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중국)

3. 옥룡설산 제1봉(4642m)에 오르다

야정(野停) 2012. 5. 12. 13:40
옥룡설산 트래킹 시작점인 옥수채 풍경구로 이동한다.
여강 지역이 해발 2400여 m이고 옥수채 풍경구가 2870m라
고 하니 버스로 470m는 오른 셈이다. 

옥 수 채 풍 경 구

옥수채에서 바라 본 제1봉
8시 30분부터 트래킹을 시작한다고 하였는데 말들의 출근이 제대로 되지 못해 조금 기다린다. 옥룡설산(5996m) 최고봉은 나시족의 성산이요, 워낙 무른 석회석으로 이루어져 아직 아무도 등정하지못한 처녀산이라 고 한다.또한 지금은 정부에서 허가도 내주지 않는다고 한 다. 우리가 가려는 제1봉은 우선 말을 타고 대략 3시간 오 르고 나머지는 걸어 산행을 하는 곳이다. 마부 한사람에 말 한필씩 타고 출발한다. 처음에는 별로 부담없이 출발하였으나 점점 엉덩이가 얼얼 해 온다. 오르는 길에서는 몸을 앞으로 조금 굽히라는 데 자꾸 뒤로 젖혀진다.

3400여 m에 있는 옥룡호에 도착. 1시간 30분 만에 말에서 내려 휴식을 취한다. 말을 오래 타보지않아 내릴 때 한쪽 다리를 휙 뒤로 돌려 내 려야 하는데 얼마나 긴장하였던지 아파서 다리가 돌아가지가 않는다. 옥룡호란 산 위에 있는 일종의 저수지이다.

옥 룡 호
옥룡호 뒤에 가옥이 몇 채 있는데 영국 소속 식물 탐사 연 구팀이 묵고 있는 곳이란다. 노랑만병초도 이곳에서 채취하 여 영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내가 산행하는 동안 다른 만병초는 흔한데 노랑만병초는 아무 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백두산에는 노랑만병초가 많은데... 다시 말을 타고 출발한다. 3600여 m의 운삼림을 그냥 지나 친다. 산행 초기부터 보아왔지만 소나무들이 크게 자란 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4∼5m 정도 크기 뿐. 토질이 나쁜건지 산불이 자 주나서 그런건지 알 수가 없다. (모우평을 지날 때 보니 산불 흔적이 있기는 하였지만) 운삼평의 잔디 사이로 구슬봉이가 수없이 깔려있다. 꽃대(화병)가 짧은 것이 그냥 꽃만 나와 있는 듯... 민들레도 화병이 짧다. 고산지대라 크게 자랄 수 없나보다.

구 슬 봉 이

구 슬 봉 이

왼쪽에 보이는 초지가 운삼평
2시간 30분 만에 설산초지(3800여 m)에 도착하여 말에서 내린다. 설산초지에는 혜초소옥이라는 통나무집이 있다. 혜초여행사에서 사람을 고용해 한식 밑반찬 몇 가지와 죽을 끓여준다. 과일 한개도 주고... 혜초소옥 옆에 만병초가 탐스럽게 피어있고 그 뒤로 옥룡설 산 최고봉이 하얗게 보인다.

혜초소옥에서 바라본 옥룡설산 최고봉

설산을 배경으로 한 만병초 군락

만병초 군락
식사하고 휴식 취하는데 한시간이 지난다. 12시에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걸어 오른다. 고산증을 테스트하기 위해 능선 4000m까지 걸어본다.

4000m 능선에서 내려다 본 혜초소옥(왼쪽 초원에 있는 통나무집)
이상없이 모두 오른 다음 다시 말을 타고 4180m 설산 초원 까지 간다.

설산초원(4180m)에서 맨 오른쪽에 있는 제1봉을 배경으로
이제부터 옥룡설산 제1봉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전에는(다 른 트레킹팀) 이곳 초원에서 가로 질러 모우평으로 바로 가 서 말을 타고 내려갔는데 몇 달 전부터 혜초여행사에서 제1 봉을 공략하는 스케쥴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뾰죽한 제1봉 밑에까지 가니 봉우리가 깔대기 덮어 놓은 듯. 경사도가 평균 45도는 되는 것 같다. 서울 북한산 숨은벽 능선의 50m 대슬랩과 경사도가 비슷한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경사도를 가진 곳이 여러 군데 있겠지만 그래도 의지할 나무들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곳은 풀뿌리 밖에 없어 미끄러지면 감당할 수없이 저 아래 까지 굴러야 하는 판이다. 역시 고산지대라 20여 보 이상 전진할 수가 없다. 스틱에 의지해 20여 보 전진하여 조금 쉬고 또 걷다가 쉬고 하면서 고지를 오른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발 밑 아래에서 촬영

다시 한번 산을 향해
경사도를 살린 이미지를 구사할 수가 없다.옆에서 찍어야 하 는데 옆에 있기도 어려워 발 밑에서 구도를 잡으니 경사가 제대로 나오겠는가? 이상한 점은 좀 쉬었다가 발걸음을 띄면 그렇게 가벼울 수 가 없다. 그러나 10보도 못가서 숨이 차고 다리가 땡긴다. 4300m 정도 올라왔을까 얼마나 바람이 쌩쌩 부는지 겨울 파카 꺼내 입고 장갑까지 낀다. 산마루 능선으로 가다가 능선 넘어 바람이 느껴지지않는 곳 으로 피해서 오른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 쉬고 기어이 정상 탈환. 생에 처음 4642m 고지에 올라본다. 대원들(남 9명, 여 2명) 모두 성공. 고산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없다. 1시간 반 만에(현지 시간 2시 30분) 정상에 도달한 것이다. 만년 설산 최고봉(5596 m)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하고 30여 분 쉬었다가 다시 출발 한다.

옥룡설산 제1봉(4642m)

북쪽으로 산을 올라 남쪽으로 하산한단다.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의지할 것 하나없이 오직 스틱에만 의지하여 내려가는 것이 다. 현지 산악가이드가 표시 깃발을 매달며 내려가는데 정말 미끄러질까봐 두렵다.

내려오는 모습

내려오는 모습

내려오는 모습
올라오는 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가파른 길을 S자로 만들어 놓았으면 덜 힘들텐데 그냥 Straight로 오르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내려오는 것도 비스듬하게 내려가지않고 그냥 곧바로 내려 간다. 내가 알아서 왔다 갔다 S자를 만들며 내려 가야 한다. 만병초 꽃봉오리 벌리기 전 모습을 담아 보았다.

활짝 핀 모습

구상나무가 꽃 피려한다
넓은 평원에 도달하니 모우평이란다. 모우평(3985m)은 야크(牧牛)들을 방목하는 곳이다. 야크는 고산 경사지에도 무척 빨리 뛰어다닌다.모우평에서 쉬고 있 는데 머리가 아파온다.타이레놀을 복용하니 조금 있다가 두 통이 가신다. 고산증이 뒤늦게 나타나나 보다. 모우평에 도착하면 우리가 타고 갈 말들이 기다리는 줄 알았 는데 보이지 않는다. 얼마를 더 내려갔는지(아마 고도 200∼300m는 족히 될 것 같다) 나무숲 사이에서 말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많이 쉬기도 하였지만 산행 4시간 만에 말을 다시 탈 수 있 었다. 순정곡, 두견림을 지나 우리가 오를 때 쉬었던 옥룡호 에 도착.

순 정 곡 표 지 석
너무 늦었다고 쉬지도 않고 그냥 하산한다. 길에는 자갈들이 널려있어 우리가 그냥 걸어 내려가도 무척 불편한 길을 말들은 찍찍 미끄러지며 잘도 내려간다. 미끄러 넘어질 것 같은데도 균형을 빨리 잡는다. 내가 타고있는 말이 삐끗하여 넘어지는 줄 알고 놀랐는데 용 케도 바로 선다. 미끄러지면서 뿜어내는 먼지 때문에 숨쉬기 가 어렵다. 마스크를 썼더니 더워서 못견디겠고... 어제 호도협트래킹 때도 먼지 때문에 혼이 났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3개월동안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단다. 2시간 30분 가량 말을 타고 옥수채에 도착한다. 현지 시간 6시 반.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일행 중 한명은 다리에 쥐가나서 중간에 말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단다. 손에 상처를 입은 일행도 있었다. 나의 룸메이트는 엉덩이에 두군데나 짓물러 팬티에 피가 묻 었는 데도 모르고 있었단다. 호텔에 들어와 샤워하면서 알게 되었다나. 생에 처음 4642m 고지를 올라보고 말도 6시간이나 타보는 멋진 하루였다. 참고로 대원들의 나이를 올려보련다. 74세 남 1인, 60대 후반 남 2인, 60대 초반 남 2인, 60대 초반 여 2인, 50대 후반 남 3인, 30대 남 1인 모두 11명이 한팀이었다. (2012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