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단풍 산행은 서산시와 예산군에 위치한 가야산
으로 정하였다고 합니다.
아침 새벽에 인천에서 출발한 버스는 6시 50분 압구정
역 공용주차장에서 우리를 픽업하기로 하였습니다.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택해 달리기 시
시작합니다. 오늘은 산행 겸 문화 탐방을 겸하는 날로
남연군묘, 가야산, 개심사, 서산 마애 삼존불, 해미읍
성까지 다녀 온다고 하니 서산 마애불을 보고 싶어 했
던 나에게도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는 중간에 행담도 휴게소에서 잠간
쉰 다음 해미 I.C를 빠져 나와 예산군 쪽으로 가서 덕
산면 상가리에 있는 가야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9시 반에
도달하였습니다. 곧 이어 산행 시작.
왼쪽으로 가야산(678m), 중간에 석문봉(653m), 오른
쪽으로 옥양봉으로 병풍을 쳤고 병풍을 이어 곡장 역할
을 하고 그 아래 아늑한 곳, 자궁 한 복판에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南延君)의 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지관들이 풍수를 공부하는 데 필수 코스인 남연군
묘. 좌청룡 우백호의 전형적인 묘자리. 정만인이란 지관
이 흥선군을 찾아와 2대 천자지지(二代 天子之地; 2대
에 걸쳐 왕이 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하여 포천에
있던 부친 묘를 이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고종과 순종 2대에 걸쳐 왕을 하였으니 그
지관의 말이 맡기는 맞었군요.
그 남연군 묘소를 자세히 보고 왼쪽으로 내려와 산으로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방에 울굿 불굿한 단풍들이 가을을 만끽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말라 떨어지는 잎도
꽤나 있지만...
상가 저수지 위쪽으로 약 1.1km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
데 바로 가면 헬기장으로 가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가야봉, 석문봉으로 가는 길이라 합니다.
대략 600여 m 오르면 삼거리 쉼터가 또 나옵니다.
이곳에서 왼쪽은 가야봉, 오른쪽은 석문봉으로, 가야봉
은 중계탑이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석문봉으로 향했죠. 대략 1km 되는 길은 경사
가 무척 가파라 최대한 힘을 써야 합니다. 땀 뻘뻘 흘
리며 능선에 올라 한 숨 고르느라 쉬어 갑니다.
이제부터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마루로 400여 m
를 가야 합니다. 시야가 터지니 양쪽으로 펼쳐진 산야
가 울긋 불긋 물들은 채 화려한 모습으로 비쳐지고,멀
멀 서해 바다까지 조망권 안에 들어 옵니다.
약간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능선따라 가니 그리
힘들이지 않고 석문봉(653m) 정상에 도달합니다.
가야산 석문봉이라는 표지석이 있고 그 옆에 해미산악
회에서 세운 "백두대간 종주 기념탑"이라는 돌탑을 있
더군요.
우리는 정상에서 조금 비껴 여럿이 앉을 수 있는 공간
을 찾아 가져온 간식거리를 풀었습니다.
대략 2시간 걸려 석문봉까지 오르고(남연군 묘에서 우
리는 꽤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점심식사를 1시간 정도
하고 12시 반에 하산 시작합니다.
능선을 따라 오른쪽 옥양봉이나 왼쪽 가야봉으로 갔다
가 원점 회귀하는 것이 일반 산행이나 우리는 석문봉
뒤로 넘어 개심사쪽(일락사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석문동 뒤로 일락산(521m)까지 뻗은 길은 꽤나 멀었습
니다 .일락산 오른쪽 계곡이 용현계곡이라고 하지만 계
곡까지 가 보지는 못했고.
일락산 정자에서 잠간 쉬고 이정표대로 개심사 쪽으로
계속 갑니다. 평탄한 대로에 옆에는 소나무가 도열하
여 아취를 이룬 길도 있었습니다.
길이 좋아 그냥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니 왼쪽으로 난
길을 택해 가야하는 곳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소지가
열심히 표지를 붙여 놓았는데 마지막 표지를 못보았습니
다. 옆으로 난 길이 눈에 들어 오지 않더라구요.
옆 길을 보았으면 주의 깊게 표지를 찾았을 텐데...
아마 1km는 더 갔다가 돌아 온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한 500∼700m 내려오면 그 유명한 개심사.
조계종 제 7교구 수덕사의 말사이긴 하지만 전 문화재
청장 유흥준씨는 우리나라에서 5대 절 중 하나라고 까
지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산에서 내려 오면서 먼저 만난 전각이 산신각.
산신각에서 5분 정도 내려 오니 돌로 담을 이룬 집과
명부전, 요사채를 지나고 그 밑에 석가모니를 주불로 모
신 대웅보전을 만나게 됩니다.
조선 성종 때 지은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보물
143호로 지정된 다포계, 주심포를 겸한 건물입니다.
개심사는 익히고 다듬고 꾸민 소위 익혀지은 절이 아니
라 날로 지은 절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목재를 생긴대로 굽은대로 그대로 사용하여 지었으니 날
로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세월이 지나 때도 묻고 세월도 흘러 훈훈한 정까지 깃
들어진 개심사. 마음을 열고 불가의 세계로 들어 오라
는 곳. 대웅전 왼쪽에 있는 심검당(尋劍堂;지혜의 칼
을 갈아 無明의 풀을 벤다는 뜻)의 부엌에 쓰인 제멋대
로 된 재목들, 범종각 기둥, 요사체의 담 기둥 등등.
이 모두가 얼마나 자연스러우며 멋있는 발상인가?
대웅전 앞에 있는 안양루에 있는 "象王山開心寺(상왕
산개심사)라는 현판이 있는데 이는 해강 김규진이 쓴
글씨라고 하네요. 해강 김규진은 1870∼1930년대에
사셨던 분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절에 그의 흔적이 남
아 있다고 합니다.
안양루 한단 아래 경지(境池)라는 연못이 있는데 그곳
을 건너려면 외나무 다리를 밟고 건너야 합니다.
그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서 사바세계의 모든 잡념을 잊
고 마음을 열어 정화시킬 수 있는 그런 외나무 다리였
는데 아쉽게도 경지를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황토를 깔기도 하고...
모처럼 찾은 개심사 였는데 정말로 아쉬움이 가시지 않
았습니다. 아 참, 개심사의 해우소.
우리 어렸을 때(약 50∼60년 전) 시골 뒷간 그대로 였
습니다.그래도 일을 본 다음 낙엽으로 덮으라는 부탁
의 말로 애교가 묻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경지 위쪽에 앙상하게 발가벗은 배롱나무.
300년은 족히 넘은 듯한 그 나무도 외나무다리를 건너
와야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었을
텐데...
단풍이 깃들어진 주위가 얼마나 화려한지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일주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꾸불 꾸불한데
이는 마음을 더 가다듬고 순화시켜 불국토에 들어 오라
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으 듯...
일주문 벗어나 정차되어 있는 버스까지 오니 2시 30분.
뒷풀이를 하고 상경하기 바쁘다고 서산마애불과 해미읍
성은 다음을 기약한다고 합니다.
할수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이만.
(2008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