 2시간이 넘어 1시가 지났으니 넓은 자리를 잡아 점심을 먹고 가야 할텐데 넓은 공터가 보이 지 않습니다. 거의 정상에서 20여 분 이상 지나 절마당이라는 곳에 다 달으니 그래도 넓은 것 같아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간식 거리를 풀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회원 중 한 사람이 아 들 결혼식이 있어 여러 명의 회원이 빠졌고 또한 김장 때문에 여성 회원의 수가 좀 적었습니다. 그래도 40여 명이나 되었지만 여성회원이 좀 적어서인지 반찬이 풍성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점점 한기를 느껴 오랜 시간 만찬을 즐길 수 없었습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낙엽이 덮혀 있어 한결 걷기가 편하고 쉬었습니다. 낙엽송이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 입어 얼마나 순결하고 깨끗한지 꼭 껴안고 싶은 마음이었죠. 우리 재래종 소나 무와 달리 쭉쭉 뻗은 나무에 가지런히 달려있는 노란 가 시옷. 가늘고 길이는 짧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무에 남아 앙상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가여운 아낙. 낙엽송 군락을 언제 벗어났는지 앞에 갑자기 남자 거시 기가 길을 가로 막습니다. 이곳이 남근공원이라나요.

금수산은 여인이 누워있는 자태로 옛부터 남근석이 세 워져 있었는데 조선 말엽에 파손되어 다시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고도 500m나 되는 이곳에 이런 공원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실제로 금수산에서 북쪽으로 두 계곡 넘어 제천시 금성 면 성내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동산이라는 곳으로 오르는 중간에 한수 이남에서 제일 아름다운 남근석이 있다고 합니다. 비교하라고 인터넷에서 퍼 왔습니다.

이쪽으로는 산행코스가 달라 가 볼 수가 없었죠. 남근공원에서 쉬었다가 상학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길은 임도(林道)인지 차까지 다닐 수 있게 넓게 만 들어 놓아 정말 편하게 내려올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 뒤돌아 보니 낙엽송들이 너른 계곡을 수놓아 더없 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느덧 높게 매달린 감들이 송알 송알 맺혀 있어 내마음 을 어린 시절로 송두리채 빼앗아 버립니다.

400고지 정도되는 산골 마을에 넓게 조성하여 놓은 상 학주차장에 도착하였지만 우리를 태울 버스는 아직 오지 를 않았더군요. 원점 산행한다고 떠났기 때문에 연락이 늦은 기사님, 아직 도착을 못한 것이죠. 점점 쌀쌀하여지는 날씨를 견디기 어려워 모두 모여 스트 레칭을 10여 분 이상 하였더니 추위가 좀 가시더군요.

뒤늦게 도착한 버스에서 미리 끓인 찌게와 소주로 목을 축인 후 5시 쯤 그곳을 떠났습니다. 산행은 점심시간 합쳐 4시간 반 정도 하였고 상행 3.5 km, 하행 2.3km 도합 5.8km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2008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