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은 넓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웅장한 곳이 너무나 많
은 곳이다.
전에는 한계령휴게소에서 대청봉을 오른 다음 오색으로
하산한 적이 있고, 또 한번은 오색약수터에서 출발하여
대청봉을 오른 다음 천불동 계곡, 신흥사로 하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한계령휴게소에서 2.5km 내려가 흘림골
탐방 지원센터에서 시작해 등선대를 지나 주전골, 오색
약수터로 내려 가는 남설악코스를 잡았다.
한계령휴게소에서 바라본 동해안 쪽
한계령 휴게소에서 칠선봉을 향해
이곳은 1985년부터 20년간 자연휴식년제 시행지대로 묶
여 있어 등산이 불가능하였던 곳을 2006년 개방하였다.
그러나 2006년과 2007년 연속된 폭우로 남설악 지역은
완전 초토화되었으나 등산로를 정비하여 다시 열었다 한
다. 결과적으로 2008년에 다시 연 꼴이 된 것이다.
날이 한창 더운 7월이니 짧은 코스에 그늘이 있고, 시
원한 폭포와 계곡이 있는 곳을 택하다 보니 흘림골, 주
전골이 있는 등선대코스를 잡았다 한다.
10시 20분부터 흘림골 탐방 지원센터에서 출발.
2년 전에 할퀴고 간 수마에 온 계곡이 아직도 뻘건 속살
을 드러내 놓고 신음하고 있었다. 언제 다시 이끼끼고
누런 녹이 낀 바위를 볼 수 있을런지?
어제까지 내린 비로 흘림골에는 물이 철철 흐르고 있었다.
등산로는 목제데크로 사다리를 만들어 놓아 아주 펺하게
오를 수 있게 하여 놓았다.
산림이 울창하여 계곡을 벗어난 산 속은 하늘이 잘 보이
지 않으며 길 옆에는 분홍빛이 도는 노루오줌 혹은 숙은
노루오줌이 초록밭에서 다른 색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참조팝나무, 설악 조팝나무가 가끔 보이고 여름에 피는
바람꽃을 처음 관찰하니 그 또한 기뻤다. 솜다리를 보았
으면 좋으련만 바위틈을 신경 써서 관찰하여야 하는데 그
럴 시간이 없다.
바 람 꽃
노 루 오 줌
구 실 바 위 취 (구 슬 바 위 취)
대략 900m, 30분 정도 오르니 여심(女深)폭포.
여 심 폭 포 ( 女 深 瀑 布 )
여심폭포에서 칠선봉을 향해
비가 오지 않았을 때의 여심폭포(퍼옴)
여성들의 거시기를 닮아 여심폭포라나...
물이 펑펑 쏟아질 때는 잘 모르겠는데 물이 마르면 영락없
는 여성들 거시기다. 이곳 여심폭포는 물이 별로 없는
곳으로 비나 와야 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제까지 비
가 왔으니 오늘은 풍부하게 폭포가 형성될 수 밖에...
여심폭포를 지나 300m, 대략 10여 분 더 오르면 등선대
쉼터. 양쪽 산 가운데 잘록하게 된 목같은 곳인데 이곳
을 넘어 주전골로 가는 길목이다. 이곳에서 왼쪽을 보면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이 등선대이니 안들려 갈 수 있나?
이곳에 오르면 신선이 된다는 곳인데...
사방으로 전망이 좋은 등선대(1002m).
등선대 쉼터에서 바라 본 등선대 정상(왼쪽 봉우리)
등선대 정상에서
대략 10여 분 걸려 오르면 시야가 사방으로 확 트여 가슴
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동북쪽으로 귀떼기봉, 오른쪽으로
돌면서 끝청, 중청, 대청까지 한 눈에 들어오며 가까이
발 아래 칠선봉이 줄지어 서 있고 북서쪽에 한계령휴게소
가, 우리 뒤쪽에 점봉산이 자리하고 있다.
가을철 단풍철에는 들어설 장소가 없을 정도로 비좁은
정상을 우리는 이곳 저곳 멋진 자리 찾아 다니며 추억거리
를 카메라에 담고 다시 등선대쉼터로 내려온다.
이래 저래 30분은 지났을 것이다.
등선대 쉼터에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12담 계곡 쪽으로 대략 400m 내려오니 오른쪽에 등선폭
포가 줄기차게 물을 내뿜고 있다. 그래도 여럿이 터잡고
앉을 수 있는 곳은 등선폭포 주위로 너도 나도 삼삼오오
짝지어 앉아 간식거리를 풀었다. 색다른 간식거리를 서로
나누어 먹으며 갖가지 반주로 입을 축인다.
등 선 폭 포
30∼40분 휴식을 끝내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
비 온 뒤끝이라 곳곳에 폭포 지고 흐르는 물은 힘차게 바
위를 찬다. 계곡을 끼고 계속 하산하다 보면 왼쪽으로 주
전폭포가 나타나고 더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오른
쪽은 12담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더 진행하면 점봉산으
로 이어지는 곳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주전골로 가는
곳이다. 왼쪽으로 가면 12폭포가 나타나는데 열두 굽이
나 굽이치며 쏟아진다 하여 12폭포라 한다나.
12 폭 포
계속 계곡따라 800m 내려오다 보면 용소폭포로 가는 갈
림길이 나오는데 이는 왼쪽의 다른 계곡에 형성된 폭포이
다. 그 계곡을 100m 가면 이무기가 승천하였다는 용소폭
포가 나온다.
용 소 폭 포
용 소 폭 포
높이는 높지않지만 시원스레 떨어지는 불줄기가 우렁차다.
용소폭포를 뒤로 하고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하류 쪽으로
계속 내려간다.
금강문이 있다는데 확인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넓은 바위
와 소가 어우러진 선녀탕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용소폭포에서 1.1km 거리에 있는 곳으로 넓은 바위 위에
서 뒹굴다가 소로 뛰어 들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듯
한 곳.
옛날 선녀들이 목욕하던 곳에 나뭇꾼이 빠져든다면 맑은
소가 버려질까?
300m 내려오면 제2약수터가 있다는데 그곳도 보지 못하
고 그대로 지나쳐 오색석사(성국사) 도착. 신라시대 삼
층석탑이 보물 497호로 지정되어 자리하고 있었으나 상
륜부도 없고 모서리마다 많이 파손되어 보물로써의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절 마당에 오색석에서 분출
하였다는 약수를 한모금 마셔 보았다. 그러나 별 특이한
맛을 느끼지 못하였지만 약수로써는 좋다 한다.
계속 1.2km 하류로 내려오니 오색약수터.
약수터 부근 계곡에서 후끈 달아오른 발을 계곡물에 담
가 식힌 다음 약수가 분출하는 곳에 가서 한모금 마셔 보
았다. 이곳 역시 별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탄산기는 별로 없고 약수터 바위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것
을 보니 철분기는 아직 많은 것 같았다.
이곳 주전골은 옛날에 도적들이 주화를 몰래 만들던 곳이
라 하여 주전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기도 하고 용소
폭포 입구의 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
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용소폭포에서 오색까지 3km를 주전골이라 하고, 흘림골에
서 오색까지 6.2km로 등선대 정상 오르고 용소폭포 다
녀오면 대략 400∼500m 추가되며 점심식사 시간 제하고
3시간 반 걸려 하산하였다.
2시간 반이면 충분한 거리이나 주변 경관 감상하며 계곡
에서 쉬어 가다 보면 족히 4시간 이상 걸리리라 짐작된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산행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곳으로 강
력 추천하고 싶다.
(2009년 7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