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위봉(斗圍峰)을 아는지?
말두자는 계량할 때 쓰는 되,말이란 계량 단위이고 위는 에
워쌀 위, 경계 위자이니 말에 곡식을 둥글게 담아 놓은 모
습으로 두리 뭉실하다는 뜻으로 실제로 산이 둥글고 두리뭉
실하다고 하여 동네 사람들은 두리봉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이 봉우리는 정선군 동남부에 있는 산으로 정선군 신동읍,
사북읍에 걸쳐 있고 또한 백두대간 함백산에서 분기한 지맥
에 속한다.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두리봉 겉이두야 두텁던 정이 풀잎에
이슬 겉이두다 떨어지네" (겉이두=같이도 ; 두리봉같이 두
텁던 정이 풀잎에 이슬같이 떨어지네) 라고 있듯이 둥글고
험하지않은 순한 육산으로 정선 아라리에 등장하는 여인과
같은 산이라 하겠다.
1960년대 석탄과 중석이 많이 생산되어 이곳 정선, 사북의
주 수입원이 되기도 하였고 그 흔적으로 사방에 흉터 자국
이었던 두리봉이 요새 우리나라 5대 철쭉 명산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이곳 철쭉은 개철쭉이 아닌 참철쭉으로 색깔이 선명하고 진
해서 아름답단다. 두위봉을 산행하려면 신동읍 방제리 단곡
계곡에서 올라 사북읍 사북리 도사곡으로 내려가든지 그 반
대로 횡단 산행을 하여야 두위봉 주 능선 종주를 즐길 수
있고 경관도 좋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1400년) 주
목도 볼 수 있단다.
그러나 우리는 자미원역에서 바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번 산행은 제물포고등학교 총동문회에서 주최하는 산행으
로 기차 10량을 통째로 전세내어 인천에서 출발하여 자미원
역까지 가는 행로로 잡았다.
인천, 부평, 영등포에서 먼저 탑승한 동문들의 마중 하에 우
리는 청량리역에서 8시 7분에 기차에 올랐다.
대략 850명으로 이루어진 등산 열차는 예정시간보다 좀 늦
게 자미원역에 12시 10분 정도에 도착.
자미원역은 폐쇄된 역이지만 우리를 모두 내려 놓고 청소하기
위해 떠나고 우리는 산행을 시작한다.
자미원역 주위는 분지로 된 곳으로 10여 가구의 집이 보일
뿐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출발점 고도가 570m, 최고봉이 1466m, 거리는 5km라고 하
니 그리 쉬운 코스는 아닌 듯. 계속 오리기만 하는 가파른
길로 이어진다. 멀리 자작나무 군락이 노란 물결을 이루어
우리에게 손짓하고...
코스 중간 쯤 오니 낙엽송이 솔잎을 길가에 깔고 소리없이
하늘로 용솟음쳐 올라 있었으며, 을 더 오르니 산죽들이 우
리 반키 만큼 자라 나무 밑을 뒤덮고 있고 해발 1225m로
정상까지 1.1km 남은 지역에 천연 샘물이라는 표지판이 있
으나 물 웅덩이 같은 곳으로 목을 축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
경이다.
고도 1300m 정도 오르니 온통 철쭉 밭으로 봉우리를 둘러
쌓았는데 봄철에는 정말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이 철쭉밭을 지나는데 비알이 만만치않아 숨을 헐떡이지 않
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힘을 쏟아 오른 곳이 장군바위로 이
곳에 철쭉비를 세워 놓았다.
철쭉비가 있는 곳이 정상인 줄 알고 옆 공터에서 우리 일행
은 간식을 풀어 목을 축이며 쉬었다.
한 후배가 빨리 하산하여야 한다는 말에 짐을 꾸리고 10m 옆
에 있는 봉우리로 갔다.
이 봉우리에는 두위봉 국유림이라고 산림청에서 세운 비석이
서 있고 1465m라고 쓰여 있었다. 이곳도 최고봉은 아니고
제 2봉으로 신동정상이라 부른단다.
동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가면 제 1봉 즉 사북정상이라는 곳
이 나오는데 이곳이 최고봉으로 1466m로 표시되어 있다 한
다. 사북정상이나 신동정상이나 제 3봉인 장군바위나 높이
는 별 차이가 없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제 1봉 사북정상이 최
고봉이 되는 것이다.
제 2봉 주위는 암반으로 되어 있으나 비좁고 뒤로는 깎아지
른 절벽으로 되어 있었다.
신동정상 뒤쪽의 낭떨어지
신동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작년 7월에 다녀온 함백산(1573m)과
태백산(1561m)이 있고 북쪽으로 민둥산(1119m), 그리고
더 멀리 가리왕산(1561m)이 있으며 동쪽으로 역시 작년 7월
에 다녀 온 대덕산(1307m), 금대봉(1418m)이 있고 서남
쪽으로 소백산(1439m)이 있다.
두위봉에서 시작된 능선이 화절령, 백운산(1426m), 우리나
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고개로는 제일 높은 만항재(1330m),
야생화 축제로 유명한 함백산으로 뻗혀 있다.
이곳 주위가 온통 1000고지가 넘는 산들로 둘러 쌓여 있는
고산지대로 고냉지 채소로 산업을 크게 일으키고 있는데 산
사태를 유발하는 문제점도 야기시키고 있다 한다.
신동정상에서 뒤돌아 5m 정도 오면 자미원으로 간다는 이정
표가 있다.
이 이정표대로 몇 분 내려가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지를 이룬 곳을 만난다. 어떤 주목은 나무 반쪽이
썪었는데도 반대쪽은 그대로 살아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주목은 1년에 10cm 정도 자라는 아주 더딘 식물로 재목이
아주 고급으로 쓰이고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광이 나는 특성이
있다.
태백산 주목은 크기가 작으나 이곳 주목은 키가 크고 더 싱
싱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소백산 주목군락지와 더불어 천
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주목군락지의 가파른 길을 벗어나니 조금 평지 같은 곳을 만
난다. 곧바로 된 내리막이 아니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
탄한 길로 가다 보니 오를때 중간 지점이었던 표지판을 만난
다.
산행 중간 정도에 있는 표지판
또 다시 가파른 비알길로 내려 꽂으니 작은 돌들 때문에 미
끄럽고, 발에 걸린 돌들이 밑으로 많이 굴러 내려간다.
충청도 말로 "돌 굴러 가유ㅡㅡㅡ"가 저절로 흘러 나온다.
산비알이 심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면서 보니 자미
원역 평지가 온통 꽃밭이다. 울긋 불긋 수놓은 많은 동문들
모습이 산골 단풍잎보다 더 화려하다.
빠른 걸음으로 꽃밭 속으로 빠져 드니 어언 4시 20분. 도시
락을 주는 배식 장소로 가서 하나 받아들고 동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만추를 마음껏
즐긴다.
오늘 두위봉 산행도 적당한 거리로 좋고 온통 울긋 불긋하게
단풍 든 정선 산골짜기의 풍취에 그냥 취하고 만다.
어떤 동문회가 이렇게 큰 행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버스로 단체여행을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기차를 전세내어
여행한다든가, 산행한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동문들이다.
좋았다, 즐거웠다, 뿌듯하다.
(2009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