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방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과 개심사

야정(野停) 2011. 8. 3. 19:48

전에도 여러 번 서산을 지나는 기회가 있었건만 운산면 용현 리 계곡 깊숙히 자리잡은 마애삼존불을 대면하지 못하였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 찾아 보았다. 계곡을 건너 층계를 조금 오르니 관리사무소가 있고 사무소 왼쪽으로 불이문을 통과하면 돌담 쌓아놓은 위에 백제의 아 름다운 미소를 간직한 삼존불을 만난다. 기대하였던 것보다 그리 크지않았다. 광배까지의 높이가 2.8m라고 하니 삼존불의 규모가 작다고 만 할 수 없다. 나의 기대가 너무 컸을 뿐. 가운데가 석가모니불이요, 왼쪽이 제화갈라보살, 오른쪽이 미륵반가사유불이다. 현지 안내판에 소개해 놓은 것을 인용하자면 장쾌하고 넉넉 한 미소를 머금은 석가여래입상(가운데), 따듯하고 부드러 운 미소를 간직한 제화갈라보살(왼쪽), 천진난만한 소년의 미소를 품은 미륵반가사유상은 백제 특유의 자비로움과 여유 를 느끼게 해준다고 소개해 놓았다. 또한 이들 불상의 미소는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고 한다.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 저녁에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보인단다. 내가 갔을 때는 저녁 4시 정도였기에 내가 담아 온 이미지 를 진하게, 밝게 표현시켰더니 역시 더 함박웃음을 머금은 것 같았다.

경주 삼릉골의 마애대불은 신라의 속깊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그와 대칭적으로 이곳 석가마애불은 입술이 두툼하게 드러내 있고, 눈은 크게, 반달 모양의 눈섶에, 뺨은 한 껏 부풀려 백제인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고 있으며, 보살입상은 상 반신을 벌거벗은 채 목걸이만 걸치고 있는 특이한 양식을 보 여준다. 마애불 위쪽에는 모자챙같은 바위가 덮여 있어 직접적으로 비가 들여치지 않으며 또한 마애불이 바로 서잇는 것이 아 니라 아래쪽이 뒤로 들어가 있어 엎어질 듯한 바위에 조각 되어 있어 어느 정도 비의 피해를 덜 받는다 볼 수 있다. 국보 84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계곡 바로 위쪽에 보원사터가 있는데 별 것 아니겠거니 하 고 그냥 돌아섰다. 집에 돌아와 자료 찾는 중에 보니 보물 이 5점이나 간직한 곳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돌아서다니.. 무식이 입증되는 순간이다. 보원사지 석조(보물 102호), 당간지주(보물 103호), 오층 석탑(보물 104호), 법인국사 부도(보물 105호), 법인국사 부도비(보물 106호)가 보원사터 보물들이다. 마애삼존불에서 내려와 개심사로... 운산면 신창리에 있는 개심사는 조계종 7교구 수덕사의 말사 로 신라 무열왕 때 혜감국사가 창건하였다 한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라는 일주 문을 지나 포장된 길을 한참 들어가면 산으로 오르는 돌층 계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 洗心洞(세심동) 開心寺(개심사)라는 비석이 서잇다. 마음을 씻고 마음을 여는 절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산으로 돌층계를 따라 두굽이 돌아 오르니 넓은 마당에 연못 이 있다. 경지(境池)라는 곳으로 외나무다리를 건너야한다. 사바세계에서의 모든 상념을 잊고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외나무다리이다. 물이 깨끗하지 못하고 흙탕물이어서 마음이 깨끗해지지 않는 다.

삐뚤 삐뚤한 통나무를 그대로 기둥삼아 지은 범종각. 전에 이곳 개심사를 나대로는 날로 지었다고 표현하였다. 다듬고 깎고 꾸며 지은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목재를 사용하여 지었기 때문에 익힌 것이 아닌 날로 지은 절이라 고 표현한 것이다.

범종각 옆에 해강 김규진이 쓴 象王山開心寺라는 현판을 보 고 옆의 해탈문으로 들어선다.

정면에 대웅보전, 왼편에 심검당(尋劍堂), 오른편에 무량수 전(無量壽殿)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은 조선 성종 때 세워진 건물로 맛배지붕으로 다포계 형식 건물에서는 흔치않은 건물이다. 아마 주심포에서 다포 계로 옮겨가는 절충적 양식으로 보인다. 개심사 대웅전은 보물 143호로 지정되어 있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은 성종 이전 건물로써 맛배지붕에 주심 포양식을 취한 것으로 국보 13호이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과 문수, 보현보살을 협시불로 모시는 데 이곳은 극락전이나 무량수전에 모시는 아미타불과, 관세 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불로을 모셔놓은 것이 특이하다. 이렇게 모시는 방법도 있는지?

왼쪽의 심검당. 지혜의 칼을 갈아 무명의 풀을 벤다라는 뜻을 가진 심검당. 요사체이다. 심검당도 문틀 등을 완전 날로 지었기 때문에 아름답고 유명하다.

종무소 문턱을 보라. 비뚤어진 나무들을 그대로 기둥으로 하지 않았는가? 이러니 날로 지은 절이라 아니할 수가 있겠는가?

또한 해후소도 유명하다. 옛날 시골 뒷간을 닮은 곳이기에... 죽어 염라대왕이 묻기를 개심사 명부전에서 한번이라도 빌어 본 적이 있느냐고 한단다. 그만큼 개심사 명부전의 지장보살 은 영험하여 알아주는 전당이다. 또한 개심사는 지장도량이 기도 하다. 약수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경지(境池) 옆 의자에 앉아 안양루를 바라 본다. 배롱나무가 반질반질하여 윤기가 난다. 400여 년은 족히 넘은 듯... 다시 사바세계로 나가는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2011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