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울릉도, 남해 제주도, 서해에는 어떤 곳이 야생화
의 보고일까?
충청남도 당진 앞에 있는 풍도를 꼽는데 누구도 부인하
지 못할 것이다.봄의 전령들이 온 섬을 덮어 놓는 이러
한 풍도를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러한 풍도를 방문하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왕경호가 있는데 하루에 한번
밖에 정박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풍도에 들어가 하루 묵
고 이튿날 돌아오는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
그러니 하루 밖에 시간이 없는 사람은 왕경호 타고 다녀
올 수가 없다. 배를 전세 내어 다녀 오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적어도 15명 이상이라야 되지 않겠는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 보고 있는데 지인으로 부터 전화
가 왔다. 과천에서 사진 작가들이 배를 대절하여 다녀
온다고 하는데 끼워준다고 한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낯선 사람들과 전화로 연락을 취하고 이튿날 4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차를 타고 만나는 장소인 과천
그레이스 호텔 앞으로 갔다. 6시 20분까지 모두 13명이
모여 봉고와 일반차 두대에 분승하여 대부도 옆에 있는
는 선재도로 향하였다.
선재도의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물이 너무 빠져 배를
띄울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영흥도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탔다.
이곳 말고도 충남 당진 대산항에서 떠나는 방법이 있고
서산 삼길포항에서 가는 방법이 있지만 서울 주위에 있
는 사람들은 충남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잘
이용하지 않는다.
봄 시샘을 하듯 날씨가 영하를 가르키는지 두터운 옷을
벗어 던진 사람들은 추위에 어쩔 줄을 모른다.
배를 탔어도 바람이 심한 선실 밖에는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실내에 앉아 있으니 풍도에 도착하였다 한다.
대략 1시간 내로 걸린다는 시간이 조금 돌아오는 바람에
약간 지체되었다.
풍도는 행정구역이 안산시 풍도동이고, 대부도에서 직
선거리로 24km 거리에 있으며, 40여 가구 130인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또한 산비탈을 개간해 밭 작물을 조
금 생산하고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또한 풍도는 물길이 깊고 갯벌이 없어 이곳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도리도로 건너가 풍부한 굴, 바지락을 채
취한다고 한다. 도리도로 갈 때는 이불, 술단지 등 가
재도구와 개까지 같이 들어가 1년의 반을 그곳 토굴 속
에서 생활하거나 천막을 치고 생활한다 한다.
1982년 방송사에서 이들의 생활을 다큐로 방송을 하였
는데 당시 전두한대통령이 이를 보고 집을 한 채씩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도리도는 화성군에 속해 있어 안산과 재판 중이
라나. 서로 자기네 땅이라고...
풍도에서는 봄에 달래, 두릅 등이 나고 여름에는 더덕,
둥글레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늦은 봄부터 우럭, 꽃게,
소라 등이 잡힌다 한다. 당진에서 1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나 생활권이 인천이어서 인지 전에는 인천,지
금은 안산으로 행정 구역이 소속되어 있으며, 섬 안에
풍도 분교가 있는데 학생이 4명, 선생님이 2명이고 파
출소가 하나 있으며 경찰 혼자 치안을 맡고 있다고 한다.
또한 1894년 7월 25일 풍도 앞바다에서 고승호(청국
군함)가 일본 군함의 포탄을 맞고 침몰하여 1100명의 청
나라 병사가 수장되어 청일전쟁의 서곡이 울렸다 한다.
이러한 풍도가 언제부터 방송을 탄지 모르지만 봄을 일찍
알리는 전령들의 천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배에서 내려 앞에 보이는 야산으로 오르면 5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산으로 들어 서면 샛노
랑 꽃잎을 동그랗게 펼쳐놓은 복수초가 곳곳에 무리지어
있다.
개 복 수 초
유난히 꽃잎이 많은 개복수초
(겹꽃 개복수초라 이름 붙여 보았다)
행복하게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 이른 봄 눈
이나 얼음을 뚫고 피어 나오는 복수초, 이 놈을 보면
축복받은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복수초는 영어로 아도니스(Adonis)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 중 아도니스라는 잘 생긴 청년이 있었는데
그를 보자 마자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에 푹 빠
졌다 한다.
어느 날 아도니스가 산에 갔다가 멧돼지한테 물려 붉은
피를 흘리며 죽었다. 이 붉은 피 위에 핀 꽃이 아도니스
라고...(서양 아도니스는 붉은 꽃이 핀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땅 속에 움추렸다가 봄에 피어 나는
복수초. 일 년 중 반은 땅 속에서 페르세포네와 살고
반은 지상의 아프로디테와 살도록 제우스가 허락하였다
고 한다.
이곳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개복수초이다.
복수초는 꽃대가 먼저 돋아 나고 개복수초는 잎과 같이
돋아 나온다. 또한 복수초는 꽃받침이 8장이고 개복수초
는 꽃받침이 5장이다. 가지복수초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서 없어졌고 2007년 3월 31일 개복수초로 통일되어 있
는데 아직 수정이 되지않았으나 그 후 논문에서 우리나
라에 자생하는 복수초를 복수초, 개복수초, 세복수초로
나눈다고 한다.
조금 더 산을 오르니 노루귀 밭.
잎을 돌돌 말고 솜털들이 뽀송 뽀송 하게 돋아 땅 밖으
로 밀어 내는 모습이 어린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노
루귀라고 한다. 노루귀는 여러 색갈을 표출하는데 흰색,
보라색, 자주색, 분홍색 등으로 나타난다.
앙증 맞기 그지없는 노루귀는 역광으로 촬영해야 털을
잘 표현할 수 있다.
100∼150m 더 오른 구릉에는 온통 하얀 지뢰밭이다.
발 디딜 짬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변산 바람꽃이 흰 꽃을
하늘거리며 우리를 반긴다. 정말 이렇게 많은 꽃을 한자리
에서 볼 수 있다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나무 그루터
기, 돌 틈새, 아무 곳에나 뿌리를 내리고 얼굴을 내민
모습이 무엇 같다고 표현해야 할 지?
워낙 짧은 시간에 피고 져서 한 두송이만 보아도 운이
좋다는 것인데 온통 구릉 쪽 대지를 덮고 있으니 감탄사
가 절로 나온다.
분홍색을 띈 변산 바람꽃
30여 년 야생화를 사진에 담았다는 사진 작가도 "평생
에 이렇게 많은 변산바람꽃을 한 자리에서 본 적이 없다"
라고 하였다 한다.
바람꽃의 흰꽃잎 같은 것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으로
가화(假花;가짜꽃)이고 그 안쪽에 깔대기 같은 초록색
(혹은 연노랑인 것도 있음) 부분이 꽃잎이다. 산수국이
나 산딸나무 가화와 마찬가지로 곤충을 유인하려 꽃잎
같이 보이게 한 것이다.
변산 바람꽃보다 좀 늦게 피는 꿩의 바람꽃도 있다 하
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꽃받침잎을 다물고 오리 주둥이 내민 듯 서 있는 놈,
세송이 보았을 뿐.
봉우리는 오무려 있고 잎은 돌돌 말려 영락없이 꿩의 발
모양을 닮았다 하여 꿩의 바람꽃이라 한다는데...
그렇다면 붉은 대극은 어디 있으며 중의 무릇, 산자고,
광대 나물은 어디있단 말인가?
남들은 풀밭에 누워 작품 사진 만들기 바쁘지만 나는 식
물 개체 알아 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방을 훑
어 보았다. 아래로 내려 갔다가, 산을 넘었다가, 하기
를 두 세번. 아래로 다시 내려가 오른쪽의 다른 느티나무
있는 쪽으로 가다가 다시 산으로 오르니 그 곳에도 복수
초가 사방에 있다.
염소 농장 철조망 따라 오른쪽으로 또 가니 변산 바람꽃
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계속 전진하니 꿩의 바람꽃이 군데 군데 보이는데 역시
꽃받침잎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거의 끝 무렵, 어떤 산소에 도착하니 꿩의 바람꽃이 모
두 얼굴을 내밀고 있지 않는가?
부리나케 촬영을 하고 일행들이 있는 변산 바람꽃 밭으
로 가서 꿩의 바람꽃이 있는 장소를 가르켜 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 부터 들은 붉은 대극이 있다는 장
소를 머리 속에 그려 가며 그곳으로 향하였다.
산을 넘고 다시 선착장 반대쪽으로 내려 가는 길 옆에
울긋 불긋 내민 대극 잎. 이곳 대극은 처음에는 풍도
대극이라고 하였단다. 풍도와 충북, 전남 세 곳에 분포
되어 있는 풍도 대극은 붉은 대극과 비교하여 같은 것
으로 판명되어 그냥 붉은 대극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국가 표준 식물 목록에는 아직도 따로 기록되었
다 한다.
산 아래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대극이 더
피어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점심시간이 더 늦어질 까
봐 갈 수가 없었다. 이곳의 붉은 대극은 붉게만 싻이
돋는 것이 아니고 초록색으로 돋아 나기도 한다.
붉은 대극을 촬영하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치기로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꿩의 바람꽃은 개화 시
기가 변산 바람꽃보다 조금 늦고 산자고, 광대나물은
더 늦게 개화되는 것을 알았다. 중의 무릇도 낙엽을 들
추어 보면 어린 싻이 겨우 얼굴을 내민다고 하는데 그렇
게 까지는 하지 않았으니 우리 눈에 보일리가 없다.
한 가지 이름을 모르는 새순을 촬영하였기에 그냥 올려
본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선착장 주위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서는 냉이 나물, 바디나물이 나오는데 이는 이곳
의 특색 식품이다.
바디나물은 항궤양, 항알러지, 항균작용이 있는 나물로
써 그 뿌리는 한방에서 전호라고 하여 해열 진통 거담에
쓰인다. 즉 감기약의 재료가 된다.
이곳 주민들의 수입원이 신통치 않은 것에 대비해 관광
객들이 한 끼 식사라도 팔아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차
원에서 점심식사를 그 섬에서 한 것이다.4시 넘어 섬을
떠나 돌아 오다가 중간에 배를 세우고 낚시를 드리워 보
았다. 30여 분이 지나도록 조그만 입질도 없어 그냥 낚
시대를 걷고 영흥도로 돌아왔다.
(2009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