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겨울의 명산 선자령(仙子嶺,1157m)

야정(野停) 2007. 1. 26. 11:16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늘기 시작한 산악인구의 증가로 겨울 산행의 주요 장소가 된 선자령을 미투산악회에서 산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태백산, 소백산, 선자령---겨울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삼대요소라 할 수 있는 곳. 겨울 산행의 백미로 꼽히는 눈쌓인 선자령은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을 빠져나와 옛길을 따라 가다 보면 바로 대관령에 도착 하게됩니다. 새로운 터널이 뚫려 초라한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한 대관령 휴게소가 선자령 등산코스의 기점 으로 활력을 다시 찾고 있다 합니다.

        산 행 기 점
주차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버스가 여러대 있었 고, 또한 버스에서 내린 인파가 얼마나 많은지 국가대 항 축구장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 선 모습과 흡사 했습니다.

         산행기점에서 출발하는 인파
이곳 선자령도 태백산이나 소백산 만큼이나 바람이 세 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지 봄날같이 따스하고 바람 한 점 없었습니다. 이곳에는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강해 곳곳 에 풍차를 세워 놓았는데(50여기이상) 우리는 복을 받 은 것인지 아닌지 바람이 한점 없군요. 바람으로 유명한 곳에 와서 바람을 맞지 않으면 그것도 잘 된 것이라고 말할 순 없지요. 대관령 북부 휴게소의 높이가 832m이고 선자령이 1157m 인지라 고도 차이가 약해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풍력발전소 때문에 길은 자동차 도로로 넓고 경사는 완 만하여 산이라는 느낌이 없이 동네 고개마루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멀 리 보 이 는 풍 차 들
단지 사방에 쌓인 풍부한 눈이 우리들의 마음을 동심으 로 돌리고 닥트인 전망이 상쾌한 가슴으로 몰려들게 하 는군요. 기점을 출발할 떄는 아직 햇살이 약해서인지 상고대 핀 나무를 조금은 접할 수 있었으나 K.T 송신탑 있는 곳에 다다르니 햇살 때문에 나무들은 상고대가 녹아 떨어지 고 있었습니다.

          상고대 핀 나무가지들
바람이 세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린 나무를 심 고 바람막이를 나무장막으로 엮어 세운 곳이 여러 군 데 있었습니다. 왼쪽 밑에 대관령 국사 성황당이 보입 니다. 강능 출신 범일스님을 모시는 서낭당(성황당)으 로 강능 단오제 때 이곳에서 서낭신을 강릉 여성황당 으로 모셔간다 합니다. 오른쪽에는 K.T 송신탑이 있고 요. 계속 전진하면 평원 앞에 작은 봉우리가 나타나는 데 이곳을 새봉이라 합니다.

         새봉으로 오르는 행렬
새봉은 직접 넘을 수도 있고 우회하기도 하는데 좁은 길로 너무 많은 사람이 지체되어 있어 우회하기로 하 였지요. 우회도로도 먼저 밟아놓은 곳만 한 줄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사방이 탁트인 설원이 펼쳐집니다. 서쪽으로 횡계리, 대관령목장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 강릉과 동해가 푸른 수채화로 시야를 적십니 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얼마를 갔을가? 넓은 평원에 눈만 덮혀있고 뒤로 풍차가 드리워진 풍 경을 놓칠 수 없어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습니다.

일행이 48명이나 되니 얼마나 바빴겠습니까? 날씨가 얼마나 포근한지 장갑을 벗고 카메라를 만져도 조금도 손이 시리지 않았습니다. 태백산에서는 손이 시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는데... 일행 중 일부는 자리를 펴고 앉아 과메기 안주에 소주, 복분자로 설원의 낭만을 마음껏 만끽하는 분도 있었 습니다.

        그냥 갈 수 있나? 고사라도 지내야지.
평원같은, 혹은 낮은 언덕 같은 고개를 오르니 풍차 옆 으로 더 너른 평원이 펼쳐져 있는데 여기 저기 그룹을 지어 간식과 음료를 들고 있었습니다. 30여 분 지나 모든 회원들을 추스른 뒤 몇 십m 위에 있 는 선자령 이정표까지 올라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백두대간이 흐르는 곳이라고 지도까지 그린 돌비석, 선 자령을 표시한 이정표지요.

          백두대간 선자령 이정표

          후 면 백 두 대 간 지 도
사방으로 확트인 전망. 가까이 남쪽으로 능경봉이 있고, 북쪽으로 곤신봉이 자리잡아 그 등줄기를 따라 백두대간이 흐르고 있습 니다. 멀리로는 남쪽으로 발왕산(1463m), 서쪽 계방 산(1577m), 서북쪽 오대산(1563m), 북쪽 황병산 (1407m), 노인봉(1338m) 등등, 1000m가 넘는 산 들이 즐비하게 외워싸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북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제법 경사가 있고 음지여서 인지 눈이 꽤 많이 쌓여 있 었습니다. 곤신봉과 선자령의 사이골인 나즈목(낮은 목에서 변형된 말)에서 강릉 보현사 쪽으로 방향을 틀 었습니다. 이제부터 완전 급경사. 지그재그로 나있는 길을 내려오는데 미끄럽기도 하지 만 얼마나 힘이 드는지 겨울 눈밭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오를 때는 3.7km, 선자령에서 보현사까지는 3.5km. 오를 때는 동네 뒷산을 오르듯 아주 쉽게 올랐지만 내 려올 때는 꽤나 애를 좀 썼씁니다. 보현사는 월정사의 말사로 신라시대 창건하여 그 후 낭원대사가 중창한 절로 낭원대사 오진탑과 낭원대사 오진탑비가 국가 보물 제 191호와 192호로 정해져 있어 서 이 사찰의 역사적 가치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고려 초기 작품이기 때문에)

         보현사 낭원대사 오진탑비(보물 192호)
사찰 밑 주차장에 여러대의 버스가 정차해 있는데 버스 마다 옆에서 회원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우리 버스 옆에서 김치찌게에 밥 한 그릇씩 말아 요기를 하고 소주도 곁들여 산행 후담(後談)를 나누었습니다.

(2007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