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국내)

천년의 숨결을 찾아서ㅡ4 (경주)

야정(野停) 2007. 7. 13. 16:39

⑧남산(南山) 경주에 있는 남산은 오랜 역사와 민족의 얼이 깃든 노 천박물관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으나 기회가 닿지않다 가 이번에 겨우 시간을 내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남산에 어찌하여 많은 불교 유적들이 산재해 있는지를 먼저 음미해 보아야 하겠죠. 신라의 불교는 귀족 불교 이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절을 가까이 할 수 없어 자 연 가까운 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지않아도 토속적으로 돌을 숭상하여 온 민족이라, 그곳에 부처를 새기거나 돌탑을 쌓아놓고 숭상하고 경 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겠지요. 이러한 일이 손쉽게 퍼져 산 전체가 거대한 불교 유적 지가 형성된 것입니다. 남산을 답사하는 데는 세코스 가 있는데 (서남산코스, 동남산코스, 남남산코스) 유적 이 많지않은 남남산코스를 제하고라도 꼬박 이틀은 투 자하여야 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남산코스를 택했는데, 이 코스도 삼릉골에서 금오산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보통 6시간 걸린다고 하 는군요. 서남산 주차장에서 내려 경주 남산연구소에서 나오신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답사를 시작합니다. 삼릉골이란 세개의 능이 있는 골짜기를 가르키는 곳으 로,이곳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천태만상의 소나무 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각가지 모습으로 한껏 뽐내고,그들이 내뿜는 솔향이 가 슴 속 깊이 들어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여주는 곳에 세개의 능이 가즈런히 앉아 있었습니다. 경주에서는 능이 흔하고 특징이 없기 때문에 그저 그러 러니 하고 지나갑니다. 각 능에도 이름이 있지만 모든 왕의 능을 알 수도 없고 또한 누구의 능인지 확실하지도 않다고 합니다.

삼 릉
이곳을 떠나 조금 오르면 목없는 석불좌상을 만나게 됩니다. 삼릉계에 있는 불상이라 "삼릉계 석조여래 좌상"이라 합니다. 어깨에서 흘러내려 매듭진 가사끈과 아래옷을 동여 맨 끈, 무릅아래로 드리워진 매듭 등 복식역사 연구 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하네요.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다음은 바로 옆 왼쪽 언덕 바위에 새겨진 불상. 이름하여 "마애 관음보살 입상". 정병(깨끗한 물이 들어있는 병)을 들고 있는 불상은 관세음보살입니다. 자연석을 그대로 살린 붉은 입술이 인상적입니다.

마애관음보살 입상

계곡을 따라 더 오르니 두개의 바위에 붓으로 그린 듯 선으로 그린 6명의 부처, 이름하여 "선각육존불"(선으 로 새겨 놓은 6명의 부처). 오른쪽 바위 위에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당을 세웠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왼쪽 바위에 새겨진 것

선 각 육 존 불

능선 더 위쪽에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 얼굴부분은 돋을 새김으로, 몸은 얕은 돋을 새김으로, 나머지는 선으로 표현한 독특한 조각수법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바위 속에서 얼굴만 내민 듯한 점이 특이하며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합니다.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

오른쪽 낮은 계곡으로 내려가니 석불좌상이 계곡 밑을 바라보고 있고 뒤쪽에는 두터운 광배가 서너 조각으로 깨어져 넘어져 있었습니다. 앞으로 돌아와 정면을 보니 이게 웬 일입니까? 코와 입, 턱을 성형시켰는데 너무나 엉터리였습니다. 눈 위로 보이는 인자한 모습이 얼굴 아래쪽 때문에 엉 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복원한다고 하네요. 정식 명칭은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고 보물 666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보물 666호)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보물 666호)

계곡쪽으로 내려가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니 삼선암이 란 암자가 나타납니다. 암자가 있는 곳은 산마루의 7∼8부 높이가 되는 곳입니 다. 암자 위쪽에 "마애 석가여래좌상"이 있는데 머리쪽 은 바위에서 많이 돌기되어 조각하였으나 몸쪽은 그냥 바위에 선각시켜 바위에서 밖으로 나오듯 조각하였습 니다. 목도 앞으로 많이 숙여 예불하는 사람을 내려보는 것 같이 조각하였습니다. 남산에 있는 좌불 중 두 번째 크다고 하네요.

삼선암 마애석가여래 좌상

이곳을 떠나 산마루로 오르니 넓은 바위가 평상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냉골 암봉위 바둑바위라고 한다네 요.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랫마을을 내려 보고 물 한잔 마시고... 금오산 정상으로 가면서 용장사지까지 관찰하면 좋 겠지만 우리는 오후에 경주박물관을 관람하여야 하 기 때문에 하산길을 택했습니다. 삼릉골 입구 왼쪽으로 망월사, 삼불사가 있는데 그 곳에서 조금 오르니 석불 세개. 주위에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아 이곳에 세우고 최근에 전각까지 만들었다 고 하네요.이를 "배리 석불입상"이라고 합니다. 이 동네가 배동, 전에 배리라고 하였기 때문에 배리 에 있는 석불입상라고 그렇게 지었겠죠. 이 삼존불은 아미타불, 관음, 대세지보살로써 모두 웃 음짓는 얼굴 표정과 뺨에서 인간적인 정감이 넘치는 불상으로써 7c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보물 6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배리 석불입상(보물 63호)

이상 남산에는 많은 석불과 마애불과 사찰이 있지만 그저 양념으로 끝을 맺고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관 찰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남산에는 13점의 보물이 지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겨우 2점밖에 관찰하지 못하여 무척 아쉽게 되 었습니다. (2007년 7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