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포암산과 하늘재

야정(野停) 2009. 5. 23. 19:39

5월 17일 날은 우리 동기 모임인 제인산우회와 3년 선배 님들 모임인 5.8산악회가 합동으로 산행하는 날이다. 작년 5월에는 5.8산악회 주관으로 봉복산을 다녀 왔었 는데 올해는 제인산우회 주관으로 포암산(962m)을 산행 한다 한다.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 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인근 월악산, 주흘산, 조령산, 신 선봉과 함께 조령 5악으로 꼽히는 포암산. 포암산은 충주 수안보 미륵리 사지를 산행 출발 기점으로 한다. 미륵리 사지에 다달으면 하늘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이를 먼저 알고 산행하자. 충주 미륵리에서 문경 관음리까지 가는 고개를 하늘재라고 하는데 월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이 길을 역사, 생태관찰로로 지정하여 놓았다. 이 고개는 신라 8대 아달라왕(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기 록되어 있다고 함) 때 소통시켰던 고개로 당시에는 계 립령(鷄立嶺)이라고 하였고 신라가 남한강의 수운을 이 용, 한강 하류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로 하늘재를 교두보로 한강으로 진출하였고 백제,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였다 한다. 미륵사지에는 온달장군의 공기돌이 있기도 하지만 온달, 연개소문 등이 하늘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시 도하였으며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몽진할 때에도 이 길을 이용하였다 한다. 주흘산이나 봉화 청량산에 공민왕의 유적이 남아 있지 않는가?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마의 태자와 누이 덕주공주가 금 강산으로 행할 때 피눈물을 머금고 이 고개를 넘었으리라. 월악산 덕주사가 덕주공주가 머물었던 곳이고... 하지만 조선 태종 때 새재를 개통하면서 사통팔달의 아성 을 조령에 넘겨 주었다 한다. 미륵사지를 그냥 지나쳐 100m도 못 가서 왼쪽 다리를 건 너 바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동안 산불조심기간으로 폐쇄하였다가 개통한지가 얼마 되지않았다고 하더니 풀과 작은 관목들이 길을 덮으려하 여 진행하기가 쉽지 않고 길 찾기도 어려웠다. 길 옆에 층층나무인지 말채나무인지 꽃망울 지어 나를 먼 저 반기고 있었다.

층 층 나 무

층 층 나 무
낮부터 개일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어림도 없이 안개는 자욱하게 끼어 있고 이슬 머금은 나무에서는 굵은 물방 울들이 자주 떨어진다.

산은 주로 소나무와 참나무과 식물들로 하늘을 가리고 군데 군데 작은 관목들이 사이를 메꿔 놓은 듯... 진달래 잎이 이미 짙은 색으로 변해 있었고 철쭉은 넓 은 잎을 활짝 벌리고 꽃잎은 다 떨어져 버렸다.

안개 속에서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니 먼산은 보이지 않 고 발 밑으로 둥굴레가 눈에 들어 온다. 지천에 둥굴레다.

둥 굴 레
가파름을 넘겨 숨을 돌릴 수 있는 마루에 오르니 삼거리. 하늘재 마루에서 직접 오르면 만나는 삼거리이다.

이제는 북쪽으로 포암산, 만수봉으로 가는 길을 택해 가 면 된다. 민백미꽃 몇 송이가 지나는 이들을 반긴다. 자연에서 처음 만나보는 꽃이다. 꽃잎이 솜같이 푹신하 게 보이고 눈이 부시도록 하얗다. 흰 장미같은 데 "민" 자가 붙은 즉 꾸밈이 없는 흰 장미같다는 꽃이다.

민 백 미 꽃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마지막 치솟는 바위. 쇠줄이나 밧줄을 붙잡고 오르자니 사람들이 꽤 많아 정체 다. 바람은 어째 그리 많이 부는지? 쇠줄에 의지하여 봉우리까지 오르니 포암산 정상석이 반 긴다.

먼저 온 일행들은 그 궂은 날씨에도 간식을 다 먹고 출 발한단다. 바람도 불고 쌀쌀한 날씨에 주위를 관찰할 마 음이 내키지 않는다. 붉은 병꽃나무가 탐스럽게 대롱을 매달고 있고 그 옆에는 아직 철쭉꽃이 만발하여 있었다. 이곳 철쭉은 밑에서 보 던 넓은 잎과는 다르게 가늘기는 하나 키가 작지가 않다. 키가 작고 입맥에 털이 많으면 산철쭉이라 하는데...

붉 은 병 꽃 나 무

철 쭉
전에 봉복산 정상에서는 철쭉잎이 붉은 기가 돌고 키가 2m 정도로 큰 것이었는데 그 놈도 그냥 철쭉이라 한단 다. 정상에서 다시 돌아 전에 지나왔던 삼거리로 가야 는데 비는 오고 길은 미끄럽고 바위로만 이루어진 이 봉 우리를 줄로 잡고 내려가자니 쉬운 일이 아니다. 올라오는 사람들을 피해 삼거리까지 왔다. 이곳에서 하늘재 마루까지는 1.3km. 제법 가파른 곳이 꽤 있다.

하늘재 마루에 있는 계립령 유허비
하늘재 마루까지 내려 오니 문경으로 가는 길은 아스팔 트가 되어 있어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미륵리로 가는 길만 산책로로 만들어 놓아 차를 못다니게 하였다. 길은 우 마차 지날 수 있는 넓이로 정비하여 놓았고,아 름드리 소나무들이 서로 키재기 하듯 도열해 서 있으며 길가에는 국수나무들이 무수히 자라고 있었다.

하 늘 재
3.2km 길을 산책하듯 내려 오니 미륵리 사지. 미륵리 사지는 발굴 조사에서 절이름이 미륵대원이라 하였 다고 추정되며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머무렀던 흔적 이 남아 있다 한다. 또한 다른 절과 달리 북쪽을 향해 절터가 전개되고 석불 입상이 덕주사 마애불과 마주 보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 진다. 미륵리 사지에는 보물 95호로 지정되어 있는 5층 석탑이 있고, 그 뒤에 보물 96호로 지정되어 있는 미륵 입상이 있다. 이 미륵입상의 몸은 검은 색으로 퇴색되어 얼룩져 있으나 얼굴만은 깨끗하게 눈을 지그시 감고 인 자한 모습으로 서 있다.

5 층 석 탑 (보물 95호)

미 륵 입 상 (보물 96호)

온 달 장 군 공 기 돌
얼굴 색상이 변하지 않은 것 그 자체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켜 뒷 이야기가 많다. 돌아 나오며 왼쪽 개울 건너 바위 위에 얹혀 있는 동그란 바위를 발견하게 되는 데 이 돌을 온달장군 공기돌이라 한다나. 이곳이 신라, 고구려 접경지역이었으니 온달장군 이야기 도 나올만 하다. 미륵리 사지를 끝으로 오늘 일정을 끝내고 만수계곡에 있 는 만수휴게소로 향했다. 뒷풀이는 제인산우회가 주관하 기로 했기 때문에 식당에 닭도리탕을 부탁하고 아침에 인천에서 떠날 때, 자연산 광어를 80인분 준비하였다 한 다. 대략 3시간 반정도 산행하고 너무 푸짐한 뒷풀이가 된 듯하다. 날씨는 궂어 전망은 좋지 않았지만 적당한 산행에 훌륭한 역사 문화탐방을 겯들인 알찬 하루가 된 듯하다. (2009년 5월 17일)