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에 가지않고 마눌과 함께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
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시간을 여유있게 잡고 지하철로
동대역까지 가서 국립극장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지요.
걸어서 가는 길에 만나는 장충단공원.
공원 안에는 장충단(奬忠壇)이라는 비가 세워져 있는데
오늘에야 그 비의 내력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장충단은 명성황후 시해 직후 일본인을 물리치다 순직한
많은 장병들을 제사 지내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나중에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순국한 이들도 추가하여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충단이란 비의 글씨
는 순종이 황태자였을 때 쓴 글씨라고 하네요.
그 장충단비를 지나니 수표교(水標橋)가 놓여져 있었습
니다.
이 수표교는 처음에는 마전교(馬廛橋)라고 하였는데 청
계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수표(水標)가 세워지면서
수표교라 불리었던 것으로 청계천 복원할 때 이곳으로
옮겼다 합니다.
화강석으로 깎아 만든 석재를 짜맞추어 세운 돌다리로서
기둥은 둘로 나누어 만들었는데 아래는 거칠게 다듬질
된 네모돌로 세우고 그 위에 잘 다듬은 네모난 돌로 만
들어 2단으로 포개 쌓았는데 위에 있는 돌은 모서리를
물의 방향에 맞추어 배열한 것이 특이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돌다리의 양쪽 언저리에는 돌난간을 세웠는데 한쪽
마다 엄지기둥 11개를 세우고 사이에 동자기둥 한개씩
세워 육모로 된 난간석을 받쳐 놓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조선시대 돌난간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랐
다고 하네요.
수표교를 뒤로 하고 길을 따라 오르니 국립극장이 나타
납니다. 지하철 동대역에서 12∼13분 거리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 국립극장을 찾은 것이 처음입니다.
정말 정서적인 문화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죠.
국립극장에는 메인격인 해오름극장이 있고 옆으로 달오
름, 별오름이 있으며 야외극장인 하늘극장도 있습니다.
뮤지칼 명성황후는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고 일요일은 낮
시와 저녁 6시 두차례에 걸쳐 공연하는데 나는 2시 공
연하는 것을 관람하기로 하였습니다.
해오름극장에 들어가 인터넷으로 예약한 티켓을 받아들
고 객석으로 들어갔습니다.
극장 안이 너무나 덥더군요.
좌석 앞쪽 고급석으로 가서 앉으니 무대는 가까이 잘
보였으나 정면이 아닌 측면인 것이 조금 아쉬었습니다.
정시에 시작하는 뮤지칼 명성황후.
우리 손으로 제작한 뮤지칼이 12년동안 유명한 국제무
대를 누비며 공연하였지만 지금에야 관람할 수 있는 기
회를 잡은 것이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1997년 뉴욕 링컨센터에서는 기립박수를 받았던 작품인
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러한 자리를 가져보지 못했죠.
명성황후 역에는 이태원과 이상은, 두 사람이 교대로
출연하는데 오늘은 이태원씨가 맡았다고 하네요.
명지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전임교수인 이태원씨를 오늘에
야 처음 알았고..
이문열 원작 "여우사냥"을 윤호진씨의 연출로 제작한
이 뮤지칼의 오늘 출연진은 현 대경대 뮤지칼과 교수인
조승룡씨가 고종으로, 프리랜서인 이희정씨가 대원군으
로, 미우라에 이종문, 홍계훈에 이필승씨가 출연합니다.
1막과 2막 그리고 맺음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막에는 경복궁에서 고종과 민자영의 혼례를 시작으로
대원군의 쇄국정책, 무과시험과 아들을 얻기 위한 굿판,
마침내 아들을 얻고, 수구파와 개화파의 당쟁, 구식군의
반란으로 명성황후 피신,다시 청나라 원세개에 의해 대
원군 추방, 일본의 미우라가 등장합니다.
2막에는 경회루에서 갑오경장의 축하 연회,
청일전쟁의 승리로 의기양양한 이노우에가 명성황후를 회
유하려 하나 오히려 러시아를 끌어드리고, 명성황후 암살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홍계훈이 일본과 끝까지 맞서 싸우
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고,마지막으로 처참하게 살해되는
명성황후.
맺음막으로 명성황후의 혼이 나타나 온 백성에게 결연히
일어나 험난한 앞날에 맞서 줄 것을 당부하고 조선의 무
궁을 기원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내용이야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를 뮤지컬로 보니
새삼 가슴이 뭉클하고, 또한 일본이 우리를 얼마나 얕잡
아 보았으면 구중궁궐 깊은 곳에 있는 황후를 사살할 수
있었을가, 정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월드컵 때 똘똘 뭉쳐 대한민국을 외쳤던 때의 애국심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열정이 용솟음침은 부정할 수 없었습
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마당놀이는 본 적이 있지만
뮤지칼로 보는 역사의 한편도 가슴을 꽤나 찡하게 하더
군요.
국립극장에서 12월 28일까지 공연하고 내년 1월 12일
∼13일은 청주 예술의 전당, 1월 19일∼20일은 부산 시
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라 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본 것을 늦게 보고 수선을 떤 느낌
입니다. 죄송합니다.
(2007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