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가은산 둥지봉--퇴계와 두향의 사랑이 깃든 단양

야정(野停) 2006. 9. 14. 17:13


          가은산과 장회나루 주위지도
제인산우회 정기산행일인 9월 10일 둘째 일요일. 이번에는 제천,단양의 충주호를 이루고 있는 금수산 (1016m) 지봉인 가은산(575m)을 등정하기로 하였습 니다. 가은산은 소백산맥의 월악산국립공원 안에 충주 호를 싸고 있는 산으로 주변 경관이 속된 말로 끝내준 다고 합니다. 아침 7시에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인천에서 먼저 친구들을 태운 차는 정시에 도착하여 서 울에서 합류한 친구들을 태우고 제천으로 향하였지요. 오늘 참석한 회원은 28명에 부인 4명과 11회 권오인후 배까지 합쳐 33명이나 되었습니다.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니 충주호 상류인지 벌써 물이 보이더군요. 호반을 끼고 달리다 옥순대교에 도착하여 단체 사진을 하나 찍고 대교 옆 산으로 오릅니다. 호반 옆의 나무로 드리워진 숲길로 계속 올라 288고지를 지 나 호반과 나란히 남쪽으로 가다가 호반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 20분 정도 내려가면 커다란 새 한마리가 예쁘 게 호반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깃까 지 꼿고 앉은 형태가 옥순봉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음미 하는 것 같은 포근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새바위, 정말 신통하게도 생긴 놈이 산봉우리 에 앉아 있네요.

새 바 위

새 바 위
조금 아래 괴물바위,혹은 작은 새바위,혹은 물개바위라 는 곳이 있는데 이곳의 조망이 얼마나 황홀한지? 단원(檀園) 김홍도가 옥순봉(玉筍峯)이라는 명작을 남 겼는데,그림의 형태가 바로 이 자리에서 보고 그린 것 같았습니다. 김홍도가 영조대왕의 어진(御眞:임금의 옥 체 그림이나 사진)을 그려 그 공으로 연풍현감으로 부 임하여 재직하였고(1795년 까지) 그 이듬해 병진년 화 첩(단원 화첩)이라는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그 속에 옥 순봉도가 들어 있습니다. 이 단원 화첩은 보물 782호 로 지정되어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옥 순 봉

단원 김홍도의 옥순봉도(보물 782호)
꼭 다른 곳에 견주어 말할 필요는 없지만 호반에서 배를 타고 여행하면 중국 장가계 보봉호만 무엇이 못하랴... 단양 팔경중 구담봉, 옥순봉, 이들을 끼고 돌며 깎아지 른 절벽, 절개있게 뻗어나간 소나무, 어디 견주어도 부 족함이 없는 경관이리라. 게다가 이 괴물바위에서 내려 다 본 산수경관은 어떠한지 아는가? 오른쪽 물길 위에 빨간 벼슬을 매달고 하얗게 뻗친 옥 순대교, 죽순같이 뻗어 오른 옥순봉, 봉우리 위에는 수 염 한 털 뻗어오른 듯한 소나무, 옥순봉 왼쪽으로 바 위 그림자가 물 위에 비친것이 거북이 같다는 구담봉 (龜潭峰), 말목산 끝, 장회나루, 제비봉, 굽이 굽이 휘돌아 가는 호반, 모두가 그림같은 산하요, 살아있는 그림입니다.

괴 물 바 위에서

옥 순 대 교
이곳에서 옆으로 물가 쪽으로 내려갑니다. 어찌나 가 파른지 곳곳에 밧줄을 묶어놓아 그것에 의지하고 내려 옵니다. 물가까지 내려와 지나는 배를 바라보며 땀을 식힙니다. 다시 오른쪽으로 직접 산을 오리기 시작하는 데 시작점에 "벼락맞은 바위"라고 하는 3∼4층 집채만 한 바위 두개가 딱 벌어져 있었습니다. 이를 벼락맞아 쪼개졌다고 벼락맞은 바위라 한답니다. 무척 가파라 곳 곳에 밧줄을 매어놓은 곳이 많으며 밧줄에 의지하지않 는 니찌산행도 즐길 수 있는곳이기도 합니다. 계속 오 르면 둥지봉(430m)에 도달하는데 이곳을 꼭지점으로 하 여 다른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이 우리의 스케줄입니다.

벼락맞은 바위

둥 지 봉
점심할 자리가 마땅치않아 오른쪽으로 계속 하산하여 
둥지고개라는 평평한 곳을 찾았습니다. 역시 이곳 둥지
고개에서는 구담봉, 말목산 끝, 장회나루가 골고루 보
이는 시원한 곳이었습니다. 하산은 내륙 수풀지대를 통
하여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대략 4시간 정도걸린 것 
같습니다.

둥지봉을 이룬 암벽

장 회 나 루 쪽

구담봉, 제비봉, 두향묘

장회나루 건너 말목산 자락에 두향의 묘가 있다는데 
시간이 모자라 들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었습니다.
장회나루 뒷동네 두향리에서 태어난 두향은 단양 관기
로서 퇴계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여인입니다.퇴계가 
단양군수로 부임해 있을 때 퇴계와 인연이 되어 일편
단심으로 섬기었으나 열달만에 풍기군수로 전임하게 
됩니다. 떠나는 퇴계의 봇짐 속에는 수석 두개와 두
향이 선물한 매화 화분 하나였다고 하네요.
지금 도산서원 입구 절우사(節友社)란 정원에 심어져
있는 매화도 그 후손이라 합니다.
작년 도산서원을 방문하였을 때 우리는 그 매화나무를 
보았습니다. 도산서원 완락제(琓樂齋)에서 돌아가시
기 직전 그의 유언은 매화꽃에 물을 주라는 것이었습 
니다.퇴계가 10개월만에 단양을 떠나 풍기군수로 임
하자 두향은 구담봉 앞 강선대(降仙臺;퇴계선생과 시
조를 같이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곳)가 보이는 언덕에 
초막을 짓고 은둔생활을 하였고 퇴계가 안동에서 타
계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결하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유언대로 강선대 옆 강가에 묻었다고 하는데 
충주땜 때문에 물이 차게 되자 언덕 위로 이장시켰다
네요..
애절한 사랑이 깃든 두향의 고향에서 삽겹살로 뒷풀이
를 한 후 제천에 있는 김병주와 작별하고 상경하는 버
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물이 빠졌을 때 가끔 보이는 강선대 (퇴계와 두향의 사랑이 깃든 곳)

(2006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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