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리조트 야경(핸드폰으로 촬영해 화질이 안 좋음)
30대 초반 우리나라에 스키장이 별로 없던 시절, 친구가
스키를 타러 가자고 하였다. 장비가 없다고 하니 스키장
에서 모두 대여해 준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기초 장비인
모자, 고글, 장갑, 스키복을 구입하여 용평 스키장을 가
기로 하였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라 강릉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친구가 고속버스터미날에서 약국을 하던 터라 많은 기사
님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기사님들 한테 부탁을
하면 횡계 주위 고속도로변에서 우리를 하차시켜 준다.
물론 용평 스키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도 있었지만 이용하
지 않았다.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용평리조트로 가서 스키를 대여하여
하루 종일 즐긴 다음 5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
로 돌아온다.
친구는 모든 장비를 구입하였지만 당시 100여 만원 정도
드는 장비를 나는 살 엄두도 못내고 항상 렌탈하여 사용
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넘어졌는지 집에 돌아 오면 엉덩
이가 퍼렇게 멍이 들어 있기 일쑤다.
언젠가는 빈 몸으로 용평스키장에 가니 렌탈하우스가 화
재를 입어 렌탈 스키가 없는 바람에 일반버스를 타고 강
릉으로 가서 강릉에서 서울 오는 고속버스로 돌아 온 경
우도 있었다.
용평은 바람이 어찌나 쎈지 얼굴이 갈라지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스키에 정신이 팔린 것도 아니
고, 당시 고급운동 아니 비싼 돈이 드는 운동을 즐길 처
지도 되지 못하였지만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가 좋아
몇 번 따라 다녔을 뿐이다.
그 후 양지, 베어스, 스타힐(과거 천마산)이 생기면서 한
번씩 들려 보았다. 그 후 몇년이 지났을가?
무주리조트가 개설되면서 친구가 콘도를 구입하였다고 하
기에 세가족이 1박 2일로 겨울 여행을 떠났었다.
남쪽이라 설질이 얇고 좋지않을 것이란 편견과는 달리 코
스도 좋고 넓어 겨울을 즐기기에 너무 좋았었다.
무주리조트를 향할 때는 그래도 자가용이 있어 자기 차들
로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다.
나중에 생긴 성우와 보광휘닉스는 가 보긴 하였으나 애들
만 타게 하고 나는 구경만 하였다.
그 후로 다른 스포츠를 하느라고 오랜 세월 잊고 25여 년
이상이 흐른 요즈음, 동네 후배가 베어스리조트에 콘도를
소지하고 있으니 한번 같이 가자고 한다.
토요일 일을 마치고 베어스리조트에 도착하니 밤 12시.
이튿날 새벽 장비를 렌탈하여 리프트에 오르니 은근히 걱
정이 앞선다.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
을지?
후배가 앞에 서서 리드하며 일깨워 주니 차츰 균형이 잡
혀간다. 오랫동안 잊었던 운동이었는데 그래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먹이를 사냥하는 새같
이 화려하게 활강하지는 못하지만 새벽 공기 속으로 헤쳐
내려오는 그 상쾌함은 하늘을 나르는 듯...
새벽이라 낮같이 들끓던 인파에 시달리지도 않아서 좋았
다. 그 덕에 마음대로 눈밭을 휘저어도 불안하지 않으니
그 또한 금상첨화다.
아침 식사하라고 콘도에서 부르는 소리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부츠를 벗는다.겨울 레포츠가 스키나 스노보드만 있
는 것이 아니고 썰매타기도 재미있는 레포츠 중 하나.
아침 식사 끝내고 여성들을 위해 썰매장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심으로 돌아가 썰매를 타는 여성들이 괴성
을 지른다. 그 소리에 장단 맞추어 울타리 밖에 있는 우
리들도 같이 소리를 질러 본다.
올 겨울은 유난히 다른 해보다 더 추워 가슴을 많이 움추
렸었다.
모처럼 가슴을 열고 겨울을 마음껏 품어 본 하루였다.
(2010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