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 입구에 있는 양주시청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덕계
리, 그 다음에 만나는 덕정리에서 포천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택해 가다 보면 회암고개로 가게 된다.
고개 아래에 회암사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오는데 그곳
에서 좌회전하여 다리를 건너 조금 들어가면 유명한 회암
사지가 나온다.
8단으로 이루어진 회암사 터
조선 중기에 보우스님과 함께 조선 제일의 절이었던 회
암사. 고려 27대 충숙왕 때 인도 사람 지공에 의해 지
어졌고 지공의 제자 나옹스님이 중창하였으며 나옹의 제
자 무학스님이 승계하여 조선 태조 이성계가 말년을 보
냈던 절. 성종 때 세조의 비에 의해 중창이 계속되었고
명종 때 문정왕후의 후광으로 보우스님이 크게 번창시켜
조선 제일의 절이었으나 문정왕후 사후 보우스님은 제주
도로 귀양 보내지고 개성 선비들에 의해 불태워진다.
억불 승유의 조선 건국 이념에 배치되니 유생들의 눈에
보우가 얼마나 가시같은 존재였으면 회암사에 불을 질렀
겠는가?
만여 평이나 되는 회암사지는 8단으로 이루어졌으며 주불
전은 보광전으로, 보광전 위에 왕궁 스타일로 건물을 지
어 이성계가 머물렀음을 증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왕궁에나 있는 청동기와에 청동금탁, 잡상 등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궁궐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
한다. 회암사지 안의 동북쪽 끝에 부도가 하나 서 있는
데 왜정 말에 도굴되었던 것을 다시 세웠지만 누구의 것
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선지 작품은 보물급인
데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회 암 사 지 부 도 탑
4년 전 여름에 왔을 때와는 달리 양주시에서 파견한 문화
해설사가 있어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1km 위에는 회암사라는 절이 하나 있는데 이는 조계종에
서 급조한 절로 보인다. 그러나 그 절 주위에 보물들이
산재해 있어 간과해서는 안되는 곳이다. 우선 회암사 좌
측 능선에 서 있는 선각왕사비(보물 387호)를 먼저 찾아
보자.
나옹선사의 생애와 업적을 새겨 놓은 비인데 1997년 화
재로 보호각이 타 버리는 바람에 비석도 불에 터져 버린
것을 수집하여 경기도에 보관시키고 모조품을 새로 만들
어 놓았다. 다시 절 오른쪽 언덕으로 오르면 무학대사부
도탑(보물 388호)과 쌍사자석등(보물 389호)이 멋들어
지게 서 있다.
무학대사 부도탑과 쌍사자석등
부도탑은 왕릉 못지않게 화려하고 웅장하였다. 부도탑을
둘러 싼 팔각 돌난간까지 균형미가 너무나 수려한 작품
인데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아마 이조 초기 작품이니 다른 석물보다 제작연도가 짧아
서 그런 것 같다.
두 마리의 사자가 이고 있는 석등도 균형이 잘 갖추어진
아름다운 조형물이다.
부도탑과 석등 조금 아래 경기도 유형문화재인 무학대사
비는 순조 때 파손된 후 다시 세운 것으로 옆에는 깨진
비석의 귀부와 이수가 나란히 포개져 있었다.
무학대사 부도 위쪽에는 지공선사 부도와 석등이 있는데
무학대사 부도보다 단조롭고 조각된 부분이 없이 간단한
구조를 이루었으며 옥개석이 커서 짱구같은 느낌이 드나
보륜과 보주는 균형감각이 살아 있는 듯 올려져 있었다.
석종형 부도로 예술적 감각이 뒤져서인지 국보나 보물은
되지 못하고 경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다.
지공선사 부도와 석등
그 위쪽으로 나옹선사의 부도와 석등이 있는데 지공스님
의 부도와 비슷하고 역시 예술적 감각이 부족한 듯하며
경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다.
나옹선사의 부도와 탑은 여주 신륵사에도 있는데 그곳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옹선사는 이곳에서 무차대회(차별없이 모든 사람이 함
께 불법을 들을 수 있는 대회)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구
름같이 몰려 든다고 조정에 고변하는 바람에 밀양으로 쫓
겨 가게 된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여주 신륵사까지 가
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그만 입적하고 만다. 나옹의 사
리는 신륵사와 이곳에 나누어 부도탑을 세웠다.
나옹선사 부도와 석등
나옹선사 부도 위로 천보산 오르는 길이 있다.
회암사 바로 뒤에 병풍처럼 둘러 쳐있는 천보산을 우회
해서 오르게 된다. 처음에는 별로 경사가 심하지 않았는
데 차차 경사가 심하여 진다. 산이 온통 왕사로 뒤덮힌
것 같다. 얼마나 미끄러운지...
바위 틈에 자리잡은 병꽃나무
병풍을 두른 듯한 암릉에 독수리 한마리 앉아 잇는 듯한
바위를 우회하여 오른 다음, 능선으로 조금 더 가면 정상
에 다다른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다 보니 발 밑에 회암사가 있고,
멀리 불곡산이 보이고 더 멀리 삼각산이 보인다는데 오늘
은 운무인지 황사인지 모르지만 흐려 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포천 송우리가 보이고 서북쪽으로 능선따라
칠봉산으로 가게되며, 가끔 칠봉산과 천보산을 이어 종주
도 한다고 한다.
지금쯤 산에는 봄꽃들이 많이 피었을 텐데 이곳 천보산은
수종이 다양하지 못한지, 혹은 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참나무과 나무들이 많은 것 같은데 잘 구분을 할 수 없고
겨우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만 구분할 수 있었다.
갈참나무
(길게 늘어진 것이 수꽃, 수꽃 매달린 곳의 붉은 것이 암꽃)
갈참나무
(길게 늘어진 것이 수꽃, 수꽃 매달린 곳의 붉은 것이 암꽃)
졸 참 나 무
(길게 늘어진 것이 수꽃, 수꽃 매달린 곳의 붉은 것이 암꽃)
상수리나무도 많을 텐데 아직 구분하지 못하고...
산 중턱에서 밭배나무와 노린재나무를 보았고 절 주위에
서 그냥 제비꽃과 졸방제비꽃, 황새냉이, 애기똥풀을 관
찰하였다.
팥 배 나 무
황 새 냉 이
졸 방 제 비 꽃
병꽃나무도 꽤 많이 눈에 띄었는데 작품 삼을 만한 모델이
없었다. 절 아래 차를 세워 놓았기에 다시 절 있는 곳으
로 한다. 왕사로 이루어진 길은 완전 미끄럼판.
조심 조심하여 내려오니 2시간도 안되는 조촐한 산행이
되었다. 서울에서 머지않은 곳에 이렇게 유적지도 들러
보고 간단한 산행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았다.
(2009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