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음력으로 10월 21일.
이틀만 있으면 소설(所雪)이라는데 날씨는 종 잡을 수가 없
다. 전 주에는 티셔쓰 하나로도 땀을 흘리며 산행을 했었는
데 오늘은 보통 바지에 얇은 조끼, 보통 등산복으로 새벽을
나섰는 데도 조금은 쌀쌀하다.
하늘은 여전히 흐려있느지 아침 안개가 끼어 있는지 을씨
년스럽기만 하다.
조금 두툼한 조끼라도 입었으면 좋았을 걸.
11시 가까이 강릉 안인진에 도착하여 괘방산을 트래킹하기
로...
막상 트래킹을 시작하니 얼마 가지않아 웃도리 하나는 벗
게된다. 낮은 그런대로 지낼만하다.
왼쪽으로 내려 보이는 동해바다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딛치는 그림이 가슴 속 묵은 때를 하늘로 날린다.
산 속에 그려진 가는 길로 낙엽이 또르르 굴러내린다.
바람결에 살포시 나부끼는 낙엽 사이로 어인 진달래꽃?
진달래나무마다 한 두송이 꽃이 피어있지 않는가?
한 송이도 아니고 수없이 많다.
우리 집 분재도 두 송이 피었는데...
여름 내내 기나긴 무더위로 이어지더니 나무들도 절기를
잊고 혼돈에 빠졌나 보다.
지구가 뒤숭숭하니 나무들도 갈피를 잃고...
그러니 우리의 지도자도 허둥대는 것이 아닌지?
우리 집에 핀 길잃은 진달래꽃 분재를 신비롭게 생각했었
는데, 괘방산의 시국 모르는 진달래는 더없이 애처로워 그
냥 지나쳐버리지 못한다.
트래킹길이 거의 9km.
능선을 넘고 넘어 정동진에 도착한다.
폐 기차를 이용해 시간 박물관도 만들고 모래시계, 해시계
도 만들어 놓았다.
뭐니 뭐니해도 저 건너편 언덕 위에 배같은 건물이 정말 멋
있게 보인다. 바로 닻을 거두고 멀리 떠날 것만 같은 하얀
크루즈선, 호텔이라고 한다.
정동진을 뒤로하고,.. 시절을 잊은 진달래여...안녕.
(2016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