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한강 발원지 검용소(儉龍沼)를 찾아서

야정(野停) 2008. 7. 23. 21:19

여름 더위도 식힐 겸 친구들 몇이서 정선, 태백을 다녀 오기로 하였습니다. 친구들 9명이 두대의 차에 분승하여 원주, 제천을 지나 영월, 사북, 고한으로... 고한에서 싸리재(두문동재;1268m)를 넘어 삼수령(三 水嶺)을 거쳐 검용소(儉龍沼)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우선 차를 세우고 배낭을 둘러 메고 산길로 들어 섭니 다. 주차장에서 0.5km 오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 하면 대덕산 오르는 길이고 좌측길을 택하면 검용소로 가는 길입니다. 0.4km 산길을 따라 가니 한강의 발원 wl 검용소라는 곳이 나타납니다.

나는 한강 줄기 중 제일 길고 먼 곳에 있는 약수물 정도 나오는 것으로 짐작하였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계곡도 아닌 곳에서 물이 콸콸 나오고 있지 않겠어요? 하루 분출량이 200톤이고 수온 9℃를 유지하며 갈수기 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하네요.

검용수 한 잔씩 마시고 다시 되돌아 삼거리로 갑니다. 삼거리에서 대덕산으로 계곡따라 산으로 오릅니다.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곳이 많아 시원하기 그지없고 웬 뽕나무가 그리 많은지 오디를 따 먹다 보니 손끝이 빨 갛게 물이 듭니다. 전진하다가 오디 따 먹고 또 전진하다가는 오디 따 먹 고, 길 옆에는 덩굴딸기가 곳곳에 있어 그 놈들도 따 먹어 가며 산을 오르니 힘든 줄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해 힘이 드는 곳도 별로 없지만... 정말 야생화가 그리 많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야생식물들은 꽃이 봄과 가을에 많이 피고 여름에는 휴식기라 하던데 이곳은 전부 꽃밭 같습니다. 대략 60cm 정도 되는 하늘말나리가 길 옆에 보이기에 바로 카메라에 담았는데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온통 하늘말나리로 덮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 다. 문영만 진사가 먼저 우리방에 올렸던 털중나리를 보았겠지만 하늘을 향하여 꽃이 피었다면 하늘나리, 줄기 중간에 잎이 돌려 윤생하였다면 말나리, 합쳐 하 늘말나리입니다.

검용소 가는 중간에 개간하여 놓은 밭은 개망초로 뒤 덮혀 멀리서 보면 모밀꽃이 피어있는 느낌입니다. 양지꽃같이 생겼으나 암술이 공처럼 보이는 큰뱀무, 검용소 바로 옆에 있는 엉겅퀴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 여 자세히 보니 털가시로 감싸져 있고 줄기에 날개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이 놈이 지느러니엉겅퀴라고 동정. 길 옆이나 산등성이에 분홍빛 뭉치를 먼지털이 개 붙인 듯한 모습으로 뻣쳐있는 노루오줌, 색갈이 조 금 바랜듯한 모습으로 비스듬하게 기운 숙은 노루오줌. 길 옆에 있는 싸리는 아직 구분할 줄 모르는데 전문인 한테 물으니 조록싸리라는 놈으로 삼색을 연출하며 피 어 있었습니다.

삼거리에서 1km 지나 좌측으로 300m 가니 분주령. 분주령은 왼쪽으로 3.6km 가면 금대봉(1418m)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높은 나무가 없는 평원 같은 곳인데 풀들이 무릅 이상으 로 자라 작은 평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땅을 기는 벌노랑이들이 햇빛을 보고 싶어 30∼40cm 높이로 고개를 들고 있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숲속으로 다시 들어가니 개갈 퀴, 산꿩의 다리, 석잠풀, 엉겅퀴, 벌완두 등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죠. 소나무 밑에서 간식을 풀어 요기를 하고 있는데 눈 앞 에 보이는 옥잠화 잎. 아름다운 옥잠난초가 두그루 붉 은 소나무 낙엽을 뚫고 나와있지 않겠어요? 꽃대 위로 이미 꽃은 져 버려 그 아름다운 자태는 볼 수 가 없었습니다. 옥잠난초의 꽃을 아직 눈 맞춰 보지 못 했기 때문에 더 더욱 아쉬움만 남고... 산 중턱에서 만난 여로(黎蘆). 뿌리에 독이 있어 건조한 것을 농업용 살충제로 쓰는 유독성 식물이건만 자주빛꽃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길 옆에는 어김없이 짚신나물이 자리잡고 지금 막 꽃 을 피우기 시작하더군요. 풀섶에는 파리풀이 삐죽이 꽃대를 올려 깨알같은 꽃이 드문 드문 수상(穗狀)꽃차 례(질경이 처럼 꽃자루가 없는 꽃들이 이삭처럼 달린 모습)로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뿌리 즙을 종이에 발라 파리잡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파리풀이라 한다네요. 큰꽃으아리는 이미 져서 수염만 남아 있고, 노랑물봉 선이라는 꽃 한송이를 겨우 보았는데 바람에 어찌나 흔들리는지 좋은 작품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산옥잠인지 일월비비추인지... 봉우리가 마음껏 함축 되어 언제 터질지 모를 것같았습니다. 대덕산 정상(1307m)에 오르니 사방으로 탁 트인곳이 라 바람이 정말 시원하였습니다.

금대봉, 매봉, 싸리재, 새로 뚫린 싸리재터널도 보이고... 정상의 넓은 벌판 위에 범꼬리풀들이 삐죽 삐죽 얼굴 을 내밀고 반대쪽으로 마타리와 뚝갈들이 바람에 온몸 을 흔들고... 너무나 많은 야생화를 접하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 지는 듯... 같이 온 일행들 쫓아가기 바빠 좋은 작품 남겨놓지 못 한 것이 더더욱 아쉽고... 일석이조를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 하산하여 돌아오는 길에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시작 된다는 삼수령(三水嶺:피재)에 내려 좀 쉬고 매봉으로 차를 몰아 정점에 있는 풍차도 보고 사방으로 개간한 고냉지 채소밭을 들러 보았습니다.

고냉지채소밭은 폭우가 오면 무너지는 토사를 감당하 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사방에서 토사가 넘쳐 금방이 라도 산사태가 날 것 같은 느낌. 미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듯 하더군요. 태백 한우로 저녁을 포식하고 고한으로 돌아와 강원 랜드 카지노가 있는 산상으로 올라 예약하여둔 마운 틴 콘도에서 하루를 묵기로 하였습니다. 이곳에는 산 행 모습만 올리고 꽃은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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