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도전의 한계

야정(野停) 2021. 11. 17. 20:40
11월 14일 일요일 가을이 푹 익어가는 곳으로 길 
을 나섰다.
이미 시든 나뭇잎은 쪼들어든 불알처럼 길가나 산
길에 너브러져 있다.
오늘은 평시에 다니던 둘레길을 벗어나고픈 욕심이 
든다.
모처럼 위문을 넘어 대동문으로 돌아와 볼까?
둘레길을 다니며 "우리가 다시 백운대를 올라 볼 
수 있을까?"
하며 이제는 도저히, 아니 감히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 떠들어 댔는데...
둘레길을 3시간 이상 걷고 나도 다리가 뻐근한데, 
어떻게 836m 백운대를 오른단 말인가?
백운대 올라본 지도 거의 10여 년 지난 것 같다.
그리고 둘레길만 다녔지, 좀 높은 산은 엄두가 나
지않아 오르지 못한지도 거의 2~3년.
모처럼 3시간이 넘는 트래킹을 하면 2~3일은 다
리 통증에 무척 괴로운데...
그러나 오늘은 감히 용기를 내어 위문을 돌아오기
로 한 것이다.
그것도 오랜 시간 걸으면 다리 아플까봐 도선사까
지는 차를 타고 오르기로...
도선사에서 내려 깔딱고개로 향하는데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을 계속 오르니 땀방울이 송글 송글, 
숨이 찬다.
절대 벅차지않게 하려고 자주 쉬기로...
깔딱고개 지나 백운산장으로...
비스듬한 크나큰 바위의 옆으로 쇠줄을 잡고 오르
기가 꽤나 힘이 든다.
과거에는 니찌로 오른다고 하던 곳인데...
또한번 땀이 슬쩍 배도록 기운을 쓰니 백운산장.
지금 백운산장은 폐쇄되어 있었고, 우물, 화장실 
모두 폐쇄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마당에 있는 탁자
들은 그대로 있어 그곳에서 쉬면서 숨을 고른다.
잠간 쉬고 나니 기운이 다시 나는 듯.
오랫만에 백운대 한번 올라보자고 하니 모두 OK.
위문에서 쉬지도 않고 바로 백운대 정상으로 향한
다. 그전에 산에 다닐 때는 보통 중년 사람들로 
등산길을 메웠는 데 오늘은 20대 젊은이들이 꽤
나 많이 보인다. 코로나 때문에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쉼터가 없어 산으로 향하지 않았나 생각
된다.
우리도 젊었을 때는 산과 들에서 만나 놀고 음식
도 해먹고 하지 않았나?
백운대 정상으로 향하는 암벽의 웅장함이야 다시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암벽을 타고 오르는 기쁨
이 한층 흥분된다.
전에는 만경대 니찌도 몇 번 하여 보았고 옆의 
인수봉 암벽도 몇 번 등정하여 보았지만 지금은 
감히 엄두도 나지 않는다.
836고지에 있는 태극기 깃발 밑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할텐데 오르는 길이 외길이라 너무 정체
되어 있어 정점과 뜀바위는 가지 못했다.
약 3m 밑에서 깃발과 함께 인증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 
발 아래 앉아있는 인수봉이 너무 멋지게 빛나니, 
우리들의 가슴도 뻥 뚫린 듯 시원하고 뭐니뭐니
해도 죽을 때까지 못 오를 것같은 백운대를 다시 
올랐다는 성취가 너무나 감개무량하다.
나이 많은 등산가는 비웃을 지 모르지만 나는
"내 나이가 77인데"라고 큰소리 치고 싶다.
항상 종일 산행이 아닌 짧은 트래킹을 즐겨 한 
터라 그냥 돌아서 하산하였다.
대략 3시간 반 정도 걸린 시원한, 통쾌한, 가슴 
벅찬 하루였다.
                       (2021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