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 제인산우회를 따라 강화 석모도에 있는 낙가산, 해명산을 다녀 온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다른 모임에 서 다시 그곳을 찾는다고 하기에 따라 나섰습니다. 버스는 조용한 새벽길을 가르며 쉽게 강화대교를 건넙니다. 강화대교 옆 휴게소에 버스를 세우고 버스 옆에서 김밥 1 줄에 된장국 마셔 가며 아침 요기를 합니다. 잠간 휴식이 끝난 다음, 차는 외포리 선착장으로... 선착장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차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바로 카페리에 버스와 사람을 싣고 떠납니다. 거리가 너무 짧아 10여 분 만에 석모도에 도착합니다. 석모도는 행정 구역 상 강화군 삼산면이고 해명산과 낙가 산, 상봉산 이상 세개의 산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하여 삼 산면이라 하였다 합니다. 그러나 석모도 제일 북쪽에 상주 산이 떡 버티고 있는데 이곳은 쏙 빼고... 이 말이 맞을런지... 확실한 해설은 아닐 듯 합니다. 버스가 출발하여 대략 10여 분 만에 도착한 곳이 산행 들 머리인 전득이 고개 입니다. 전득이고개에는 차들을 주차 할 수 있게 넓은 공간을 확보시켜 놓았고 이정표도 세워 들머리 지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여 놓았습니다. 일행들 모두 모여 기념사진 찍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등산로 종합안내판
버스가 온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산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 합니다. 조그만 산을 두 세고개 넘으니 해명산이라는 표지석이 나 오더군요. 높이 327m 이지만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그저 시원하다는 말 밖에...
오른쪽으로 물길 건너 강화 본 섬이, 왼쪽으로 넓게 펼쳐 진 삼량염전, 그 넘어 점점이 소송도, 대송도, 더 멀리 주문도, 아차도, 불음도가 산수화 펼치듯이 펼쳐집니다. 이미 4월이라는 계절은 여름이라는 범주에 묻혀 버려, 이 런 계절에 산행을 하는 우리 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되어 버립니다. 그런 우리를 해명산 서쪽바람이 가슴까지 서늘 하게 씻어 주니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소?
우리 일행들 풍광을 즐길 줄 아는지라 곳곳에 앉아 간식 거리를 펼쳐 놓습니다. 시원한 막걸리를 나누든가, 과일을 깍아 돌리고, 하다 못해 어름 물, 냉 커피까지 나눠 마시 며 땀을 식힙니다. 길가에 있는 작은 조팝나무 가지에는 하얀 눈송이 매달고 있는 듯 화사한 솜꽃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전득이 고개에서는 벌써 산철쭉이 우리를 반기고 위로 올 라 가면서 진달래, 산벗, 분꽃나무 등이 산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제비꽃, 개별꽃, 현호색 등도 길가에 앉아 나느네가 반겨 주던 말던 고고히 자태를 뽑내고 있었지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뜯고 있길래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둥굴레라고 하네요. 그 어린 순이 둥굴레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 큰 실수는 깜빡하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계속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서 양쪽으로 펼쳐진 시원한 바다를 안주 삼아 콧노래 부릅니 다.
능선 길에 가끔은 바위길도 나타나고 쇠 로우프로 설치된 길도 있고... 쉬엄 쉬엄 워킹을 할 수 있는 그런 산행 길입니다.
해 명 산 표 지 석
전득이고개에서 해명산까지 1.8km, 대략 40여 분 걸리고 해명산에서 방개고개, 새아리고개를 지나 낙가산까지 2.6 km,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우리는 천인대라는 넓은 바위 위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는 회원에, 뒤에 속속 합류하는 회원, 모두 자기 배낭을 펼칩니다. 그러나 일부 회원은 벌써 다음 목적지인 상봉산 쪽으로 갔다고 하네요. 우리 안 식구도 앞으로 가 있는 것을 되 돌아 오라고 전화 하였습니다. 항상 무엇을 그리 푸짐하게 싸 오는지 산에서 이런 만찬 은 없을 겝니다. 팥밥을 한통(7∼8인분), 쌈 한 묶음, 돼지족발, 새우튀김, 부침, 백세주, 막걸리, 소주, 없는 게 없어요.
시원한 막걸리 한잔 하면서 시야는 멀리 해안가에 다다릅 니다. 넓게 펼져있는 삼량염전 왼쪽 끝으로 민머루 해수 욕장이 아련히 보이는 듯... 영화 "시월애" 촬영지로 이정재가 개흙으로 머드팩을 하 였던 유명한 곳이라죠? 점심을 끝으로 계속 직진하여 316m의 상봉산으로 갈 사람은 가고 나머지 는 그냥 보문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상봉산 쪽으로 가다가 절고개에서 좌회전하면 보문사 로 내려가는 길. 보문사 울타리를 끼고 주차장까지 갔다 가 다시 보문사로 내려갑니다.
보문사 오르는 길에서
오래된 느티나무와 자연 암반동굴로 된 나한전과 멀리 보이는 눈섭바위
신라 선덕여왕 4년에 희정대사가 창건한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상 관음 기도처로 유명합니다. 관음기도처는 소원을 잘 들어 준다지요, 아마. 보문사 주 전각인 극락보전. 서방정토인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불이 주불로 모셔져 있고 관같은 것을 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불로 모셔져 있었습니다.
극 락 보 전
왼쪽 옆 자연 암반 밑에 있는 석실은 18나한을 모신 나 한전으로 유형문화재 27호 입니다. 3개의 무지개 모양을 한 홍예문으로 입구를 만들어 놓았 으며 내부 감실에 모셔져있는 나한들은 어떤 어부가 그물 에 걸린 돌들을 꿈에서 시킨대로 가져다 모셨더니 불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석실 앞에 있는 향나무
석실 앞 홍예문
석실 내부(감실에 모셔진 불상들)
보문사 극락보전 뒤 모습
이곳 범종은 높이 2.15m, 무게 5톤이나 되어 국내 최대 범종이라 합니다. 극락대전 오른쪽으로 419개의 계단을 오르면 천인대 밑 눈섭바위라는 곳에 도달하는데 이 눈섭바위의 눈섭 밑에 부처를 새겨 놓았습니다. 이는 1928년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웅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조각한 것으로 높이가 9.2m, 너비가 3.3m 되는 관음보살상입니다. 유형문화재 29호라고 하는군요.
마애 관음보살상
마애불에서 내려다 본 보문사와 바다 위의 소송도, 대송도
보문사 절터에서 눈섭바위로 오르다 보니 거의 다 올라와 오른쪽에, 산 위에서 내려오는 길이 있었습니다. 천인대 주위에서 바로 눈섭바위로 내려 오는 길인데 그것 을 모르고 우리는 쭉 돌아 내려갔었습니다. 그 바람에 많은 사람이 귀찮고 다리 아프다는 핑게로 관 음마애불이 있는 눈섭바위에 오는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보문사 관찰을 끝내고 주차장에 내려오니 대략 2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오니 아직 일러서인지 차들의 행 렬이 짧았습니다. 조금만 늦으면 차량행렬이 길게 늘어서 1시간 이상 기다리게 됩니다. 카페리에 실린 버스에서 내려 배 뒷편으로 올라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의 쏜살같은 비행에 같이 즐거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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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포리 공터에 자리를 깔고 집행부에서 준비한 음식물로 마지막 회포를 푸는 것으로 산행 일과를 맺었습니다.
(2008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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