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산행한다면 그저 운에 맞길 수 밖에 없다.
막상 계획된 날짜가 되어 비가 안오면 다행이고 아침부터 퍼
부으면 산행은 자연 취소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미리 산행을 취소할 수는 없고 예약된 버스는 그
냥 떠난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 비가 안오면 산행을 강
행하고 비가 오면 계곡 유원지로 행선지를 돌려 즐겁게 놀
다가 되돌아 온다.
7월 셋째 주 산행은 홍천 백우산을 산행한 다음 용소계곡
에서 시원하게 발 담그고 쉬었다 오려고 계획하였었는데
요새 장마가 계속되는 바람에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침 7시에 계획대로 출발, 경춘고속도로 동홍천IC로 나가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하여 현리로 가는 도로를 타고 가다
가 내촌면에서 북으로 가는 도로를 타고 고개를 오르면 광암
리 가족고개. 이곳에서 하차한다.
가평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왔는데도 현재 9시 20분.
날은 흐려있지만 비는 아직 오지 않는다.
가족고개 고도가 대략 550m, 목적지인 백우산은 895m요,
거리는 3.7km이니 대략 350m의 고도만 올리면 된다.
경사는 급하지 않은 듯,
광암리 가족고개(408번 지방도로)에 있는 백우산 안내도가
있는 표지판을 들머리로 해서 산으로 오른다.
산에 들어서자 마자 길 옆으로 둥굴레가 지천으로 깔려 있
는 것이 보인다. 꽃은 이미 다 져서 어떤 둥굴레인지 동
정할 수는 없지만 입자루가 없는 것이 죽대가 아닌 둥굴레
가 맞다.
파리풀, 꼭두서니, 까치수영 등이 보인다. 원추리가 새색시
수줍어하듯 살프시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 오솔길을 풀을 헤치며 걸으니 아랫도리가 다
젖는다. 비에 젖은 길은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다.
바디나물 같은 것이 보이는데 확실하지는 않고...
날씨가 우중중하고 안개비가 오는지 모자가 뉘져 있었다.
정상 조금 못미쳐 전망대라는 곳이 있다. 내촌마을을 내려
다보고 멀리 산들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인데 오늘
은 흐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해서 1시간 반 정도 지나니 정상이란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자리를 폈다.
제 각각의 음식들을 꺼내 술 한 잔 하면서 환담한다.
술 몇 잔에 싸 가지고 간 토스트를 먹으면서 쉬니 어물 어물
30분이 지난다.
점심을 12시도 못되어 끝내고 정상으로 가서 인증샷을 한
다음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길 왼쪽으로 펜스를 쳐놓았는데 알고 보니 장뇌삼 재배 지
역이란다.
정상부터는 본격적으로 빗방울이 져 우의 있는 사람들은 우
의를 입고 나같은 사람은 우산을 들고 진행한다.
우의를 입으면 편하지만 너무 후덥지근하여 우산을 준비하였
는데 한 쪽에 스틱을 들고 한 쪽에 우산을 들고 걷자니 조
금은 불편하다.
내리막은 비에 길이 엉망이 되어 어디를 디딜지 모르겠다.
스틱으로 지지하고 내려딛는데 그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듯 하다가 다시 앞으로 고꾸라진다.
우산은 박살이 나고 스틱은 저만치 도망가고, 그나마 어깨에
맨 카메라는 다행히 흙만 조금 묻었다.
수건으로 손과 팔에 묻은 흙을 닦고 다시 출발한다.
진흙탕 길이니 아니 넘어질 수가 없다. 진흙탕 길을 피해
풀을 밟고 내려간다. 비가와서 풀도 미끄럽기는 하지만 진
흙길보다는 나은 듯.
백우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전진한다.
세갈래나 네갈래길이 나오면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촌면
으로 내려가기로 되어있다.
원래는 직진하여 용소계곡으로 가려 하였으나 비도 오고
날이 좋지않아 그냥 짧게 내촌으로 내려가기로 코스를 줄인
것이다.
가다보니 세갈래길이 보이기에 왼쪽길을 택해 무조건 진행
한다. 매봉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않고...
자연에서 처음으로 일월비비추를 발견했다.
그러나 비가 오고 있어 내려오는데 정신이 없다.무조건 길
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동네가 보인다. 동네에서 차가 다
니는 아스팔트길까지 내려왔는데 우리들의 버스가 없다.
이곳이 내촌면이 아니란다.
이정표를 보니 좌측이 용소폭포로 가고, 우측은 무엇이라
적혀 있었는데 잊었다.
동네 사람들 한테 물으니 우측으로 2km 이상 걸어야 한다
나...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는다.
길가 뉘집 울타리에 범부채가 많이 피어 있다.
아스팔트 고개를 넘으려는데 벌써 마타리가 길게 목을 내밀
고 꽃을 피려 한다.
으아리, 개다래가 길가 산쪽에서 보이고...
한참을 오니 주차장이 있고 버스들이 서 있었다. 이곳이
용소계곡 주차장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용소계곡 상류 쪽으
로 온 것 같다. 여기에도 우리의 버스는 없다.
전화하여 보니 내촌에 있다한다.
그러면 여기도 내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여기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물어볼 사람도 없고...
기사에게 전화하여 버스를 이곳으로 오게 하였다. 버스가
는데도 한참 걸렸다. 오늘은 온통 알바투성이.
어디로 왔는지를 모르는 정말 정신없는 날이다.
그러나 멋진 용소계곡을 만났고 오랫만의 산행이라 힘은 들
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그리고 오늘같은 날은 카메라 접사가 도저히 되지 않는 날
인지 꽃들이 제대로 나온 것이 없다. 날도 흐리고 마음이
급해 대강 셧타를 눌러서 그럴께다.
(2013년 7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