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칼바위능선을 샛길로 가기

야정(野停) 2010. 7. 6. 16:45
각종 모임에, 또한 휴일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에
나서 보지 못한 지가 달포 이상 된 것 같다. 
그동안 대략 1시간동안 월미도 산책이 고작이다. 산행을 
못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요사이 식사만 하면 배가 맹꽁이
배로 변하여 숨쉬기가 거북할 지경이다.
7월 첫째 일요일도 약국 문을 여는 날이지만 어떻게라도 시
간을 빼서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양구와 인제의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을 간다는 산악회가 있어 그곳에 신청
을 하여 놓았었는데 금요일부터 몰아치는 장마비에 일요일날
좋은 일기를 기대할 수 없어 캔슬하고 말았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그렇게 맑을 수
가!    나의 기분이 영 씁씁하여 진다.
그러나 이미 가지않겠다고 답을 한 이상 대암산은 갈 수 
없고 오후에 칼바위능선이나 다녀 오기로 마음 먹었다.
점심 후 3시에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땅에서 올라오는 훈기와 습도 높은 공기가 어우러져 훅훅 
한다. 집에서 빨래골관리소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빨래골관리소에 들어서니 직진 코스에 십자로 가는 새로운
길을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나무데크로 길을 잘 다듬어
놓아 산책하기 무척 편안해 보인다. 둘레길이란다.
둘레길 오른쪽으로 천천히 데크를 밟고 오르다 보니 삼성암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에 있는 송신탑 옆으로 길을
택하면 능선길을 택하게 된다.
능선을 타고 천천히 오르면 오른쪽에 삼성암이 보이고 전진 
하면 비알이 심한 봉우리로 오르게 되는데 경로가 여러개
있다. 왼쪽으로 가다가 능선 바위로 그대로 치고 오른다.
평탄한 길은 아닌 온몸으로 운동할 수 있는 벅찬 길이다. 
칼바위관리소에서 칼바위능선으로 오르는 주능선을 만나는 
지점에 가까이 오니 오른쪽으로 전에는 보지 못한 샛길이
하나 보인다.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았다. 
혼자 산행하니 주위의 풀과 나무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가 
있어 좋았다. 돌 틈에 양지꽃 종류가 자리잡고 있기에 자
세히 보니 뿌리에서 돋아난 잎이 모두 세개의 잎을 하고 
있기에 옳다구나, 이것이 세잎양지꽃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확인하여 보니
  세잎양지꽃은 3∼4월에 꽃이 피고
  양지꽃은    4∼6월에
  돌양지꽃은  6∼7월에 꽃이 핀다고 되어 있으니
내가 관찰한 양지꽃은 돌양지꽃으로 동정할 수 밖에 없다.
모델 선택도 정말 웃긴다. 대강 보았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
해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지금 보니 영 말이 아니다. 
꽃잎이 찢겨 엉망인 이런 모델을...

어떤 산에나 소나무와 참나무류는 많다. 2년 전부터 공부하는 참나무류에 대해 하나 하나 다시 고 찰하고 싶다. 먼저 보이는 잎, 손바닥만한 잎에 테두리는 물결치듯 경계 를 이룬 이 나무는 떡갈나무이다. 떡갈나무와 갈참나무는 털이 있어 떡이 붙지않아 옛날 떡을 싸는데 사용하였다 한 다. 그리고 신갈나무는 짚신바닥에 깔았다하여 신갈나무라 고 한단다.

떡 갈 나 무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산 아래 아파트로 숲을 이룬 방학 동을 시작으로 중량구까지 렌즈에 담아 보았다.

대략 경사 40도 되는 바위를 기어 올라 숨을 고르면서 앞에 서있는 나무를 보니 떡갈나무와 비슷하나 톱니가 다른나무? 신갈나무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앞쪽 바위로 건너 올라 서려는데 몽실 몽실 작은 꽃봉오리가 나를 유혹한다. 자세히 보니 작살나무. 잎과 뿌리를 자주(紫珠)라 하여 각종 출혈에 쓰인다.

오늘 산행에는 새로 산 레저용 GPS를 테스트한다고 거리와 시간, 고도를 체크하면서 올라 왔는데 다 잊었다. 게다가 낯선 길로 산행을 하여서 인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 었다. 칼바위로 해서 대동문,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려 가려 하였는데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그냥 문필봉까지 갔다가 돌아서기로 마음 먹었다. 길 옆으로 조록싸리가 지금 막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고 또 한 개옻나무와 비슷하고 가지에 잎같은 것으로 날개를 달은 붉나무(오배자나무)가 눈에 들어 온다.

붉 나 무

고도 490m인 문필봉에 도착. 약 10여 분 쉬고 돌아 선다. 500ml 짜리 얼음물이 동이 날 즈음 빨래골 관리소 거의 다 왔다.관리소 가까이에서 상수리나무 발견. 굴참나무, 밤나무와 잎은 비슷하지만 굴참나무는 콜크층이 층이 두터운 것으로 구분한다. 굴피집의 지붕도 굴참나무를 벗겨 올린 것이다. 밑에 있는 잎과 줄기는 모두 상수리나무이다. 굴참나무 잎도 비슷한데 잎 뒷면이 약간 흰색을 보인다. 이는 털이 많기 때문이다.

상 수 리 나 무
집으로 천천히 걸어 온다. 식물 관찰한다고 천천히 움직이기도 하였지만 문필봉까지 3시간 20분이나 걸린것은 너무 늦은 산행이다. 거리가 왕복 7.8km로 측량되었지만... 오랫만에 몸도 풀고 식물도 관찰하고 싶어서 핑계삼아 움직 여 본 하루였다. (2010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