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수락산,불암산 종주 산행

야정(野停) 2009. 10. 15. 10:03
 산을 좋아 하면서도 자주 가지 못하여서 인지 5시간 이상 산행을
 하면 쥐가 나고 힘이 부쳐 두려움이 앞선다. 그런데 내가 즐겨 다니
 는 산악회에서 설악산 공룡능선을 등정한다고 한다. 
 평생 가보지 못하였고 앞으로 더욱 가지못할 곳인 공룡을 가긴 가야 
 할텐데 체력의 한계를 느낀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황산트래킹까지 하고 온 형이 그 까짓거 무엇이 두려워요?" 
 황산을 같이 다녀온 후배가 일침을 놓는다. 
 "그래, 그 까짓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는 거지" 결심을 하고 연습을 
 하기로 하였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뒷산 칼바위능선이나 그 이상 
 산성까지 다녀온다. 출발할 때는 랜턴을 키고 오르지만 1시간만 지
 나면 곧 날이 밝는다. 며칠 전 아침에는 제법 쌀쌀하여 산행 중에도 
 겉옷을 하나 더 걸치고 산행을 하였다. 새벽 운동이라 기분도 상쾌
 하고 몸도 가뿐하여 좋기는 한데 근무하는 낮시간에 졸음이 와서 고
 역이었다. 
 참을 수 없는 날은 낮에 1시간씩 낮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은 휴일이니 긴 산행을 위한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 좋를 듯
 하여 고교 동기들과 만나는 모임도 빠지고 수락산과 불암산을 종주
 하기로 하였다. 서울에 살면서 산을 자주 다닌다고 하지만 여러 곳
 을 정확히 알고 다니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지도에서 찾아 수락산 
 끝자락인 의정부시 장암동 동막골로 향했다. 일찍 일어나 서두른다
 고 하여도 꼭 무엇을 빠뜨리고 나오기 일쑤다. 오늘은 안경을 빼먹
 었다. 약속 장소인 미아역에 도착하니 미투회원 18명 집합. 
 장거리 산행에, 정기도 아닌 번개에 이렇게 많이 나오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지하철과 버스로 의정부 동막골로 가서 9시 5분 산행을 
 시작한다. 
 누가 가을 아니랄까봐 시샘하듯 하늘이 푸른 물감 뿌린 듯 드높고 
 시야도 확 트인다. 우리가 시골에서 자랄 땐 미국쑥부쟁이가 탐스
 럽게 자라 피어 있었는데 이곳 길가에 핀 놈들은 세파에 휘둘렸는
 지 가지도 제멋대로, 꽃들도 찟기도 일그러지고 형편없었다. 
 산으로 오르는 길가에 철잃은 진달래 한송이 외롭게 피어 있건만 
 누구 하나 애처러워 하지 않는다. 
 그저 힘없이 내뱉는 소리 "미쳤구먼" 
 오솔길따라 산으로 오르다 보면 주위에 소나무와 참나무류, 아까
 시나무 등등이 서로 하늘로 뻗어 오르려 용트림을 쓰건만 내 눈엔 
 참나무류 구분하느라 다른 놈들은 관심이 없다. 
 줄기로 구분하고 다음 잎으로 구분하는데 먼저 상수리나무가 눈에 
 들어 온다. 콜크층이 제일 두터운 굴참나무, 그 외 졸참나무, 신
 갈나무 까지는 확인이 되었으나 갈참나무와 떡갈나무는 아직 구분
 하지 못하겠다. 차차 알아지겠지. 대략 1시간 가량 올라오니 작은 
 봉우리 하나. 고도 524m인 도정봉이라나. 이곳을 올라오는 데도 
 로우프를 잡고 바위를 오르는 된비알이 있었다. 
 
처음부터 힘을 빼기는 하였지만 부담없이 가볍게 도정봉에 올라 첫 번째 휴식. 이곳 수락산은 왕사가 많아 잘못하면 미끄러지니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도정봉을 떠나 만나는 곳은 단단한 바위보다는 사암이 부서져 왕사로 된 지역을 오르게 된다. 파이프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어 그것을 붙잡고 오르면 되지만 비알이 만만치 않다.
비알을 벗어나 전진하다 보니 그 유명한 기차바위가 눈 앞에 나타 난다. 홈통바위라고도 하고 홈바위라고도 하는 곳에는 두줄의 로 우프가 설치되어 있어 그것을 잡고 오르면 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아 단번에 오르려면 숨이 턱까지 찬다. 아마 경사도가 40~45도 되지 않을까?
전원 무사히 오른 다음 조금 더 가면 608고지. 지금부터는 수락산 정상(638m)까지 능선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사방으로 관망하기가 무척 좋은 곳이다. 오른쪽 아래로는 빽빽한 아파트 군락들이 성냥갑같이 늘어서 있고 왼쪽 양주는 아파트를 지으려고 사방을 파놓아 아름다운 가을 들녘은 애시당초 사치스 러웠다. 638m의 수락산 정상에 도착. 동막골에서 수락산까지는 대략 5.3km라고 한다. 정상은 태극기가 꽃혀있고 가는 로우프를 잡아 당겨 자기 몸을 끌어 올려 오를 수 있는 좁을 곳이 다. 꼭지점까지 꼭 오를 필 요는 없겠지만 수락산을 여러번 왔어도 꼭지점까지 올라보지 못 해 오늘은 꼭지점에 도장 찍고 내려 왔다. 정상 주위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 앉아 쉴 곳도 마땅치않기 때문 에 바로 지나가자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왕사가 밀려 다녀 미끄럽기가 이루 말할 수없는 곳이다. 로우프를 잡고 조심조심 발을 내 디뎌야 한다. 15m 정도 미끄러운 내리막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전진하면 얼마 가지않아 철모바위(620m)를 만난다.
뒤에 보이는 바위가 철모바위

우리는 철모바위를 지나고 565봉도 지난다. 어떤 봉우리인지는 생각나지 않는데 바위 사이로 빠져나와 앞으 로 내려서려는 데 경사각이 깊어 릿찌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 코스가 있었다. 밑에서 바쳐주고 도와줘가며 모든 일행 통과. 아기자기한 바위와 그 틈새를 지나는 즐거움이 배가되는 수락산 능선길.

그러나 식사시간이 지난 것 같다. 길 주위에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먼지가 일어 앉아 식사할 수가 없었다. 좀 한적하고 여유로운 자리를 잡아 꿀같은 식사를 하고 나니 대략 1시 반. 564봉도 지나고 이제 도솔봉만 지나면 덕릉고개 가기는 식은 죽 먹기다. 도솔봉 앞쪽에는 탱크바위가 자리하고 있다는데 하우리는 뒤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탱크바 위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도솔봉에서 오른쪽으로 "덕릉고개 가는 곳"이란 이정표대로 걷 는다. 남보다 먼저 낙옆이 진 개옻나무들이 제법 눈에 들어 온 다. 평상시 잘 알아보지 못했건만 먼저 붉은 옷을 입고 있으니 금방 알아볼 수 밖에... 비슷한 붉나무도 발견하였다. 잎과 잎 사이에 날개를 가진 붉나 무는 오배자나무라고도 하며 자칫 개옻나무로 착각하기가 쉽다. 개옻나무와 같이 먼저 붉게 물드는 것도 같으니까... 내리막 길로 내려오다가 동막 갈림길(305m)에서 직진하여야 할 것을 동막골로 들어서고 말았다. 계속 내려오니 동막유원지로 수락정이라는 활터가 있었다. 외곽순환도로 지나가는 곳에서 다시 왼쪽 산으로 오르기로 하였 다. 조금 오르니 덕릉고개 가는 길과 만난다. 덕릉고개하면 덕릉을 생각하게 되고 덕릉은 덕흥부원군을 생각 하게 한다. 덕흥부원군은 조선 13대 명종이 후사없이 승하하자 동생인 덕흥군의 막내아들 하성군을 왕으로 추대하니 그 이가 14대 선조대왕이다. 이 선조대왕이 아버지 덕흥부원군의 묘를 능으로 승격시키려고 하였으나 신하들의 반대에 부딛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로만 덕릉이라고 부르게 만들었다 한다. 좌우 지간 선조의 부친 덕흥부원군의 묘를 덕릉이라 한다. 또한 주위에 있는 흥국사를 덕릉의 원당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덕릉고개를 다리로 건너 불암산 줄기를 타기 시작하였다. 다시 산을 오르니 숨이 찬다. 석장봉(406m)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508m인 불암산으로..
쥐 바 위

불 암 산 정 상

그리 멀지않아 쉽게 도달하여 정상 태극기 꽂은 곳까지 올랐다 내려 왔다. 곧 바로 내려가면 1시간 안에 대슬랩을 지나 불암사에 도착하게 되는데 우리 미투회원들은 공릉동 방향으로 코스를 잡는다. 불암산에서 대략 5.3km 인 코스를 내려오자니 얼마나 지루한지? 불암산 암릉지대를 벗어나고 또 지리한 능선을 따라 노원고개 를 지나니 양쪽으로 철망이 있는 길로 내려온다. 삼육대학터다, 태릉 문화재 보존지역이다, 군부대다 라고 철 조망으로 둘러 쳐있어 산행하는 즐거움이 반감되고 만다. 효성아파트 옆으로 나오니 원자력병원 후문. 동막골에서 수락 산까지 5.3km, 수락산에서 불암산까지 대략 8km, 불암산에서 공릉동 원자력병원 후문까지 5.3km로 도합 18~19km의 거리를 점심시간 포함 8시간 30분 걸려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산행을 끝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 이다. 나야 일주일간 거의 매일 훈련을 하였지만 한번도 훈련 하지 않은 내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아라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훈련을 한다면 공룡쯤은 걱정하지 않을 것 같다. (2009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