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한 번쯤은 설원을 헤치고 산행을 한다.
그런데 미투산악회에서 올해는 가보지않은 제왕산(帝王山)을
가본다하니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다.
제왕산(841m).
태백산맥 혹은 백두대간이 지나는곳,
설악산에서 오대산 쪽으로 진고개⇒노인봉⇒매봉⇒선자령⇒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에서 강릉
쪽으로 벗어난 곳에 솟아있는 산, 고려 32대 우왕이 이곳에
제왕산성을 쌓고 은거하여 살았다하여 산이름을 제왕산이라
하였단다. 오죽 한이 서렸으면 임금제, 임금왕자를 사용해
제왕산성이라 하였을까?
아침 7시에 동네를 떠난 버스는 찬 공기를 가르며 영동 고속
도로로 향한다.
만원 버스는 힘도 좋게 쌩쌩 달려 여주 톨게이트를 벗어난다.
춥지않으면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차 외부에 식탁을 깔고 간
단하게 국밥을 말아 먹겠지만 너무 추운 날이라 여주에 있는
모식당에 차를 세운다.
오늘 아침 서울은 영하 10도 였는데 이곳 여주는 영하 12
도이다. 내륙이어서 인지 더 춥다.
식사 끝내고 다시 여주톨게이트를 통해 고속도로로 다시 진
입, 대관령휴게소 주차장까지 간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날
씨가 제법 살을 에인다.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탑에 올라
아이젠을 찬다. 이곳 고도가 865m, 우리가 가고자하는 제
왕산이 841m, 능선을 타고 가면서 내려갔다가 다시 산으로
동선이다.
몇 년 전 능경봉, 고루포기산에 왔을 때는 눈이 무릅 이상
쌓였었는데 이번에는 눈이 3분의 1도 쌓이지 않은 것 같다.
백두대간 능선따라 남쪽으로 700여 m 내려가니 산불감시초
소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두 길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은 능경봉 가는 길이요,
왼쪽 임도를 따르면 제왕산으로 가는 곳이다.
임도따라 200여 m 가다가 왼쪽으로 임도를 벗어난다. 동쪽
강릉쪽으로 가는 것이다.
왼쪽 방향에 백두대간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선자령에 있는 백두대간비, 풍차들...
우리 앞에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이 봉우리를 제왕봉으로 착
각하는데 그 봉우리를 넘어 더 멀리 있는 봉우리가 제왕봉이
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지만...
봉우리 오르는 중에 제왕솟대바위라는 바위가 우뚝 사있는
곳에서 인증샷 한번 누르고 다시 오른다.
제 왕 솟 대 바 위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저만큼 조용히 솟아있는 제왕봉. 고목
이 자태를 뽐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이 제왕봉 정상이
다. 서쪽으로 아름다운 금송이 사방으로 가지를 벌리고 있고
금송과 고목 사이로 보이는 태백산맥 등줄기가 넘실거린다.
정상을 지나자마자 제왕봉 비석이 하나 더 있다. 840m 라
표시한 비석은 최근에 세운 듯하나 정확한 높이는 840.6m
라 하니 고목이 있는 곳을 꼭지점으로 보아야할 듯하다.
산을 넘어 강릉쪽으로 내려간다.
미끄러운 눈길을 조금씩 내려디디며 조금씩 내려오니 다시
임도가 나타난다. 제왕산으로 오다가 임도에서 산으로 올라
섰는데 그 임도가 다시 이곳에서 만나는 듯하다. 넓은 임도
에는 이미 다른 팀들이 점심상을 차려놓고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윗쪽에 자리를 펴고 앉아 가져간 점심
을 푼다. 오늘 산행도 예외없이 인산인해다.
어쩜 그리 사람들이 많은지...
출발부터 일행들과 함께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식시시간
에 일행들 중 반은 모을 수 있었다. 나머지 식구들은 먼저
간 것 같다.
영서지방이 아닌 영동지방이어서 인지 햇살이 따듯하고 바
람한 점 없이 얼마나 포근한지 모른다.
영상 5∼6도 이상 되는 것 같다. 천천히 짐을 쌓아 하산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눈이 하나도 없는 벌거숭이 길이다.
아니 영서지방은 그래도 눈이 꽤 쌓여있고 알싸한 추위가
있었는데 이곳은 영동지방이어서 인지 눈은 온데 간데 없이
모두 녹았고 날씨는 따듯한 봄날 같다.
길에서는 펄펄 먼지가 일어 바지가닥이 흙먼지로 범벅이 된
다. 제왕산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 4.9km이니 꽤나 한참 내
려간다. 건너 오봉산을 끼고 계곡으로 들어서면 제왕폭포가
나타나나 그 폭포를 그냥 스치고 지나간다.
직폭이 아닌 약간 누워있는 폭포로 지금은 모두 얼어 있었
다. 조금 더 내려오면 대관령 옛길과 만나는 상제민원에 도
착한다. 주막터도 있는 상제민원은 옛날 먼 거리를 오갈 때
쉬어가고 잠도 자는 일종의 쉼터라고나 할까?
옛날 30리마다 숙소를 만들어 놓았는 데 그 숙소를 원이라
하였다. "다락원"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윗 동네에 있는 숙소라 하여 상제민원(上濟民院;윗 동네에
있는 백성을 구제하는 숙소)이라 하였다.
대관령자연휴양림 계곡이 웅장하다. 여름이면 넓은 계곡으로
시원한 물줄기가 가슴까지 서늘하게 하여 줄 듯하다.
하제민원에 도착하니 일반 유원지와 같이 몇 몇 음식점들이
이어져 있었다.
하제민원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 1km는 되는 듯.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중간에 원울이재(員泣峴;
원읍현)라는 곳을 지난다. 옛날 부사가 서울에서 600여 리
떨어진 강릉으로 부임하여 올 때 한스러워 울었고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는 그동안 정들었던 백성과 인심을 못잊어 울
었다는 고개라네요.
대관령박물관 옆 큰 주차장에 세워둔 버스에 오른다.
차 밖에 상을 차리지않고 차 내부 뒤쪽 의자를 돌려 탁상을
만들어 그 곳에서 뒷풀이를 한단다. 모두 하산한 다음 바로
출발하니 돌아오는 길이 너무 늦지않아 좋다.
뒤에서는 서울 다 들어올 때까지 술잔을 돌리는 것 같았다.
4시간 정도 산행하고 오후 3시 반 정도 상경을 시작하였으
나 정체되는 상경길은 어쩔수 없다.
기사가 요리 저리 피해 목적지에 도착하니 7시 반.
4시간만에 도착한 듯. 모처럼 설원에 묻혀 산행을 하고 싶
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운 하루가 된 듯하다.
그러나 대관령 옛길을 탐방할 수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너
무나 좋았다.
(2014년 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