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무박으로 다녀온 설악산

야정(野停) 2006. 9. 20. 16:54

한 5년만에 설악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때는 한계령휴게소에서 끝청을 거쳐 중청, 대청봉을 오른 후 오색으로 하산하였는데 한여름 얼마나 더운지 남보다 먼저 하산하여 오색온천에서 목욕까지 하였었지 요. 목욕을 끝내고 나오니 그때 다른 일행들이 내려오 더군요. 이번에는 동네 미투산악회에서 설악산으로 산 행을 떠난다기에 따라 나섰습니다. 오색을 출발하여 대청을 오른 후 천불동 계곡으로 해서 설악동으로 하 산하는 코스라고하네요. 토요일 밤 10시 삼양동 국민은행 앞에 집합한 미투회 원님들,모두 45명이 정각 10시에 출발하였습니다. 영동 고속도로를 지나 오색 약수터 주차장에 2시 반에 도착, 준비하여 간 까스버너로 국을 데워 밥 한그릇 말아 요 기를 하고는 3시 20분 남설악 매표소를 출발하였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휴대용 랜턴을 머리에 얹고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하였지요. 남쪽에서 태풍 소식이 있고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 가 걱정스러웠지만 그 당시에는 비도 오지않고 바람도 없었습니다.



                  밤중에 눈에 띈 도룡뇽

밤 중이라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둠뿐, 발 앞의 길만 보 며 계속 전진합니다. 이번 여름 수해가 얼마나 컷든지 계곡마다 산사태가 지고 일부 인공 구조물 들은 그대로 빠져 아랫쪽으로 떠내려간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습 니다. 설악폭포 주위에서는 계곡을 건너 올라야 하는데 모두 길을 몰라 한참을 우왕 좌왕 하였습니다. 수해로 길이 없어져 알 수가 없었던 거죠. 낮이면 그래도 쉽게 찾 을텐데 개울 건너 있는 이정표가 보일리가 없었습니다. 계곡을 건너 계속 오르기만 합니다. 능선도 없이 오르니 숨이 목까지 차고 땀은 비오듯. 가끔 쉬어가면서 인원도 점검합니다. 선두 그룹이 14 ∼5명 되었습니다. 먼동이 틀 무렵 대청봉에 도착하였습니다.그래도 기념 촬영은 하여야 하겠죠. 방한파카를 꺼내 입고 손이 시려워 장갑을 끼고 사진 촬영을 하고 인원 점검하니 12명. 후미도 기념촬영을 해 주어야 하는데 추워서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대 청 봉 이 정 표


                   대      청      봉

모두 중청대피소로 하산. 3시간 40분 만에 중청대피소 에 도착하여 가져온 간식을 풀어 요기를 하고 다시 출 발하였습니다. 중청대피소가 비좁아 우리가 계속 자 리를 차지할 수도 없었죠. 20분 후 소청봉 쪽으로 하 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  청  대  피  소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을 향해

중청대피소에서 보이는 공룡능선과 화채봉이 장관이
었습니다. 하산하면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을 하였죠.소청봉에서 20분을 내려오니 쌍갈래길.



               소청봉에서 희운각으로 오며 보이는 공룡능선

오른쪽으로 천불동 방향, 왼쪽이 용아장성 능선으로 가는 길로 봉정암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봉정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데 들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계획된 코스인 희운각 대피소로 향했습니다. 1시간 정도 걸려 희운각에 도착하여 세워져있는 이정 표를 살폈습니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 무너미고개에서 왼쪽으로 가야동계곡과 공룡능선으로 가고 오른쪽으 로 내려가면 천불동이라 합니다. 1부 그룹은 미투산악회에서도 거의 노장들만 있어 이 번에 공룡능선을 타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있겠느냐 며 공룡을 선택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공룡으로 하산 하면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 외에 약 3시간 정도 시간 이 더 소요된다는 말에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천불동으로 가도 주차장까지 6시간 이상 걸릴텐데 3시 간 더 산행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리일 것 같으니 다 음을 기약하자고 하고 무너미고개에서 오른쪽을 택했지 요. 철계단, 돌계단 밟으며 계곡 양쪽에 쭉쭉 뻗은 바 위들을 바라보니 금강산보다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 고 생각되었습니다. 금강산 만물상코스나 여기 천불동계곡이 같더군요. 수많은 군상들이 작은 미물들을 내려다보며 무엇이라 하였을가요? 이제는 지치고 무릅까지 아파서 정말 내려오기가 부담 스러웠습니다. 지팡이로 의지하며 걸어도 자주 쳐지는 데 장사 없더라구요.



                천불동계곡에서 화채봉쪽


                화    채    봉 쪽

천당폭포, 양폭포를 지나 양폭산장까지 1시간 20분, 철계단을 얼마나 밟고 왔는지 모르지만 귀면암에 도착, 또 1시간 20분이 흘렀습니다.

천당폭포에서의 이강길씨

내가 내려오는 것이 안스러운지 조남철씨가 나의 배낭 을 받아 갔습니다. 배낭을 벗으니 몸은 좀 가벼운 듯 하더군요. 귀면암에서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잦은 바위골 입구가 있는데 50m,100m의 폭포가 있어 겨울 에는 빙벽등반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하네요.



화 채 봉 쪽

더 내려오면 설악골 입구. 설악골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M.K 산악회가 자주 찾 는 흑범길 ,석주길, 천화대릿찌라는 것을 집에 돌아와 지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석주길의 숨어있는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을 에리게 합 니다.석주길은 천당폭포에서 세상을 떠난 요델산악회 소속 산악인 남녀 엄홍석과 신현주의 글자를 한자씩 엮 어서 이름지어진 것이지요. 1시간 정도 내려와 비선산장에 도착하니 왼쪽 산 중간 에 금강굴이 까마득하게 보이더군요.



금 강 굴 쪽


용 담 꽃

공룡능선으로 하산하면 마등령에서 세존봉 금강문을 
거쳐 금강굴 아래 계곡을 지나 이곳 비선대로 내려온
답니다.




삼 형 제 길 (장군봉, 무명봉, 적벽)

이곳 비선대까지 오면 다음부터는 평평한 대로를 걷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설악산매표소가 있는 소 공원까지 3.5km로 한 40분 더 걸리지요. 소공원에서 대형주차장까지 2.5km. 대청봉에서 주차장까지 약 14km,대략 6시간 걸린 것 같군요. 오랫동안 산행을 못한 탓인지 나는 힘의 한 계를 느꼈습니다. 2진이 30∼40분 늦게, 3진은 1시간 반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사람의 낙오 자도 없이 45명 모두 완주하였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 습니다. 몇몇은 정말 어려울 줄 알았는데... 미투회원님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떤 산악회도 이런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2006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