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암릉(岩陵)으로 이루어진 수리봉(守理峰), 황정산(黃庭山)

야정(野停) 2009. 9. 25. 11:41

오늘은 단양에 있는 황정산과 수리봉을 탐방하기로 한단 다. 황정산(959m)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 위치한 산으 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도락산과 마주 보고 있다.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지나 죽령에서 가라앉았다가 남쪽 으로 치솟으며 도솔봉과 묘적봉을 만들고 문경 황정산으 로 뻗어 나가는데 그 전에 북으로 가지를 쳐 만든 산이 수리봉(1019m)이요, 이어진 것이 황정산이라 한다. 대강면 황정리는 가을철 누렇게 벼가 익은 모습이 아름다 운 정원 같다고 하여 황정리라 하였다 한다.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중부를 타다가 영동으로, 다 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서서 단양으로 간다. 오늘따라 추석 전이라 그런지 시작부터 차들이 길을 메 워 놓고 있다. 엎친데 덮친다고 일행 한사람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떨어뜨려, 차를 중간에 세우고 한참을 기다렸 다. 단양 I.C로 나온 버스는 방곡리 도예촌으로 가다가 빗재에서 일부 회원을 하차시켰다. 수리봉, 황정산을 종 주하기가 조금 무리라는 회원은 황정산으로 직접 오른 다음 영인봉, 원통암, 대흥사로 먼저 가도록 하고 나머 지는 더 앞으로 가 방곡리 지나 수리봉안내판이 서 있고, 단양 시내 일반버스 종점 삼거리에서 우측 새로 포장된 길로 조금 오르면 윗점이라는 산행기점이 나타나는데 그 곳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10시 내지 10시 반이면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할 수 있 었건만 11시 반에야 겨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빗재에서 15명, 이곳 윗점에서 39명으로 11시 30분에 출발한다. 보통 평범한 오름새 길로 오르는 듯. 소나무, 상수리나무가 우거지고 그 사이 오솔길로 발을 내딛는 회원들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한다. 오솔길 옆으로 앙상한 구절초들이 한 두 포기 보이더니 쑥부쟁이 종류도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길가 에 있으므로 시달림을 받아서 인지 작품다운 구절초나 쑥부쟁이가 별로 없어 디카를 드려밀지 않았다. 중간에 대슬랩이 보인다.

대 슬 랩 구 간
보통은 슬랩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지만 슬랩을 좋아 하는 우리 회원들은 모두 바위로 들어서서 오른다. 슬랩으로 오르는 것이 기분을 더 업시켜 주니까 우리 회 원들은 즐기나 보다. 슬랩 중간에 정말 멋진 구절초가 흰색과 보라 두 종류로 나뉘어 피어 있었다.

구 절 초
대슬랩을 지나 수리봉까지 계속 전진. 1.3km의 거리라지만 고도가 만만치않아 처음부터 땀으로 젖고 숨이 가빠진다. 지도에는 1시간 10분이라 하지만 우리는 대략 50여 분 걸려 1019m인 수리봉(守理峰)에 오른다.

수 리 봉
사방이 확 트이지않아 표지석에 눈 도장 찍고 바로 출발 하였다. 다음 신선봉까지 대략 30여 분 걸린다는데 이곳 수리봉의 백미는 신선봉 가는 길이다. 설악산 용아장성 을 닮아 역시 용아릉(용이빨 능선)이라 한다나. 암반으로 이루어진 능선을 오르고 밧줄이나 쇠파이프로 내려오기도 하고 릿찌 산행의 진수를 보여 주는 듯.

용 아 릉
땀으로 범벅이 되고 힘은 들지만 짜릿한 이 맛으로 산행 을 하는 것이 아닌지? 신선봉에는 표지석도 없지만 훤히 사방을 관망할 수있어 상쾌함이 가슴까지 파고 든다. 빗재에서 오른 팀은 황정 산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능선을 따라 가면 삼거 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가 요주의 지점. 습관대로 가면 오른쪽으로 들어서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길은 석화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들어 서야 남봉, 황정산으로 가는 길이다. 나무로 덮힌 숲속을 한참 지나면(삼거리에서 대략 50분 ∼1시간) 남봉에 도착하는데 모두 배가 고파 가지 못하 겠단다. 남봉 밑 고개에서 자리를 폈다. 1시가 훨씬 지났으니 배 도 고플 수 밖에... 각자 준비한 음식을 펴놓고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보통 같으면 식사시간을 1시간씩 가졌겠지만 갈 길이 먼 우리 들은 30여 분만에 짐을 쌓고 출발한다. 식사후 산을 향해 오르자니 얼마나 숨이 차겠는가? 그래도 열심히 갈 수 밖에 없다. 남봉에 오르니 표지석도 없고 이정표만 서 있었다. 빗재 내려가는 곳이라니 남봉이 틀림 없다. 남봉 지나 괴물같은 바위가 우리 앞을 막는다.그 옆 좌 측으로 길을 택해 전진하다 보니 황정산(959m) 정상.

황 정 산 표 지 석
정상 표지석에서 포즈를 좀 취하고 앞으로 출발. 깎아 지른 절벽 위에 서니 오른쪽 시야가 확 트이고 바람 까지 시원하게 불어 좀 쉬었다 갔으면 좋으련만 그럴 시 간이 없다. 동쪽 저 멀리 길 위에 우리가 타고 갈 버스 가 서있고, 동북쪽에는 영인봉 암릉이 웅장하게 뻗혀 있 다. 능선따라 가다보면 누워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만난다. 어떤 한이 맺혀 쓰러져 죽지도 못하고 독야청청 끝까지 푸르름을 과시하는지?

누 운 소 나 무
이제부터는 곳곳에 로우프에 의지하여 내려오는 침니구간.

몇 차례 로우프와 씨름하고 다시 능선을 타고 오다 보면 몸통을 뒤튼 소나무를 만난다. 이놈은 어찌하다 머리통을 도로 땅 속으로 파묻고 지신님께 통 사정을 하는지 모르 겠다.

길가에 잎이 가는 쑥부쟁이가 있어 단양쑥부쟁이인 줄 알고 담았는데 아무래도 "가는 쑥부쟁이" 같았다. 단양쑥부쟁이는 잎이 3mm 이하라고 하니 솔잎같은 완전 피침형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 는 쑥 부 쟁 이
안내판이 나오면 자세히 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영인봉으로 갈 수 있다. 황정산에서 내려왔다가 영인봉 의 바위를 타고 오르자니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속도를 줄였지만 쥐가 나려 한다.

영 인 봉
산행시간이 4시간만 넘으면 쥐가 나려하니 이제는 나도 긴 산행은 다 했나 보다. 전 번 산행 때도 쥐가 나서 혼났는데... 조심 조심 발을 내딛으며 영인봉을 오르니 산정상은 썰 렁하다. 그저 영인봉이라는 표지판 밖에 없고 전망도 좋 지않다. 바로 하산 시작. 10m가 넘는 절벽 안부를 안전 지지대에 의지하여 내려 온다. 전망대 옆으로 골이 진 곳을 택해 내려오는데 디딜만한 돌도 없고 완전 왕사 내지 흙으로 혹은 낙엽으로, 완전 미끄럼틀이었다. 흙은 그냥 밟는 대로 무너져내리고 낙 엽 또한 미끄럼틀이니 다리가 풀린 나는 어찌할 바를 모 르겠다. 이강길씨가 준 지팽이 두개로 의지하여 겨우 발 을 내디딜 수 밖에... 영인봉에서 30여 분 후 원통암 도착. 고려 공민왕 때 나옹선사가 중창하였다는 원통암인데 몇 년전 불에 타 지금은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 놓은 상태였 다. 그 옆에 신단양팔경으로 지정된 칠성암이 있는데 기단이 7m요, 그 위로 7개의 암석이 15m로 세워져 있 다. 네쪽으로 쪼개진 수직 균열이 부처님 손바닥을 닮았 다 한다. 어쩌면 톱으로 썰어 놓은 듯 그리 빤듯하게 쪼 개져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위에 있는 300년 묵은 소나무는 기어이 고사하고 말았다 고 한다.

칠 성 암
원통암좌에 계시는 스님은 무슨 심통이 나셨는지 경내에 등산객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몇 년전에 절이 불난 것이 등산객 때문인 것처럼 등산객들을 못마땅해 하나 보 다. 나옹선사께서 그리 가르쳐주지 않았을 텐데... 양주 회암사에서 무차대회를 열어 국가로 부터 쫓겨나긴 하였지만... 그러나 무차대회란 무엇인가? 모든 백성이 신분의 귀천없이 불교의 설법을 들을 수있 게 한 모임이 아니었던가? 멀리서 칠성암을 촬영하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절로 오르는 길이 폭우로 인해 많이 훼손되어 불편한 곳 도 있었지만 너럭바위가 있는 곳부터는 나무로 층계를 만 들어놓아 내려가기 수월하였다. 얼마를 내려왔는지 포장길을 만난다.그러나 우리는 포장길 로 내려가지 않고 계곡따라 그냥 내려가기로... 계곡은 폭우로 패여 길은 없어지고 큰 바위들만 멋대로 딍굴고, 이리 저리 건너며 내려오다 보니 계곡 옆에 길이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길로 몇 백m 내려오니 큰 길. 바로 대흥사 앞 넓은 길에 우리들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 다. 원통암에서 이곳까지 1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포장 길로 오면 돌기 때문에 그리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계 곡으로 질러 와서 대략 40여 분 걸린 것 같다. 윗점에서 수리봉, 황정산, 대흥사까지 지도 상에는 도상 거리가 9km이고 6시간 30여 분 걸린다고 하였는데 우리 는 점심시간 포함 6시간 걸렸다. 마지막 팀이 7시간 걸 려 도착하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돼지족발에 소주 한 잔씩 하였지만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바로 출발. 오늘따라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6시 반에 출발한 버스가 삼양동 목적지 도착이 밤 11시. 정말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따지고 보면 북한산만한 릿치코스가 어디에 또 있겠냐마는 북한산에는 릿찌코스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지않아 일반 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 많다. 겨우 도봉산 포대능선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였고 요새 문수봉에 새로 설치하여 문수봉을 직접 올라보지 못하던 산악인들이 암릉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좋은 산을 옆에 두고 있는데 황정산이 뭐 그리 대 단한 암릉이냐고 하겠지만,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이 그리 리 많지 않으니 황정산을 멋있는 산이라고 말을 한다. 남쪽으로 길 넘어 문경 황장산(黃腸山)이 있지만 두 산 은 확실히 다른 산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며 졸 필을 놓을까 한다. (2009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